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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 서머싯 몸-아쿠타가와 등 세계 문호들이 그린 '결혼'

김표향 기자

기사입력 2012-05-06 17:26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라고 누군가 묻는다면 당신은 무어라 대답할까? 어쩌면 '결혼은 미친 짓이다'라고 열변하진 않을까?

결혼은 해도 후회하고 안 해도 후회한다고 흔히들 말한다. 결국 직접 해보기 전까진 답은 없다는 얘기다. 결혼이라는 '행위'와 '제도' 하에 유지돼온 인류의 역사를 고려했을 때, 결혼만큼 풀기 어려운 '난제'가 또 있을까 싶다. 그래서 동서고금의 대문호들도 낭만적 사랑과 결혼을 그들 문학의 주요 테마로 삼았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번에 출간된 '테마명작관-결혼'은 그런 의미에서 흥미를 끄는 책이다. 결혼 제도의 본질과 그것에 내재된 모순에 대한 고민이 100년 전과 오늘이 크게 다르지 않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책에 실린 대문호들의 보석 같은 중단편 여덟 작품은 고전문학이 왜 시대와 국경을 뛰어넘어 영원히 사랑받는지 새삼 실감하게 한다.

서머싯 몸의 '열두 번째 결혼'은 여성들이 빠져들기 쉬운 사랑과 결혼의 환상에 대해 유쾌한 통찰을 보여준다. 파울 하이제의 '고집쟁이 아가씨'는 결혼 제도를 거부하는 주인공을 통해 여성들의 복잡한 심리를 엿보는 즐거움을 준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가을'은 기혼 여성의 현실을 예리하게 포착했고, 모파상의 '첫눈'은 억압적 결혼 제도의 속성을 여성의 입장에서 그렸다. 그밖에도 너대니얼 호손의 '혼례식의 조종 소리', 토머스 하디의 '아내를 위해서라면', 체호프의 '사랑스러운 여인', 아르투어 슈니츨러의 '죽은 자는 말이 없다' 등 대문호들이 그린 결혼 이야기는 손에서 책을 놓기 어려울 만큼 흥미진진하다.

대부분의 세계문학전집이 작가의 대표작 장편 위주로 이루어져 있는 것과 달리 '테마명작관' 시리즈는 주제를 설정하고 그에 맞는 동서양의 고전 명작들을 골라 실었다. 같은 주제이지만 시대적·공간적 배경이 다른 여러 작품을 골라 읽으며 비교해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결혼' 편은 '사랑', '가족', '사회적 약자'에 이은 '테마명작관' 시리즈의 네번째 책이다. 김난령, 유영미, 국세라, 권일영, 차원호, 정숙현, 김서연 등 국내 대표 번역자들의 매끄러운 '옮김'이 읽는 맛을 더한다. (서머싯 몸 외 지음 / 에디터 / 1만1000원)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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