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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반가워요."
환희군은 벌써 초등학교 4학년. 엄마의 영화를 본 소감을 묻자 "재미 있었다"고 수줍게 답했다. '어린 시절의 엄마 모습도 예쁘지 않으냐'고 하니, 고개를 끄덕이며 환하게 웃었다. 환희군은 학교에서 친구들과 1박2일간 캠프를 갔다가 바로 영화관으로 달려온 길이었다. 피곤할 법도 하건만, 스크린 속 엄마에게서 한번도 눈을 떼지 않았다고 했다. 수줍음도 많고 말수도 적었지만 훌쩍 자란 키만큼 의젓한 모습이었다.
정옥숙씨도 이명세 감독에게 "오랜만에 영화관에서 딸의 모습을 봤다. 진실이를 기억해주고 이런 자리에 초대해줘서 감사하다"고 말하며 감회에 젖어들었다. 그리고 "어쩌면 그렇게 준희가 제 엄마를 닮았는지 영화를 보면서도 깜짝 놀랐다. 진실이가 말하는 모습이나 자는 모습, 표정, 말투 같은 게 준희랑 똑같다. 클수록 더 닮아간다"고 말했다. 영화에 담긴 최진실의 어릴 적 사진에서도 준희양의 모습이 오롯이 겹쳐졌다고 했다. 하지만 이날 준희양은 친구들과 놀이에 푹 빠져 함께 오지 않았다. 환희군보다 두 살 어린 초등학교 2학년. 엄마와의 추억도 더 적을 수밖에 없을 터였다.
당시 '나의 사랑 나의 신부'의 인기는 대단했다. 겨울 추위가 매서운 12월 29일 개봉했는데, 영화를 보기 위해 하루 전날부터 영화팬들이 종로 피카디리극장 앞에서 줄을 섰다. 이명세 감독은 "아침에 영화관에 갔더니 사람들 때문에 유리창이 깨질 정도였다. 매진사례를 보고는 낮부터 기쁨의 술잔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최진실의 인기도 엄청나서, 영화 포스터가 불티나게 팔렸다. 이 감독은 "포스터를 판 돈으로 영화사 직원들 월급을 줘도 됐을 정도"라고 최진실에 대한 추억을 보탰다.
이명세 감독 특별전을 찾은 배우 박상민도 자리에 들러 최진실의 가족들과 반갑게 인사했다. 고 최진영과 같한 사이였고 신인 시절 영화상 시상식에서 최진실과 함께 상을 받는 경우가 많아서 최진실과도 친해졌다. 정옥숙씨는 환희군에게 박상민을 '삼촌'이라고 소개했다.
이 자리에 모인 사람들은 최진실을 오래 기억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가 생기기를 바랐다. 특별전이나 추모관에 대한 아이디어도 나왔다. 최진실의 가족들이 모아둔 자료들도 상당하고, 사람들이 저마다 간직한 추억은 그보다 많으니, 아주 실현 불가능한 일도 아니라고 했다.
정옥숙씨는 "아이들이 커가니 돌보는 것도 조금씩 힘에 부친다. 그래도 잘 자라는 게 기특하다"며 "많은 분들이 진실이를 잊지 않아주셨으면 좋겠다"고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환희군도 씩씩한 모습으로 손을 흔들었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