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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히 피해 나오면 안 되나?"
매년 반복되는 가요계 빅스타들의 하반기 혈전을 지켜보는 음악팬이라면 한번쯤 궁금했을 법한 얘기다. 음반 출시 시기야 정하기 나름인데 굳이 빅스타들이 맞붙을 필요가 있느냐는 것. 음악팬 입장에서야 한꺼번에 여러 스타를 볼 수 있어 나쁠 건 없지만 자칫 경쟁이 지나치다보면 좋은 노래가 빛을 보지 못하고 사라지는 경우도 있어 소속사간 '사전 조율'에 대한 아쉬움은 남기 마련이다.
소속사들 역시 톱가수와의 충돌을 피하고 싶어한다. 그럼에도 최근 수년간 9~10월만 되면 반복되고 있는 가요계 빅뱅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말한다.
여기에 연말 시상식도 중요 요인이다. 상반기에 인기를 끌었던 가수라면 '화룡점정'을 위한 신곡이 필요할 것이고, 그동안 별다른 성적을 거두지 못한 가수에게도 이 때의 한 방은 판세를 뒤집을 카운터 펀치가 될 수 있다.
톱스타가 두려우랴? 또 발표하면 된다!
달라진 가요 시장도 톱가수들의 정면대결에 한몫하고 있다. 예전에는 가수가 수개월 동안 정규 앨범을 준비한 뒤 2~3개월 활동했지만 요즘은 음원 사이트를 통해 수시로 신곡을 발표할 수 있는 시스템이 정착됐다.
강태규 문화평론가는 "요즘은 톱가수들끼리 신곡 출시 시기가 겹쳐도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막상 톱가수끼리 진검승부를 펼쳐 한 쪽이 완패를 했더라도 바로 리패키지 앨범 발표를 통해 신곡을 선보이며 반격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이어 "그러다보니 가수들이 다른 가수와의 경쟁 보다는 자신의 음악이 좋으냐 안좋으냐를 더욱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계절적 요인도 빼놓을 수 없다. 가을에는 자연스럽게 발라드가 더 인기를 끄는 만큼 발라드 톱스타들은 출혈 경쟁을 감수하고서라도 이 시기를 최우선 순위에 둘 수밖에 없다.
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