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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프로농구 신한은행과 KDB생명은 올 시즌 '동병상련'을 겪었다.
원인은 결국 불성실한 태도 때문이었다. 신한은행 정인교 감독은 "노장 샌포드의 운동 능력이 떨어지는 것은 충분히 감안한 일이다. 그런데 불성실한 자기관리와 훈련으로 팀워크를 해쳤다. 심지어 팀내 에이스로 활약하는 크리스마스에게도 나쁜 영향을 미쳤다. 보낼 수 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WKBL 규정상 부상으로 인한 이유 외에는 5라운드 이후 외국인 선수를 교체할 수 없어 포스트시즌을 외국인 선수 1명으로 치러야 하는 신한은행이었지만 이를 무릅쓰고라도 보내는 것이 나을 정도로 좋지 않았다고 한다.
테일러 역시 부상으로 지난달 초 이후 계속 경기를 나오지 못하고 있었는데, 재활 과정에서 태업을 일삼았다고 한다. 테일러는 올 시즌 국내외 선수를 통틀어 최장신인 2m3으로 골밑을 단단히 지켜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팀의 바람과는 달리 몸싸움을 기피, 외곽을 겉도는 플레이로 좀처럼 팀 전력에 플러스가 되지 못했다.
이런 이유 때문만이 아니더라도 두 팀은 지난 1월 신정자와 조은주를 중심 축으로 하는 2대2의 트레이드를 단행, 신한은행은 골밑을 강화하고 KDB생명은 리빌딩을 가속화할 수 있는 윈윈게임을 한 사이로 공통점이 많았다.
1일 두 팀은 구리시체육관에서 올 시즌 마지막 맞대결을 펼쳤다. 앞선 경기까지 6전 전승을 거둔 신한은행의 압승. 하지만 지난달 25일 KB스타즈를 꺾으며 정규리그 2위를 확정지은 신한은행으로선 굳이 전력을 다할 필요는 없었다. 정인교 감독 역시 경기 전 "주전들의 출전 시간을 조절할 것이다. 끝까지 대등하게 맞붙을 경우 굳이 무리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반면 KDB생명은 9연패 중이라 내년 시즌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승리가 필요했다.
신한은행은 그동안 부상으로 제대로 경기에 나서지 못했던 가드 최윤아를 오랜만에 스타팅으로 기용하고 하은주, 신정자, 곽주영 등 빅맨들을 번갈아 기용해 최윤아와의 호흡을 맞추고 동선을 파악하며 플레이오프에 대비하는 모습을 보였다. 멤버도 자주 교체했다. 승패에 큰 부담없는 신한은행을 상대로 KDB생명은 하지스 김소담 이경은 등의 공격을 앞세워 3쿼터까지 48-47로 앞서갔다.
그러자 정 감독은 4쿼터 시작부터 주전들을 빼고 양인영 박다정 윤미지 등 벤치 멤버를 대거 기용했다. 또 쿼터 중반부터는 김채은 서수빈 박혜미 등 퓨처스(2군)리그에서 뛰었던 선수들로만 구성했다. 결과는 KDB생명의 65대61 승리. 아픔을 함께 겪은 상대의 '배려' 덕에 KDB생명은 기나긴 연패의 터널을 탈출할 수 있었다.
구리=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