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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온 까닭은?'
사행 산업이라는 무서운 낙인
국내 아케이드 게임 산업은 2006년을 기점으로 나락으로 떨어졌다. 성인용 릴게임기 '바다이야기'의 불법 개변조에 따른 사행성 파문이 엄청난 사회 문제가 된 이후 아케이드 산업은 '사회악'으로 찍히는 고초를 겪었다. 매출 규모가 급락한 것은 당연지사.
그러는 사이 불법 사행 산업은 아케이드라는 플랫폼 대신 온라인을 중심으로 규모를 계속 키워가고 있다. 마늘밭에서 수백억원의 현금 다발이 나올 정도로 그 정도는 심각하다. 불법 온라인 카지노, 불법 온라인 베팅 등의 규모는 국정원 추산으로 한해 무려 80조원까지 이르고 있다. 불법 게임장에 철퇴를 가하자 그 무대가 온라인으로 옮겨지고 있는 전형적인 '풍선효과'인 셈이다.
아케이드는 심의 불가?
'바다이야기 사태' 이후 게임물등급위원회가 출범했다. 등급분류를 궁극적으로 민간 자율로 실시하려 했으나 당시 엄청난 사태가 터지면서, 시기가 무르익을 때까지 한시적인 조직으로 만들어진 것.
그런데 게임위는 이후 2번이나 국고 지원을 받으며 연장이 됐고, 문화부는 국회에 제출한 개정안에서 게임위를 영구존속시키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15세 이용가 이하 청소년물 게임에 대해선 민간 자율에 맡기면서 아케이드 게임이나 청소년 이용불가 게임은 여전히 게임위에서 담당하겠다는 것. 더불어 게임위가 심의관련 민간위탁단체의 선정 및 관리 감독과 취소 권한까지 부여, 여전히 심의 전반에 대해 관여하겠다는 의도가 내포돼 있다.
성인용 아케이드 게임기의 경우 심의료 164만원에다 6개월 이상이 소요되지만, 심의 거부율이 90% 이상에 이른다. 또 게임위가 지정한 2개 업체가 만드는 운영정보표시장치를 의무적으로 달아야 한다. 게임 내용에 대한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일정 시간 내 돈 투입을 조율하는 운영정보표시장치의 오류로 인해 거부된 사례가 급증함에도 이를 방치한 경우가 많았다. 게다가 최근에는 이미 심의를 받은 청소년용 게임기가 뒤늦게 안전성을 이유로 심의가 보류되며 관련 업체들이 엄청난 피해를 입는 등 여러 문제가 속출하고 있다. 권력이 집중되다보니 게임위 직원들의 뇌물수수 사건까지 발생했고, 여전히 몇몇 수사기관에선 비리 혐의를 포착해 내사까지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임위에 피해의식을 갖고 있는 아케이드 게임사들이 영구존속 반대를 부르짖는 이유이기도 하다. 온라인 게임사들이 중심이 된 한국게임산업협회도 심의에 대한 민간 자율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심의는 민간에 맡기고, 관리 감독과 단속은 사법권을 가진 수사기관에 이양한다면 현재보다 훨씬 효율적인 업무 처리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진흥이 아닌 규제안?
'게임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안'에 담긴 내용에 대해서도 반발하고 있다. 게임물의 이용을 통해 획득한 결과물을 보관하거나 교환해주는 것을 금지하고, 청소년 경품 게임에 운영정보표시장치의 의무 도입안이 대표적으로 반대하는 내용.
온라인 게임은 개인 ID로 접속하기에, 자신의 캐릭터나 점수 등의 정보가 모두 보관된다. 네트워크화가 진행되고 있는 청소년 아케이드 게임기도 마찬가지. 대전게임 '철권'이나 '마법천자문 배틀' 등 청소년들에게 큰 인기를 모으는 게임기는 개인카드 등에 사용자 정보를 저장했다가 후에 다시 불러내 즐길 수 있다. 그런데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이런 류의 게임 서비스는 원천 봉쇄된다. 이는 '사용자가 쓰다 남은 점수는 개인의 재산이므로 재사용이 가능하다'는 법원의 판례를 뒤집는 사례이다.
또 운영정보표시장치가 의무 도입되면 기술심의료가 100만원 더 오르는데다 심의 기간이 한달 이상 더 걸린다. 성인용 게임기처럼 이 장치에 오류가 날 경우 어이없이 심의가 보류될 가능성도 있다. 이처럼 청소년용 게임기마저 이런저런 이유로 규제된다면, 한국 아케이드 게임산업의 미래는 장담할 수 없다.
한 게임 전문가는 "정부에서 청소년들의 사행심을 막겠다는 좋은 의도겠지만, 이런 현실적인 문제는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며 "아케이드 게임 산업의 위기는 업계에서 스스로 자초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성인용과 청소년용을 구분하지 않는 일률적인 규제로 산업을 고사 위기까지 내몰았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 삼간 태우는 실수는 하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