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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희는 정말로 편안해 보였다. 까르르 웃음소리, 여유로운 분위기, 특유의 달변에는 봄기운 같은 따스함이 배어 있었다. 그녀의 말대로 "힘들었고, 괜찮아졌고, 삶을 즐기기 시작했기" 때문일 거다. 2008년 남편 안재환을 하늘로 떠나보낸 후 대중들 앞에 다시 서기까지 시간이 꽤 흘렀다. 정선희는 "돌아가는 길에도 풍경은 있더라"고 했다. 삶의 고비에서 힘들어하고 있을 누군가에게 건네는 '위로' 같은 말이었다. "이젠 내 삶에도 기분 좋은 반전이 있을 것만 같아 기대가 크다"는 그녀와 즐겁고 유쾌한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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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희는 '남심여심'에서 여전한 입담과 재치를 뽐냈다. 하지만 그녀의 복귀를 두고 '아직 이르다'는 시선도 존재한다. 장난스럽게 "그럼 나는 언제 나오나?"라며 웃음짓더니 "누가 기간을 정해주는 게 아니니 내가 스스로 정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세상이 저를 거부하는 소리에 몸 사리면서 언제까지나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자신을 학대할 순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보다 더 힘들고 괴로운 사람도 많아요. 저는 그래도 찾아주고 불러주는 사람이 있잖아요. 이젠 제 인생과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한 예의를 지킬 때가 됐다고 생각해요." 본의 아니게 '비싼 수업료'를 치르는 동안,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도 돌아보게 됐다고 했다. 최화정, 이경실, 이영자, 홍진경, 엄정화, 김영철 등 고마운 사람들을 거론하며 정선희는 이렇게 말했다. "내게도 가족이 있었구나…." 그녀의 인생관이 바뀌는 데는 라디오도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낮 12시에서 밤 12시로 프로그램 시간대를 옮겨온지도 벌써 1년이 됐다. SBS '정선희의 오늘같은 밤' 청취자들은 언제나 그녀의 든든한 '빽'이다. "제 인생의 가장 큰 비중이요? 저는 한번의 망설임도 없이 '라디오'라고 말할 수 있어요. 잠들기 전 누군가에게 '내일은 분명 좋아질거야'라고 말해줄 수 있어서, 또 웃게 만들 수 있어서, 하루하루가 설렙니다." 어느 청취자 부부는 15년 동안 정선희의 팬이었다며 사연을 보냈다고 한다. "부부가 동시에 한 여자를 좋아하기가 어디 쉬운 줄 아세요? 저 그런 여자예요. (웃음)"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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