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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자를 성폭한 혐의로 입건된 고영욱으로 인해 방송가가 거대한 후폭풍에 휘말렸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고영욱은 스토리온 '김원희의 맞수다'에 게스트로 출연했던 피해자 A씨의 연락처를 이 프로그램을 만드는 외주제작사 PD에게서 알아냈다. '걸그룹 멤버로 영입하고 싶다'는 고영욱의 말에 전화번호를 넘겨준 것으로 전해졌다.
고영욱은 A씨에게 '연예인을 해보지 않겠냐'고 연락을 취해 자신의 오피스텔로 데려간 뒤 강간을 했고, 이후 또 한 차례 만나서 성관계를 맺은 혐의를 받고 있다.
녹화분 통편집, '음악의 신'에 치명타
고영욱이 고정 출연했던 프로그램은 지상파와 케이블을 통틀어 4~5개다. 이 프로그램들은 한 달 가까운 분량의 녹화 테이프를 모조리 손봐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김원희의 맞수다'는 25일 방송분까지 녹화를 마쳤지만 고영욱의 출연분량은 통편집할 예정이다. 11일 방송을 앞둔 TV조선 '노코멘트'에서도 전체 출연자가 모두 잡히는 풀샷을 제외하고는 고영욱의 모습을 전혀 볼 수 없게 됐다.
MBC '세바퀴' 또한 고영욱의 출연분을 모두 편집해 방송한다. 출연자가 많은 특성 덕분에 다행히 내상은 크지 않을 전망이지만 곤혹스러운 심정은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치명타를 크게 입은 프로그램은 Mnet '음악의 신'이다. 페이크다큐를 표방한 이 프로그램에서 고영욱의 비중은 이상민 다음으로 크다. 더구나 고영욱의 성폭행 사건이 터진 다음날인 9일이 방송날이었다. 고영욱 출연분을 재편집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던 제작진은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고영욱의 출연 모습을 모자이크해서 내보낼 수밖에 없었다. 결방을 피하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던 셈이다.
재수사 지시에 경찰도 곤혹스러워
사안이 사안인 만큼 수사 당국도 적잖이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성폭행을 주장하는 피해자와 달리 고영욱은 피해자와 성관계를 맺은 건 사실이지만 강제성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어 결국 수사 당국의 손에 칼자루가 맡겨졌다.
경찰-검찰의 조사와 이후의 처벌 수위 결정에 이르기까지 양측의 첨예한 진실공방과 잡음도 불 보듯 뻔하게 예상된다. 여론과 대중의 집중적인 관심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리고 9일 경찰이 고영욱을 상대로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한 것에 대해, 10일 서울서부지검은 재지휘를 내렸다.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보강수사를 지시한 것이다. 수사 초기부터 경찰 조사가 미흡하다는 검찰의 판단으로 인해, 유명인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을 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경찰은 빠른 시일 내에 고영욱과 피해자를 재소환하고 영장을 재신청한다는 방침이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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