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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무너지는 것일까. 여자 프로농구 삼성생명에 드리워진 위기의 그늘이 더욱 짙어지고 있다.
지난 12월 26일 우리은행전에서 이주연과 키아나 스미스가 차례로 무릎 부상을 당해 시즌 아웃 되면서 5연패가 시작됐지만, 적어도 이 정도까지 몰릴 것이라 예상하기는 쉽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19일 최하위 하나원큐와의 경기에서 초반부터 무기력한 플레이로 밀리며 연패를 끊을 절호의 기회를 날린데 이어 KB와의 연전을 모두 내준 것이 결정적이었다. 특히 25일 KB전에 결장했던 팀의 공수 핵심 배혜윤이 무릎 통증을 딛고 28일 경기에 복귀했지만, 매치업 상대인 박지수에 블록슛을 당하는 등 철저히 눌리며 21점차로 완패, 충격은 더 클 수 밖에 없었다.
박지수를 맡아야 하는 배혜윤의 기록 수치가 떨어진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지만, 전반기에 엄청난 슛 감각으로 내외곽을 휘젓던 윙어 강유림의 최근 계속된 부진은 더욱 뼈아팠다. 강유림은 이날 3점슛을 3개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했고, 8득점 가운데 절반도 승부가 결정난 4쿼터 가비지 타임 때 나왔을 정도로 스코어러로서의 역할을 전혀 하지 못했다. 신이슬이 3개, 그리고 김단비 박혜미 이명관이 각각 2개씩 등 식스맨들이 3점슛 9개를 합작하며 3쿼터 막판까지 그나마 대등하게 맞선 것을 감안하면 더욱 아쉬웠다.
임근배 삼성생명 감독이 지적한대로 상대팀에서 당연히 강유림에 대한 맞춤 수비를 준비하고 나서는데다, 외곽 득점의 절반을 책임지던 키아나가 빠지게 되면서 부담감이 커진 것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무서운 페이스의 신한은행과 KB스타즈를 막아내고 2년만에 '봄 농구' 무대에 다시 설 수 있으려면, 그리고 만약 플레이오프에 못 나가간다고 해도 벤치 멤버들이 성장할 좋은 경험을 쌓게 하려면 결국 스스로 이겨내야 한다. KB가 전반기에 숱하게 되뇌였던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 이제는 삼성생명 선수들에게 이식될 차례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