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백-이규보-허난설헌…한시의 정갈한 맛 즐기세요"

임정식 기자

기사입력 2011-09-06 12:19






'물속의 꽃 그림자를 산에 핀 꽃하고 대어 보니 한 송이 한 송이가 꼭 같다. 감탄이라도 하는 듯하다. 꽃 그림자가 꽃하고 꼭 같은 것이 신기한 일일까 마는, 당연한 그 모양도 맑고 풋풋한 마음에는 유난히 선명하게 찍히는 것이리라. 이 아름다운 광경을 가마 속에 있는 신부는 보지 못한다. 산 빛이 이리 짙은 줄도, 꽃 그림자가 무논 속에 이리 아름답게 잠겨 있는 줄도 모르니 신랑은 그것이 안타까운 것이다.'

이 글은 중국 남송의 시인인 양만리가 지은 '물속엔 산꽃 그림자'의 일부다. 남송 4대가 중의 한 명인 그는 시에 속어를 썼는데 경쾌한 필치와 기발한 발상, 자유 활달한 시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한문학자인 신경주 씨가 양만리, 이백, 정지상, 왕안석, 노동, 허난설헌 등이 지은 한국과 중국의 고전 아름다운 시가 64편을 모은 '물속엔 산꽃 그림자'(어문학사)를 냈다. 한시의 고결한 멋과 깊이 있는 아름다움을 전하는 시집이다.

신씨는 "화려한 수사법이나 복잡한 시상을 떠올리며 구태여 시가 가진 고유의 함의에 다른 색깔을 입히기보다는 소박하고 꾸밈없는 감성으로 옛 시인들과 교감하여 시에 내재된 순수한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데 주력했다"고 밝혔다.

따라서 왕건, 항우, 이규보, 박제가 등이 지은 한시의 정갈한 멋과 고유한 운율을 느낄 수 있다. 각 시편마다 저자의 감상을 덧붙여 시의 내용을 더욱 깊고 세밀하게 음미할 수 있도록 했다. 임정식 기자 dada@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