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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B생명, 신한은행 꺾으며 9연패 탈출

남정석 기자

기사입력 2015-03-01 20:38



여자 프로농구 신한은행과 KDB생명은 올 시즌 '동병상련'을 겪었다.

신한은행은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 1라운드에서 선발한 브릴랜드가 시즌 중 부상을 겪으며 대체 선수인 노장 샌포드를 뽑아야 했다. KDB생명은 2라운드에서 뽑았던 피터스가 시즌 시작하기도 전에 부상으로 이탈, 급하게 하지스로 대체해야 했다. 2명의 외국인 선수가 큰 부상없이 한 시즌을 소화한 다른 4개팀과는 달리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지난달 27일에는 똑같은 일을 겪어야 했다. 신한은행은 샌포드를, KDB생명은 1라운드에서 뽑았던 테일러를 각각 미국으로 돌려보내기로 결정하고 나머지 시즌을 치르기로 한 것이다. 이미 최하위가 확정된 KDB생명과는 달리 신한은행은 정규리그 2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 KB스타즈와 15일부터 3전 2선승제의 플레이오프를 치러야 하기에 더욱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원인은 결국 불성실한 태도 때문이었다. 신한은행 정인교 감독은 "노장 샌포드의 운동 능력이 떨어지는 것은 충분히 감안한 일이다. 그런데 불성실한 자기관리와 훈련으로 팀워크를 해쳤다. 심지어 팀내 에이스로 활약하는 크리스마스에게도 나쁜 영향을 미쳤다. 보낼 수 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WKBL 규정상 부상으로 인한 이유 외에는 5라운드 이후 외국인 선수를 교체할 수 없어 포스트시즌을 외국인 선수 1명으로 치러야 하는 신한은행이었지만 이를 무릅쓰고라도 보내는 것이 나을 정도로 좋지 않았다고 한다.

테일러 역시 부상으로 지난달 초 이후 계속 경기를 나오지 못하고 있었는데, 재활 과정에서 태업을 일삼았다고 한다. 테일러는 올 시즌 국내외 선수를 통틀어 최장신인 2m3으로 골밑을 단단히 지켜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팀의 바람과는 달리 몸싸움을 기피, 외곽을 겉도는 플레이로 좀처럼 팀 전력에 플러스가 되지 못했다.

물론 팀 성적은 확연히 갈렸다. 신한은행의 2라운드 선택 선수였던 크리스마스가 브릴랜드 이탈 이후 대부분의 경기를 풀타임으로 뛰었지만 '원맨쇼'에 가까울 정도의 기량을 선보였고 국내 선수들이 잘 받쳐줬던 반면 KDB생명은 기량 미달인 테일러를 너무 막판까지 믿었던데다 국내 선수들까지 부진하면서 3년 연속 최하위권에 머물러야 했다.

이런 이유 때문만이 아니더라도 두 팀은 지난 1월 신정자와 조은주를 중심 축으로 하는 2대2의 트레이드를 단행, 신한은행은 골밑을 강화하고 KDB생명은 리빌딩을 가속화할 수 있는 윈윈게임을 한 사이로 공통점이 많았다.

1일 두 팀은 구리시체육관에서 올 시즌 마지막 맞대결을 펼쳤다. 앞선 경기까지 6전 전승을 거둔 신한은행의 압승. 하지만 지난달 25일 KB스타즈를 꺾으며 정규리그 2위를 확정지은 신한은행으로선 굳이 전력을 다할 필요는 없었다. 정인교 감독 역시 경기 전 "주전들의 출전 시간을 조절할 것이다. 끝까지 대등하게 맞붙을 경우 굳이 무리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반면 KDB생명은 9연패 중이라 내년 시즌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승리가 필요했다.


신한은행은 그동안 부상으로 제대로 경기에 나서지 못했던 가드 최윤아를 오랜만에 스타팅으로 기용하고 하은주, 신정자, 곽주영 등 빅맨들을 번갈아 기용해 최윤아와의 호흡을 맞추고 동선을 파악하며 플레이오프에 대비하는 모습을 보였다. 멤버도 자주 교체했다. 승패에 큰 부담없는 신한은행을 상대로 KDB생명은 하지스 김소담 이경은 등의 공격을 앞세워 3쿼터까지 48-47로 앞서갔다.

그러자 정 감독은 4쿼터 시작부터 주전들을 빼고 양인영 박다정 윤미지 등 벤치 멤버를 대거 기용했다. 또 쿼터 중반부터는 김채은 서수빈 박혜미 등 퓨처스(2군)리그에서 뛰었던 선수들로만 구성했다. 결과는 KDB생명의 65대61 승리. 아픔을 함께 겪은 상대의 '배려' 덕에 KDB생명은 기나긴 연패의 터널을 탈출할 수 있었다.
구리=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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