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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희종, 그는 더 이상 '반쪽 선수'가 아니다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2-03-25 15:31


부산 KT와 안양 KGC의 2011-2012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 4차전 경기가 24일 부산사직체육관에서 열렸다. KGC 양희종이 3점슛을 성공한 후 환호하고 있다. 부산=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KGC와 KT의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 4차전이 열린 부산사직체육관. 박빙이던 3쿼터 내내 침묵하던 KGC 양희종이 3점 라인 밖에서 던진 공이 깨끗하게 림을 갈랐다. 경기장을 찾은 KT팬들이 고요해졌다.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양희종의 2번째 3점슛이 오른쪽 45도에서 터졌다. 양희종은 그동안 숨겨왔던 울분을 모두 터뜨리듯 주먹을 휘두르며 세리머니를 펼쳤다. 경기는 끝나지 않았지만 사실상 KGC가 챔피언결정전 티켓을 손에 쥐던 순간이었다.

'반쪽 선수'라는 평가에 대한 양희종의 솔직한 심경

한 농구 관계자는 양희종에 대해 "슛 성공률만 조금 더 높으면 허 재(KCC 감독) 이후 최고의 선수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만큼 무궁무진한 잠재성을 갖고 있다는 뜻. 부족한 게 없다. 동포지션에서 대인 방어는 누구도 따라올 수 없다. 빠른 스피드를 이용한 돌파도 훌륭하고 간간이 찔러주는 어시스트 능력도 갖췄다. 몸을 사리지 않고 투지도 넘친다. 심지어는 얼굴도 잘생겼다. 하지만 항상 그를 지긋지긋하게 따라다니는 꼬리표가 하나 있다. 바로 '슛이 없는 슈터'라는 것이다.

정규리그 뿐 아니라 플레이오프를 앞두고서도 상대팀 감독들은 "양희종을 버릴 것"이라고 공공연히 말해왔다. 양희종이 외곽에서 찬스가 나면 수비를 가지 않고 다른 선수들에 대한 수비를 집중하겠다는 뜻이었다. 다른 슈터들에 비해 떨어지는 3점슛 성공률 때문이었다. 양희종의 이번 정규시즌 3점슛 성공률은 26.5%. 챔피언결정전에서 만날 동부의 같은 포지션인 윤호영이 40.7%, 전자랜드 슈터 문태종이 33.5%를 기록했다.

양희종은 4차전 경기를 마친 후 "솔직히 많이 속상했다. 그런 평가를 듣는데 좋을 사람은 없지 않겠는가"라며 "그럴수록 '실전에서 보여주자'라는 다짐을 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하지만 자꾸 슛을 던질 때 팔에 힘이 들어갔다"고 고백했다. 꼭 성공시켜야 한다는 부담감에 자기도 모르게 힘이 들어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슈터들의 폼은 무너지고 만다.

KT전 한방으로 설움 털어벼렸다

사실 양희종의 외곽슛 성공률이 처음부터 떨어졌던 것은 아니다. 삼일상고, 연세대 재학시절에는 팀의 주득점원이었다. 프로 데뷔 첫해인 2007~2008시즌 3점슛 성공률이 29.26%였고 이듬해에는 40경기에 출전, 3점슛 성공률 36.36%를 기록했다. 양희종 본인도 "난 전문 슈터가 아니기 때문에 슛이 뛰어났다고 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지금같이 극단적인 평가를 들었던 적은 없었다"고 고백했다.

결국 지난해 열렸던 아시아선수권대회가 그의 발목을 잡았다. 양희종은 오른쪽 무릎과 발목부상으로 역대 국가대표 출전 대회 중 최악의 모습을 보였다. 특히 외곽슛이 전혀 말을 듣지 않았다. 부상으로 인해 몸의 밸런스가 완전히 흐트러졌기 때문이었다. 런던올림픽 출전권이 걸렸던 중요한 대회. 많은 농구팬들의 이목이 집중됐고 그렇게 양희종은 외곽슛이 부정확한 선수로 낙인 찍히고 말았다.


양희종은 "여기저기서 슛에 대한 얘기를 해 신경을 쓰지 않을래도 안 쓸 수가 없었다"며 힘들었던 시간을 돌이켰다. 실제 양희종은 매일 같이 슈팅연습을 한다. 그리고 연습 때는 매우 높은 성공률을 기록한다. 동료들이 "왜 시합에서는 넣지 못하냐"라고 농담을 할 정도다. 즉,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라 심리적인 영향으로 슛 성공률이 떨어지고 있었다.

그렇게 심리적으로 무너질 찰나에 플레이오프를 맞았다. 수비에서는 제 역할을 했지만 1, 2, 3차전 역시 외곽슛이 문제였다. 4차전 역시 경기 초반은 마찬가지. 하지만 4차전에서는 다른 점이 있었다. 자신감을 잃지 않고 계속해서 슛을 던졌다. 그렇게 3쿼터에 승부를 결정 짓는 3점슛을 터뜨린 후 포효했다.

양희종은 "이제 주변의 평가는 더 이상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며 "KT전을 통해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전부 털어버렸다. 이제는 내 역할에 더욱 충실하면 된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챔피언결정전을 치를 동부에는 라이벌 윤호영이 버티고 있다. 양희종은 윤호영에 대해 "정말 상대하기 힘든 선수"라고 인정하면서도 "윤호영도 분명 나를 어려워 할 것"이라며 쉽게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고 당당히 밝혔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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