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품환상과 시너지 효과에 대한 균형
세 혼혈선수가 둥지를 옮겼다고 해서 자동적으로 팀 전력이 향상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이 팀에 동화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문태영과 이승준은 팀 플레이에 대한 적응도가 매우 좋지 않다. 좋은 운동능력을 갖췄지만, 수비가 약하고 개인 플레이로 경기를 그르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이들을 데려간 소속팀이 모비스와 동부라는 점이다. 모비스 유재학 감독과 동부 강동희 감독은 전술적인 완성도가 매우 높은 사령탑들이다.
유 감독은 광저우 아시안게임을 대비한 LA 전지훈련에서 이승준을 환골탈태시킨 바 있다. 수비에 리바운드에 집중하게 하면서 팀 공헌도를 최대치로 끌어올렸다. 유 감독은 "팀이 문태영을 고려해야 할 부분과 문태영이 팀을 고려해야 할 부분들을 정확히 나눌 것"이라고 했다. 최대한 문태영의 능력을 끌어냄과 동시에 팀 플레이어로 바꿀 것이라는 의미.
강 감독 역시 "김주성이 있기 때문에 이승준을 어떻게 써야할 지에 대해서는 고민해 봐야 한다. 둘의 시너지 효과가 날 수 있도록 전술을 조율하겠다"고 했다. 동부는 스몰포워드 용병을 데려오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오리온스 추일승 감독은 수비와 조직력에 일가견이 있는 사령탑이다. 그는 지난 시즌 좋은 전술능력을 보였지만, 리딩가드의 부재로 아깝게 6강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그러나 최진수 등 어린 선수들의 성장을 알차게 이끌어낸다. 전태풍의 가세는 천군만마. 하지만 그가 추구하는 강한 수비조직력과 전태풍의 플레이의 접점을 찾아야 하는 숙제도 있다.
즉 이들의 합류가 성적을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들의 합류로 모비스와 동부의 전력은 더욱 탄탄해졌고, 오리온스는 화룡점정을 찍었다. 세 팀의 사령탑 역시 만만치 않은 능력을 보유한 감독들이기 때문에 시너지 효과가 기대되는 것도 사실이다.
특이한 혼혈선수 제도
4년 전 KBL(한국농구연맹)은 혼혈선수 제도를 도입했다.
의도가 그리 좋진 않았다. 용병 2명에서 1명으로 축소된 상황. 리그의 흥미가 떨어질 것으로 우려한 KBL은 '하프 코리안'을 영입하는 제도를 통과시켰다. 용병이 1명으로 줄어든 상황에서 탄력이 좋은 혼혈선수들이 리그에 활력을 불어넣어 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KBL의 '용병이 없으면 흥미가 떨어진다'는 시각 자체가 문제였다. KBL은 혼혈선수 제도를 너무 급하게 진행했다.
여러가지 문제가 있었지만, 전태풍을 비롯해 문태영 이승준 등이 대거 한국무대에 진출했다. 그리고 특이한 FA제도(3년이 지난 뒤에 FA로 풀린다)를 탄생시켰다. 결국 이 제도는 국내선수들과 다른 역차별을 낳았다. 국내선수 FA는 5년. 하지만 혼혈선수는 3년 뒤 '대박'을 터트릴 수 있었다.
현 제도에서 혼혈선수에게 줄 수 있는 연봉 상한선은 5억원. 결국 지명권을 가지고 있는 오리온스, 모비스, 동부, SK 등 모든 구단은 5억원을 제시했다. 혼혈선수 영입은 전력 강화를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길.
그러나 혼혈선수들이 한국농구 발전에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 지는 곰곰히 생각해 봐야 한다. KBL은 단지 한국농구가 아닌 KBL 리그의 흥미를 위한 단편적인 시각으로 혼혈선수 제도를 만들었다. 그러나 부족한 기본기, 떨어지는 전술적응력, 나태한 훈련태도 등은 문태종을 제외한 모든 혼혈선수들의 문제다. 실제 전태풍은 올 시즌 6강 플레이오프를 비롯해 항상 잔부상에 시달려왔고, 문태영과 이승준의 소속팀은 제대로 된 성적을 낸 적이 없다. 오직 문태종 만이 혼혈선수의 모범적인 사례다.
때문에 일부에서는 혼혈선수 제도를 수정,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혼혈선수제도를 폐지하고, 국내선수들과 똑같은 조건으로 경쟁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