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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동혁의 이슈분석] 코미디같은 이대성 연봉, 모비스 비상식적 이중잣대

류동혁 기자

기사입력 2019-07-02 12:48


코미디같은 일이 벌어졌다.

프로선수의 가치는 '연봉'이다. 가장 절대적 명제다.

그런데, 선수가 연봉을 깎기를 원했다. 구단 제시액과 1억원 이상 차이가 난다. 모비스 이대성 얘기다. 이대성은 올 시즌 1억9500만원에 계약을 맺었다.

모비스는 3억원을 제시했다. 양 측은 '연봉 조정협상'까지 갈 뻔 했다. 이대성은 1억9500만원에 '합의'한 구단에 "감사한다"고 얘기한다. 비아냥 거리는 말이 아니다. 진짜 고맙다는 의미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이 한 편의 '코미디'에는 상당히 복잡한 변수가 얽혀 있다.


챔프전 MVP를 받은 이대성. 축하하는 유재학 감독. 사진제공=KBL
1억9500만원 미스터리

이대성은 올 시즌 모비스의 핵심이었다. 34경기에서 나섰다. 14.1득점, 3.6어시스트, 1.5스틸을 기록했다. 그는 공격력에서 기복이 있다. 부상으로 20경기를 결장했다. 이런 약점에도 이대성의 가치는 매우 높다. 공격 뿐만 아니라 리그에서 최상급 수비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강력한 활동력과 뛰어난 운동능력으로 외국인 가드를 가장 잘 막는 선수다. 때문에 플레이오프에서 가치를 더하는 선수다. 올 시즌 KCC와의 4강전 4경기에서 평균 32분16초를 소화했다. 평균 16득점을 올렸다. 5.3 어시스트를 기록했다. 특히 KCC와의 4차전에서 챔프전 진출에 쐐기를 박는 함지훈과의 '기브 앤 고'는 압권이었다.

챔프전에서도 5경기에서 30분59초를 뛰었다. 16.2득점, 3.6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챔프전 MVP에 올랐다.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우리 팀 차세대 에이스는 이대성"이라고 항상 극찬한다.

그런데 연봉 협상에서는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다. 이대성은 "모비스에서 4시즌을 뛰었는데, 받은 총 연봉이 3억원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실제, 그는 2014~15시즌 4500만원, 2016~2017시즌 4500만원, 2017~2018시즌 6000만원, 2018~2019시즌 1억원이었다. 그동안 부상으로 제대로 나서지 못한 경기도 많았고, G리그 진출로 인한 공백도 있었다. 이런 점을 감안해도 모비스는 이대성의 연봉에 상당히 인색했다.

때문에 올 시즌, 이대성과 모비스 입장에서는 매우 중요한 연봉 협상 자리였다. 올 시즌 1억원의 연봉을 받은 이대성. 모비스는 3억원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대성은 실망했다. 결국 1억9500만원을 본인이 제시했다. 모비스 구단은 '어쩔 수 없이' 받아들였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

모비스의 이중잣대와 상대적 박탈감

모비스가 제시한 3억원은 절대적 기준에서는 나쁜 금액은 아니다. 그런데, 이대성은 단칼에 거절하고 자신의 연봉을 낮췄다. 여기에는 몇 가지 강력한 이유가 있다.

모비스와 이대성을 둘러싼 특수성을 봐야 한다. 일단, 모비스는 기본적으로 연봉에 대해 매우 '엄격'하다. 자신들의 기준을 바꾸지 않는다. 리그 최고 명장인 유재학 감독이 만들어 놓은 기틀 아래 실력이 고만고만한 선수를 키우는 능력은 탁월한 구단이다. 때문에 선수보다는 팀의 연봉 기준에 가장 큰 가치를 둔다. 이 부분은 팀의 암묵적 원칙이기 때문에 뭐라고 말할 수 없는 부분이다.

그런데, 모비스는 이 틀을 깨고 FA 시장에 나온 김상규를 4억2000만원에 잡았다. 과도한 금액이다. 단, 모비스는 포워드진이 약하다. 김상규의 성장 가능성과 올 시즌 FA 시장의 과열 등을 고려했을 때, 이 영입 또한 백번 양보해서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그런데, 모비스는 이후가 문제였다. 김상규에게는 예외적으로 거액을 투자했지만, 기존 선수에게는 그동안의 '짠물 연봉협상'을 계속 진행했다. 김상규는 지난 시즌 52경기에서 평균 3.8득점을 기록한 식스맨. 4억2000만원이다. 반면

양동근은 연봉 3억원, 인센티브 1억원 등 총 4억원에 1년 계약. 이대성에게는 3억원을 제시했다.

박탈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수치다. 즉, 모비스가 주장하는 팀내 연봉 원칙은 올 시즌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로 전락했다. 즉, 김상규를 영입했다면, 이런 '상대적 박탈감'에 대한 부작용을 충분히 고려했어야 했다.

게다가 양동근은 모비스의 '심장'같은 선수이고, 이대성은 모비스의 향후 미래를 책임지는 '차세대 에이스'다. 여기에 내년 시즌 FA로 풀린다. 그동안 FA로 풀려 팀을 이적한 이병석 김효범 등과는 가치가 다른 선수다. 그런데 아무런 배려없이 이중적 '잣대'를 들이댔다. 모비스의 명백한 실책이다.


모비스 유니폼을 입은 이대성의 모습을 어쩌면 내년 시즌 이후 볼 수 없을 지도 모른다. 사진제공=KBL
모비스의 내로남불

이대성은 표면적으로 "구단에 감사한다"고 했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1억9500만원의 연봉은 의미가 있다. 7월2일 기준으로 연봉 서열 33위다. 현행 제도에 따르면 30위 이내는 FA 계약시 '보상선수 1명+전년도 연봉 50% 혹은 연봉 200%'라는 'FA보상' 조건이 생성된다. 이대성이 1억9500만원을 제시한 이유는 보상없이 FA 시장에 나갈 수 있는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함이었다. 이럴 경우, 이대성의 FA 가치는 확실히 더 올라간다. FA로 풀리는 이대성에 대한 영입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거꾸로 보면 모비스 입장에서는 FA로 풀리는 이대성을 잡을 수 있는 확률이 떨어진다.

때문에 모비스는 3억원의 연봉을 제시했다. 연봉 서열 30위 이내로 진입시켜 FA로 풀렸을 때 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는 금액이다. 이런 차이 때문에 코미디같은 연봉 협상 과정이 나왔다.

즉, 그동안 얘기했던 '이대성은 모비스의 미래'라는 말이 실제 연봉 협상 과정에서는 전혀 적용되지 않았다. 게다가 미래를 생각한다면, 더더욱 모비스의 명백한 실책이다.

연봉협상이 끝난 뒤 이대성은 "구단에 감사하다"고 했지만, 또 한편으로는 "내 가치를 구단에서 제대로 인정해 주지 않는다는 섭섭한 마음이 크다"고 말하기도 했다. 아이러니컬한 두 마디는 모두 진실이다.

이상한 '조건'들이 너무 많은 기형적 현행 FA 제도와 함께, 모비스의 내로남불형 '연봉 산정 이중 구조'가 만들어 낸 코미디같은 현실이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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