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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 오세근-이정현, 1명과는 이별해야 하는 KGC?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7-05-03 20:08



안양 KGC 유니폼을 입고 통합 2연패에 도전하는 오세근, 이정현의 모습을 볼 수 있을까.

KGC는 2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서울 삼성 썬더스와의 챔피언결정전 6차전에서 승리했다. 4승2패로 창단 첫 정규리그-챔피언결정전 통합 우승을 차지했다. 2011~2012 시즌 첫 우승 후 5년 만의 우승이다.

많은 선수들이 좋은 활약을 했지만 MVP를 수상한 센터 오세근과 6차전 결승골을 성공시킨 슈터 이정현의 공이 컸다. 둘 중 한 명만 없었더라면 정규리그 1위는 물론,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할 수 없었을 것이다.

KGC는 정규리그 초반 이정현이 폭발적인 득점력을 보여주며 팀 상승세를 이끌었고, 그가 집중 견제를 받자 후반기 오세근이 골밑에서 힘을 내며 1위를 확정지을 수 있었다. 오세근은 정규리그 평균 13.98득점-8.4리바운드를 기록했다. 리바운드는 국내 선수 중 1위. 이정현도 평균 15.28득점-5.02 어시스트를 기록했다. 국내 선수 득점 1위에 올랐다.

두 선수에게 지난 5년의 아픔을 치유할 수 있는 우승이었다. 오세근과 이정현은 1987년 생 동갑내기 친구다. 하지만 오세근이 학창시절 학사 문제로 인해 대학 입학이 1년 늦었다. 오세근이 신인, 이정현이 프로 2년차였던 2011~2012 시즌, 두 선수가 야생마처럼 뛰어다니며 창단 첫 우승을 이끌었다. 그 때는 거칠 것이 없었다. 계속 우승할 것 같았다. 그러나 농구가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이후 4시즌 동안 울산 모비스 피버스, 고양 오리온 오리온스에게 우승컵을 넘겨줘야 했다. 김승기 감독 부임 첫 시즌인 지난 시즌에는 4강 진출에 그쳤다.

오세근은 우승 후 발목, 무릎 등 성한 곳이 없었다. 스포트라이트는 몰리는 데,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힘든 시간이 이어졌다. 챔피언결정전 6차전이 끝나고 플레이오프 MVP에 선정된 후 오세근이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던 이유다. 오세근은 "지난 5년간 힘든 시간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고 했다. 그는 "결혼을 하고 쌍둥이가 태어나 더 큰 책임감이 들었다. 가족 덕분에 이번 시즌 큰 부상 없이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오세근은 이번 시즌 활약으로 많은 보상을 받았다. 한 시즌 올스타전-정규리그-플레이오프 MVP를 모두 차지한 것은 2007~2008 시즌 김주성(원주 동부 프로미) 이후 2번째다. 또 2011~2012 시즌 플레이오프 MVP를 차지한 데 이어, 두 번째 MVP가 됐다. 양동근(모비스)이 3회, 김주성이 2회 수상 기록을 갖고 있다. 이제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것이다.

오세근이 여기저기 부상으로 힘겨운 시간을 보내면서 이정현의 팀 내 비중이 커졌다. 첫 우승 당시 이정현은 식스맨이었지만, 경험을 쌓으며 리그를 대표하는 최고 슈터로 성장했다. 슈터 위주의 조직적인 공격을 중시하는 김승기 감독 스타일도 이정현과 딱 맞았다. 그런 가운데 오세근이 건강한 몸으로 골밑을 지켜주자, 둘의 시너지 효과가 엄청났다. 두 사람은 이번 챔피언결정전에서 환상적인 2대2 호흡을 여러차례 보여줬다. 상대가 이정현을 막으면 골밑에서 오세근이 맹활약했고, 오세근을 막으면 외곽에서 이정현이 폭발했다.


KGC는 우승의 기쁨도 잠시. 이제 큰 난관을 넘어서야 한다. 두 선수가 동시에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었다. 오세근이 입단은 1년 늦었지만,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 면제 혜택을 받아 1년을 따라잡았다.

KGC가 통합 2연패를 달성하려면 반드시 두 선수가 필요하다. 구단도 "이제부터 두 선수와 잘 얘기를 나눠보겠다"고 했다. 하지만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 23억원 셀러리캡 안에서 이 고액 연봉자들을 모두 붙들 수 있느냐가 문제다. 둘을 잔류시키려면 올해 연봉 3억3000만원(오세근), 3억6000만원(이정현)에서 대폭 오른 돈을 안겨야 한다. 최고 연봉자는 양동근으로 7억5000만원을 받았다. 두 선수가 이 수준까지 몸값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둘을 모두 잡기 위해 나머지 선수들의 연봉을 깎을 수도 없다. 모두 우승에 큰 역할을 했다. 특히 FA 첫 해 6억원에 계약했던 양희종은 연봉이 4억3000만원까지 깎여 자존심이 상해있는 상황이다. 그나마 위안은 3억7000만원을 받은 강병현, 1억2000만원의 김기윤이 부상으로 많이 뛰지 못했고, 1억원을 받은 문성곤이 군에 입대한다는 것이다. KGC는 두 선수의 잔류를 구상하며, 이번 시즌을 앞두고 FA 자격을 얻게 되는 박찬희를 인천 전자랜드 엘리펀츠로 트레이드했다. FA 3명을 다 잡을 수 없다는 계산에서였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둘의 동시 잔류는 쉽지 않아 보인다.

주장 양희종은 우승 확정 후 "둘이 1년씩만 계약해 2연패 하고 좋은 곳으로 떠났으면 좋겠다. 그런데 두 선수 인기가 많아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농담 섞인 코멘트를 했다. KGC가 두 선수를 모두 잡기 어렵다는 걸 감안한 발언이었다.

이들과 원소속팀 KGC의 협상기간은 15일까지다. KGC 관계자는 "최선을 다하겠다. 최대한 선수들에게 맞춰줄 수 있게 노력하겠다. 안된다면 정으로라도 호소해보겠다"고 했다. 오세근은 향후 거취에 대해 "쌍둥이 아빠라 육아비가 많이 들어간다. 잘 부탁드린다"고 했고, 이정현은 "신인 때부터 뛰어온 KGC에 대한 애정이 크다. 세근이와 따로 만나 얘기를 해보겠다"고 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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