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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패션쇼 무대는 어디일까. 서울 컬렉션? 해외 유명 브랜드의 패션쇼장? 청룡영화상의 화려한 레드 카펫? 아니다. 런웨이의 정점은 인천국제공항이다.
"할리우드는 동네 집 앞을 거닐거나 파티를 즐기는 스타들의 자연스러운 모습이 파파라치들에 의해 늘 노출되는 데 비해 한국은 공식 행사의 포토존이나 레드 카펫이 거의 전부였다. 완전히 드레스업된 상태 외에는 대중에게 노출될 일이 없었던 셈이다. 그런 점에서 공항 패션은 스타의 일상적 스타일 감각을 엿볼 수 있는 유일한 장소로 인식되고 있다."
두 번째는 공항 패션이 연예인의 다른 의상에 비해 비교적 따라 입기 수월하다는 점이다. 패션 디자이너 조성경씨는 "공항에서 연예인들이 입는 옷은 대부분 내추럴 룩 혹은 스트리트 룩이다. 접근 가능성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일반인들도 '저 정도면 나도 따라 입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고, 그래서 더 관심이 쏠리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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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J는 "연예인의 공항 패션이 소비자에게 어필하다 보니 스타 마케팅의 중심을 공항 패션으로 두는 회사가 많아졌다. 이를 타깃으로 하는 마케팅 대행업체가 생겨날 정도"라며 "패션 브랜드 입장에선 매출 증대를 위한 중요 수단 중 하나로 인식하게 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공항에 나가는 톱스타를 잡으려는 브랜드들의 움직임도 더 바빠졌다. 이병헌, 고수 등 톱스타가 소속돼 있는 BH엔터테인먼트의 손석우 대표는 "해외 일정을 소화하러 나가는 배우가 있을 때 어떻게 알았는지 공항 패션을 위한 협찬을 먼저 제의하는 곳이 더러 생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공항 패션을 협찬하며 연예인의 '급'에 따라 500만~1000만원의 모델비를 지급하거나 그에 상당하는 고가의 물품을 선물한다. "공항 패션으로 제대로 노출하는 게 1000만원짜리 광고를 하는 것보다 더 효과적이다. 좋은 연예인만 섭외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협찬을) 하고 싶다"는 게 최근 업계의 정서다.
문제는 본말이 전도된 과시적 스타일링이다. 패션 매거진 에디터 출신이자 '스타일홀릭'의 저자 서정은 스타일리스트는 "초창기 공항 패션이 '진검 승부'였다면, 현재의 패션은 스타일리스트가 입혀주는 '계산된 룩'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휴대폰 카메라와 일반 디지털 카메라로 스타의 모습을 찍던 몇 년 전에는 유명인들의 '진짜 패션'을 볼 수 있었지만, 요즘은 그런 재미가 없어진 것 같다"는 것이다.
스타일리스트 강윤주씨도 "어떤 여배우가 결혼식을 위해 출국할 때 한 브랜드로 위아래 모두 착용을 하거나 한여름에 브랜드의 가을-겨울 신상품을 걸치고 나오기도 하더라"고 지적하며 "이런 식으로 하면 당연히 부자연스럽고 불편해 보일 수밖에 없다. 평소 착용하는 옷, 신발, 모자, 선글라스가 아니니까. 편안해 보이면서 잘 어울려야 한다. 그게 공항 패션의 공식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원래 공항 패션이 가져야 할 미덕은 자연스러움과 편안함이다. 협찬과 홍보를 목적으로 완성된 공항 패션이 그 본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자꾸 이러면 '개그콘서트' 꽃미남 수사대에 수사를 의뢰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난리 났다, 난리 났어. 여기가 무슨 패션쇼장이야. 이 옷들 좀 봐라. 옷도 거지같이 입어가지고!"
권영한 기자 champa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