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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분석] '비상' 삼성 이상민의 선택과 김태술의 '안정적 스틸론'

류동혁 기자

기사입력 2017-12-19 22:37 | 최종수정 2017-12-19 22:38


사실 외국인 선수의 비중이 높으면 높을 수록, 생기는 부작용이 있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농구 발전을 좀 먹는 부분이다.

'사령탑의 능력'이 온전히 평가되지 않는다. 어떤 유능한 외국인 선수를 데려왔느냐에 따라 감독의 위치와 평가가 완전히 갈려 버린다. 물론 '외국인을 뽑고 선택하고, 최대 효율성을 내는 것'도 사령탑 능력의 일부분에 들어간다.

하지만, 현 프로농구 시스템에서 이 부작용은 항상 경계해야 한다. 때문에 핵심 외국인 선수가 빠져 나갔을 때, 대처능력과 거기에 따른 경기력을 면밀히 살피는 것은 매우 의미있는 작업이다.(그 팀 사령탑의 능력을 정확히 평가하기 위해서는 승패와 상관없이, 시즌 중 부상 관리, 출전시간과 함께 부상자가 생겼을 때 대처능력이 매우 중요하다. 그 팀 경기력의 하강곡선을 면밀히 살피고, 전력에 비해 경기력이 괜찮은 지 무너지는 지가 지도자 역량을 측정하는 기준이 될 수 있다.)

삼성은 리카르도 라틀리프가 없다. 매 경기 더블-더블을 달성하는 선수다. 부상도 거의 없었다. 당연히 시즌 준비를 에이스 라틀리프를 중심으로 맞춰놨다. 그리고 부상이다. 심각한 수준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하지만, 허리와 다리 사이를 잇는 사타구니에 문제가 생겼다. 치골염이다. 매우 깊숙한 부분에 발생한 부상이기 때문에 치료가 쉽지 않다. 19일 인천 전자랜드 전을 앞두고 만난 이 감독은 "최소 5주다. 그 이상이 걸릴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서 팀을 운영해야 한다"고 했다. 이 감독은 중대한 선택을 해야 했다.


삼성 이상민 감독은 결단을 내렸고, 실행 중이다. 사진제공=KBL
70점이 마지노선

삼성은 모비스전에서 완패했다. 1쿼터부터 완전히 밀렸다. 에이스 급 선수가 빠졌을 때, 주전과 비주전의 격차가 심하고 선수층이 얇은 국내 농구는 1~2경기 '완전한 혼란함'이 올 수 있다.

삼성은 이후 극적 반등에 성공했다. 창원 LG전에서 승리를 거뒀고, 인천에서 전자랜드마저 잡아냈다.


공격에서는 상대 미스매치를 제대로 활용했고, '10개 구단 중 약한 편'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수비가 탄탄해졌다.

이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인터뷰에서 의미있는 발언을 했다. 그는 "70점 이상 실점하면 패한다는 설정을 하고 있다. 라틀리프가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팀 전력 자체가 많이 떨어진 상태다. 상황도 녹록치 않다. 이 경우, 전력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여러가지 옵션이 있다. 그런데, 사령탑의 선택에 따라 팀 자체가 많이 달라진다. 중대한 기로다.

스몰 라인업을 중심으로 공격적으로 갈 것인가, 수비적으로 갈 것인가에 대한 옵션. 거기에 따른 2, 3차 선택지가 무수하게 엇갈린다. 감독의 이런 선택에 따라 팀 자체의 전력과 경기력은 많이 달라진다.

이 감독의 큰 틀에서 선택은 수비였다.

라틀리프의 대체 외국인 선수 칼 홀은 공격 기술이 부족하고, 활동력이나 골밑 장악력 등이 모두 부족하다.

이 감독은 "홀은 무조건 스크린을 많이 걸어주고, 수비 리바운드를 많이 잡아달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했다.

삼성은 2게임에서 매우 좋았다. 수비가 조직적이었다. 앞선은 강한 압박을 걸었고, 상대가 골밑을 침투하면 적절한 더블팀으로 수비 밸런스를 유지했다. 여기에 디테일한 수비 움직임을 접목시켰다. 라틀리프가 없는 삼성의 견고한 수비력이 생겨난 이유다. 2연승의 원동력이기도 했다.


삼성 김태술은 '안정적 스틸'이라는 아이러니컬한 표현을 썼다. 하지만, 삼성에게 그 의미는 남다르다. 라틀리프가 없는 삼성이 꼭 필요한 부분이다. 사진제공=KBL
김태술의 '안정적 스틸론'

궁금했다. 아직 2연승이다. 얼마든지 반등하거나 급락할 가능성이 있는 경기력이다.

삼성 김태술은 여기에서 의미있는 얘기를 꺼냈다. '안정적 스틸'이라고 했다.

2경기에서 삼성의 스틸 개수는 22개다. 경기당 평균 10개. 물론 표본이 많지 않기 때문에 얼마든지 바뀔 수 있는 수치다. 삼성의 올 시즌 평균 스틸은 7.9개다.

김태술은 전자랜드전에서 승리한 뒤 "이런 식으로 약속된 수비를 하면 스틸 개수가 충분히 더 오를 수 있을 것 같다. 스틸이 안정적으로 될 수 있다. 우리 수비력이 더 좋아질 수 있다는 의미"라고 했다.

사실 스틸은 있는 그대로 말하면 매우 위험한 수비 방식이다. 스틸을 성공하면 공격권을 뺏지만, 실패하면 그대로 공격자에게 득점을 허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김태술은 '안정적 스틸'이라는 아이러니컬한 표현을 썼다. 그의 설명을 들으면 이해가 간다.

그는 "LG전이나 오늘 같은 경우 스틸이 나온 상황을 볼 필요가 있다. 상대의 공격을 막아낸 뒤 공격 의사가 없어질 때 가로채는 경우가 많았다. 상대가 순간적으로 방심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즉, 스틸을 위해 무리한 수비를 한 것이 아니라, 상대 공격의 예봉을 막아낸 뒤 이어지는 일련의 루틴이었다는 의미. 즉, 이런 수비가 익숙해지면 스틸 기회는 더욱 많아질 수 있고, 삼성의 수비는 더욱 견고해질 수 있다.

이 감독은 라틀리프가 없는 삼성을 위해 '수비'를 선택했다. 거기에 따른 '디테일'도 마련됐다. 삼성의 수비는 '스틸의 생산력'을 늘리며 결과물을 내려고 한다. 아직 시작점이다. 삼성의 행보를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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