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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 '도플갱어' 닮은꼴 마케팅 도 넘었다!

고재완 기자

기사입력 2011-11-14 10:14 | 최종수정 2011-11-14 15:59


'김아중 도플갱어'라고 알려진 모델. 사진캡처=유튜브

'도플 갱어(doppel ganger)'. 독일어로 '이중으로 돌아다니는 사람'이라는 의미로 자신과 똑같은 환영을 본다는 뜻이다. 보통 죽음에 관련된 상징이 많은데 '도플갱어를 마주치면 죽는다'는 등의 속설이 그것이다. 현대에는 정신질환의 일종으로 보고 있어 공포영화의 소재 등으로 많이 사용됐다.

최근 국내에서는 '닮은꼴 연예인'들에게 주로 '도플 갱어'라는 수식어를 붙여주곤 한다. 하지만 많이 닮지도 않았는데 스타의 이름을 홍보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경우가 자주 눈에 띄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온통 '도플갱어' 투성이, 닮은 사람이 그리 많아?

'도플갱어'가 온라인을 달구던 2~3년전만해도 네티즌들이 순수하게 닮은꼴을 찾아내는 재미에 몰두하던 때였다. 배우 이다해와 가수 아이비부터 가수 이승철과 개그맨 박명수까지 누가 들어도 공감이 가는 '닮은꼴'이 등장했었다. 네티즌들은 이들이 가장 닮아 보이는 사진을 붙여 공개하며 재미를 더하기도 했다.

최근에도 가끔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닮은꼴들이 등장한다. SBS 일일극 '내딸 꽃님이'에 캐스팅된 배우 손은서는 소녀시대 서현을 닮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고 본인 역시 인정했다. 그는 "자꾸 닮은꼴로 거론되기도 하고 사진을 보면 또 닮은 것 같기도 해서 서현을 직접 한 번 봤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요즘 들어 말하는 '도플갱어'들은 도무지 어디가 닮았다는 것인지 찾아보기 힘든 경우도 많다. 구하라 한예슬 유이 등 닮은꼴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은 많지만 네티즌들의 공감을 얻지는 못하고 있다.

한 케이블채널 프로그램에는 아예 차승원을 닮았다는 컨셉트의 일반인이 등장하기도 했다. 성형외과 전문의의 말까지 빌어 차승원 도플갱어라고 주장했지만 머리스타일과 특유의 콧수염을 빼놓고는 그리 닮은 구석을 찾기 힘들다는 것이 시청자들의 반응이었다. 이 일반인은 배우를 꿈꾸는 지망생이었다. 이 프로그램에는 애프터스쿨 유이 닮은꼴이라는 일반인도 등장했지만 크게 공감을 얻지는 못했다. 또 다른 케이블 프로그램에 등장한 '구하라 도플갱어'라는 여성 역시 카라 구하라와 그리 닮은 모습은 아니었다. 게다가 다른 프로그램에는 다른 컨셉트로 출연한 사실까지 알려지며 조작 논란까지 불러왔다.

이처럼 최근 '닮은꼴 마케팅'에 앞장서고 있는 것은 일반인이 출연하는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다. 각종 프로그램에서 '○○○ 닮은꼴'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하며 관심끌기에 나서고 있다.


닮은꼴로 화제를 모은 바 있는 배우 이다해와 가수 아이비. 스포츠조선DB

홍보 수단 전락, 믿을게 못되네~

하지만 더 심각한 것은 '○○○ 도플갱어'라는 단어를 각종 홍보수단으로 사용하는 이들이다.

유튜브에 등장했던 '5초킬녀'라는 영상은 각종 매체 기사들을 통해 남성들의 시선을 5초 안에 사로잡는다고 하며 '김아중 닮은꼴'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어디에서도 그를 '김아중 도플갱어'라고 꼽는 네티즌은 찾아볼 수 없었다. 문제는 이것이 노골적인 성형외과 홍보라는 것이다. 이 영상을 보면 여성의 옆에는 항상 F성형외과의 간판이 자리잡고 있다. 또 포털사이트에 '5초킬녀'를 검색하면 가장 위에 이 성형외과의 링크가 뜬다. 김아중의 '미녀는 괴로워' 이미지를 차용해 '도플갱어' 마케팅에 활용한 것이다.

투애니원 박봄의 도플갱어라고 주장하는 이도 한 추석특집 프로그램에 등장했다. 박봄의 헤어스타일과 메이크업을 똑같이 따라한 그는 화제가 되긴 했지만 화장을 지운 모습은 그리 닮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홍대 박봄'이라는 별명으로 모 피부과의 시술 후기에 등장했다. 순수한 마음으로 출연했다고 하기에는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는 말이다.

또 최근 한 모델은 비키니 사진을 공개하며 소녀시대 수영 도플갱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이 배포한 보도자료를 그대로 받아쓴 매체를 빼놓고는 어느 온라인상에서도 이들이 닮았다고 하는 의견을 찾아볼 수 없다. 이 모델이 수영과 비슷한 부분이라곤 키와 몸매 사이즈 뿐이지만 이들은 '싱크로율 100%' '도플갱어' '닮은꼴' 등 각종 수식어를 써가며 이들이 닮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결국 이 모델은 자신의 다이어트 노하우를 담은 영상을 제작할 예정이라고 밝혀 의심어린 눈초리를 받고 있다.


'차승원 도플갱어'로 전파를 탄 일반인(위)와 '박봄' 닮은꼴 사진.
대놓고 쇼핑몰 홍보에 열을 올리는 이들도 있다. '한예슬 도플갱어'라고 주장하는 한 인터넷 쇼핑몰 CEO는 각도에 의해 한예슬과 닮아보이는 사진 한장을 가지고 몇개월째 꾸준히 '한예슬 도플갱어 쇼핑몰'을 홍보하고 있다. 이 여성은 줄곧 가수 데뷔를 준비중이라고 했지만 쇼핑몰만 열심히 운영할 뿐 언제쯤 데뷔할지는 오리무중이다.

S홍보대행사 김모 대표는 "연예인 누구누구를 닮았다는 것에 대해 네티즌들의 관심이 꽤 많다. 닮은꼴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유입되는 클릭수가 꽤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우리에게도 이같은 홍보전략을 들고 '누구를 홍보하자'고 하는 이들이 심심찮게 찾아온다. 하지만 해당 연예인이 항의를 해오거나 부정적 여론이 많이진다는 부작용이 심해 지양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귀띔했다. 때문에 대중들이 무분별하게 홍보수단으로 전락해버린 '닮은꼴' 마케팅에 현혹되지 않는 것이 중요해졌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한예슬(왼쪽)과 닮은꼴이라고 주장하는 모 쇼핑몰 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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