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NO MORE CRY" KCC 김효범의 두 가지 다짐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3-01-03 12:33 | 최종수정 2013-01-03 12:34


지난해 4월 13일 서울 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스포츠조선 제정 한국농구대상 시상식에서 3점슛상을 받는 김효범.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김효범(30)은 이제 더 이상 울지 않는다. 눈물 대신 땀을 쏟아낼 뿐이다.

KCC의 파란 유니폼을 입은 김효범의 목덜미에는 빨간 줄이 길게 그어져 있다. 지난 12월 30일 고양 오리온스전에서 상대 선수의 손톱에 긁힌 흔적이다. 꽤 큰 상처지만, 김효범은 언제 누구에게 긁혔는지도 처음에는 제대로 몰랐다고 한다. 그만큼 김효범은 그날의 경기에 혼신을 다해 집중했다. 새 팀에서의 두 번째 출전 경기. 첫 번째 경기는 적응이 안돼서라고 변명할 수 있지만, 두 번째에도 제대로 못한다면 더 이상 변명의 여지는 없었다. 결국 김효범은 전성기 때의 그 모습을 보여줬고, 팀을 7연패에서 탈출시켰다. 그리고, 그는 울었다.

첫 번째 다짐 : "더 이상은 울지 않는다"

종목을 막론하고 선수들이 간혹 진한 눈물을 흘릴 때가 있다. 대부분 벅찬 감동이 몰려올 때 자기도 모르게 눈물이 나게 된다. 그간의 힘들었던 시간들도 함께 떠오르면서 다 큰 어른들이 운다. 하지만 이 눈물에 대해 손가락질하는 이는 아무도 없다. 진정성이 담긴 눈물이기 때문이다. 그들의 눈물은 보는 이를 감동시킨다. 그 눈물이 나오기까지 어떤 힘든 과정이 있었고, 또 얼마나 대단한 성과를 이뤄냈는지를 공감하기 때문이다.

김효범의 눈물도 그런 범주에 들어간다. 오리온스전 승리 후 김효범은 방송인터뷰 도중 눈물을 쏟아냈다. 한창 코트를 뛰어다니고 주목을 받아야 할 시점에 무대 뒤편으로 밀려났다가 다시 주역이 된 감동이 김효범으로 하여금 눈물을 쏟아내게 한 것이다. 어떤 면에서 김효범은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미국에서 대학을 다니던 '브라이언 킴'은 흑인 선수를 뛰어넘어 덩크를 꽂는 동영상 하나로 모비스에서 '김효범'으로 화려하게 프로에 데뷔했다.

이후 유재학 감독의 지도 아래 찬찬히 기초를 다진 김효범은 모비스의 간판스타로서 화려한 주목을 받았다. 2008~2009시즌 정규시즌 우승과 2009~2010시즌 통합우승의 중심에는 김효범이 있었다. 이 활약 덕분에 김효범은 KBL 톱클래스 스타로 부상했다. 2009~2010시즌을 마치고 FA자격을 얻은 김효범은 SK와 5년간 연봉 5억1300만원이라는 초대형 계약을 맺으며 서울로 상경했다.

그러나 SK에서 김효범은 내리막길만 걸었다. 이적 첫 시즌인 2010~2011시즌에 평균 33분간 15.2득점의 좋은 기록을 세웠으나 팀은 이전 시즌과 마찬가지로 7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모비스에서 뛸 때처럼 동료들과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한 것이다. 연봉도 삭감됐고, 성적도 떨어졌다. 결국 이번 시즌에는 벤치워머 신세가 되고 말았다.

그런 시련을 겪은 끝에 결국 KCC로 트레이드를 겪고, 다시 새 팀의 주역으로 화려하게 스포트라이트를 받자 감정이 북받친 것이다. 하지만 김효범의 눈물은 딱 그때 한번 뿐이다. 2일 전주 LG전에서도 팀의 해결사 역할을 하며 시즌 첫 연승을 이끈 김효범은 "이제는 울지 않겠다"고 했다. 서른 살이 된 사나이의 눈물은 한 번으로 족하다는 뜻이다. 대신 김효범은 새 팀에 더 많은 웃음과 기쁨을 전하는 선수가 되겠다는 다짐을 했다.


두 번째 다짐 : "KCC에 우승컵을 안긴다"

김효범은 솔직하다. SK에서 하락세의 원인이 다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에게 있다고 말했다. 그는 "솔직히 내가 보기에도 농구를 너무 못했다. (SK 주전이 될 만한) 실력이 떨어졌다. 내가 감독이라도 나를 안 썼을 것"이라고까지 했다. 몸이 아파서 농구가 안 된 것이다. 김효범은 "비시즌에 몸이 너무 안좋았다. 이전 시즌에 다친 발목도 계속 아팠고, 허리 디스크도 재발했다. 두 부위 모두 수술까지 고려할 정도였다"며 SK에서 부진했던 이유가 부상에 있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변명은 프로의 세계에선 통하지 않는다. 이를 잘 알고 있는 김효범 역시 묵묵히 몸상태를 끌어올리는 데에만 주력했다. 다행히 허리 디스크 증세는 재활로 완치됐고, 발목도 상태가 호전됐다. 그러는 동안 주전자리는 사라지고 말았다. 어찌보면 억울했을 법도 하다. 그래도 김효범은 다른 사람을 탓하지 않았다. "그냥 기다렸다. 언젠가는 기회가 올 것이고, 그때가 되면 더 잘하겠다는 생각만 하면서 참고 기다렸다".

그런 기회가 KCC에서 돌아왔다. 전혀 예상치 못했지만, 어쨌든 기다림의 해답은 나왔다. 김효범은 "다행히 몸을 잘 만들어놓고, 디스크도 완치가 된 덕분에 KCC에서 이만큼 뛸 수 있는 것 같다. 운동 안하고 방황했다면 기회가 왔어도 못 뛰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회는 준비하는 자에게 온다는 격언처럼 김효범은 시련의 끝자락에서도 미래를 준비한 덕분에 KCC의 새로운 해결사가 될 수 있었다.

이제 KCC의 로고를 가슴에 박고 세 경기를 치른 김효범은 꿈이 있다. 모비스와 SK를 거쳐 KCC에서 제3의 농구인생을 시작한 만큼, 반드시 KCC에 우승을 안기고 싶다는 것이다. 그는 앞으로의 목표를 묻는 질문에 거침없이 "우승이다"라고 말했다. 비록 이번 시즌은 최하위에 머물고 있지만, KCC는 충분히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저력이 있다고 믿는 것이다. 김효범은 "이번 시즌은 운이 없지만, 강병현과 하승진 등 군복무 선수들이 돌아오면 KCC는 다시 일어설 수 있다. 그때까지 내가 팀에 도움이 되는 선수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그래서 반드시 우승을 이뤄내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김효범의 새로운 농구 인생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전주=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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