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프로농구 외국인 선수난에 신음하는 이유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12-12-21 06:24


오리온스 테렌스 레더의 대체 선수 스캇 메리트(오른쪽)가 LG 클라크의 골밑슛을 저지하고 있다.
고양=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2.12.12/



"쓸만한 물건이 없다."

올시즌 프로농구가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고충이 있다.

이른바 '용병난'이다. 외국인 선수의 기량이 떨어진데다, 그나마 있는 쓸만한 자원도 없다는 것이다.

과거 프로농구에서 용병은 전력의 50%를 차지한다는 말도 있었다. 하지만 자유계약제에서 드래프트제도(2명 보유-1명 출전)로 변경한 뒤 맞은 올시즌에는 용병 덕을 본다는 팀은 거의 없다.

물론 용병의 비중이 떨어지면 국내 선수 기회가 늘어나고 빛이 날수도 있다.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득점력과 경기수준이 떨어지는 바람에 농구가 재미없어진다는 역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더구나 각 팀들은 용병난 때문에 걸핏하면 교체하고, 수준 낮아진 용병에 맞춰 패턴을 짜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다.

용병난은 통계상으로 확연히 알 수 있다. 서울 삼성 구단이 자체조사를 통해 올시즌 용병 교체 횟수를 조사한 결과에서다.

이 조사에 따르면 3라운드 중반에 접어든 올시즌 현재 총 용병 교체 횟수는 17회에 달했다. 이는 지난 2010∼2011시즌(11회)과 2009∼2010시즌(15회)의 전체 교체 횟수를 뛰어넘은 것이다.


시즌이 개막하기도 전에 교체한 경우는 올시즌 7회로 2010∼2011시즌(3회)과 2009∼2010시즌(2회)에 비해서도 월등히 많았다. 2011∼2012시즌은 1명 보유 자유계약제였기 때문에 비교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처럼 교체가 잦은 것은 부상 탓도 있지만 용병 수준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수준은 왜 그렇게 떨어진 것일까.

어찌보면 이유는 간단하다. 시장논리와 마찬가지로 '싼 게 비지떡'인 까닭이다. 용병의 몸값을 크게 떨어뜨렸으니 드래프트 시장에는 그 가격에 맞는 수준의 선수들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른바 '급'이 좀 되는 선수들은 "그 돈 받고는 못뛰겠다"며 한국농구 드래프트를 외면한 것이다.

2011∼2012시즌 자유계약제 시절에는 용병의 몸값이 최고 40만달러(약 4억2900만원·인센티브 5만달러 포함)였다. 그러나 올시즌 드래프트제로 바뀌면서 1라운드 선수의 경우 24만5000달러(약 2억6300만원), 2라운드 선수 17만5000달러(약 1억8700만원)로 양분됐다. 두 선수 합산 42만달러는 과거 드래프트제를 시행했을 때와 같은 수준이다.

여기에 올시즌 들어 추가로 바뀐 것이 있다. 국내에서의 소득에 따른 세금 22%(소득세+주민세)를 용병이 부담토록 한 것이다. 과거에는 이들 세금을 구단에서 내줬지만 재정부담을 덜기 위해 선수부담으로 변경됐다. 결국 용병들이 실제 쥐는 연봉은 각각 19만1100달러(약 2억500만원), 13만6500달러(약 1억4600만원)로 크게 줄어든다.

종전과 비교해 한국에서 챙길 수 있는 수입이 급감하게 되니 그 수준에 맞는 선수들이 드래프트에 참가하고, 성에 차지 않은 구단은 자꾸 용병을 바꾸는 악순환이 되풀이되는 것이다.

구단 입장에서는 용병 교체때마다 에이전트 수수료(연봉의 10%)를 지불하고, 취업비자 발급을 위해 제3국으로 일시 출국시켰다가 다시 입국시키는 비용 등을 감안하면 연봉 축소 효과를 누리지 못하게 된다.

결국 헐값에 수준 이하 용병이 몰려있으니 바꾸고 싶어도 마땅히 눈에 드는 선수가 없는 감독이나, 바꿀 때마다 과욋돈 써야하는 구단이나 괴롭기는 마찬가지다.

이와 함께 수비자 3초룰이 폐지된 것도 용병난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수비자 3초룰은 국제대회 규정에 맞추기 위해 폐지한 것이지만 NBA(미국프로농구)서는 여전히 존재한다. 용병들은 대부분 미국 농구에 적응된 선수들이니 3초룰 폐지가 생소할 수밖에 없다.

국내농구에서 용병들의 주된 역할이 골밑에서 이지슛을 쓸어담아 주는 것인데 3초룰 폐지로 집중 수비를 당하니 적응도 안될 뿐더러 힘들어 죽을 노릇이다. 그만큼 제기량을 발휘못하고 수준이 떨어져 보이도록 만들기도 한다.

지난달 오리온스에서 뛰다가 자진 퇴출된 테렌스 레더의 경우가 대표적인 케이스다. 레더는 최근 몇년간 KBL 최강의 용병이었다. 하지만 3초룰이 폐지되기 전의 이야기다. 결국 올시즌 오리온스에서 한계를 느끼게 된 레더는 자신의 활용도가 낮아질 것을 우려해 구단에 보장조건을 요구했다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스스로 달아난 것이다.

한 구단 관계자는 "용병 드래프트 제도를 한시즌 만에 또 바꾸자는 것은 무리가 있다"면서도 "용병의 연봉을 현실화하는 등 다른 측면의 보완대책을 고민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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