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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온스, 제주 전지훈련에 숨겨진 특별함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11-09-19 18:06


제주도 서귀포에 전지훈련 캠프를 차린 오리온스가 상무 선수들과 연습경기를 하고 있다. 최만식 기자


경기도 고양으로 연고지를 옮긴 프로농구 오리온스가 독특한 컨셉트의 전지훈련으로 관심을 모은다.

오리온스는 지난 14일부터 22일까지 제주도 서귀포시 한화호텔에 둥지를 틀고 1개월 앞으로 다가온 2011∼2012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대다수 다른 팀들이 미국, 호주, 일본 등지로 해외 전지훈련을 다녀왔지만 오리온스는 제주도를 선택했다.

오리온스가 굳이 제주도를 전지훈련지로 선택한 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해외 전지훈련 못지 않은 실속을 챙길 수 있는 방책이 있기 때문이다.

신임 추일승 감독(48)의 지휘 아래 서귀포 88체육관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오리온스의 전지훈련에는 특별한 게 숨어 있었다.

연습 상대 '블루칩' 상무를 독점하다

오리온스는 상무를 서귀포로 초청했다. 상무를 상대로 무려 6차례에 걸쳐 연습경기를 치른다. 추 감독이 과거 상무 사령탑을 지냈던 인연으로 상무 부대를 찾아가 얻어내 결실이었다. 당초 일본 프로리그 팀을 초청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것 저것 해달라는 게 너무 많고 까다롭게 굴어서 상무로 선회했다. 상무의 전지훈련 비용을 대주는 게 오히려 경제적이기도 하거니와 전력상 웬만한 해외 프로팀 못지 않았다. 그도 그럴것이 상무는 현재 막강 전력을 자랑하고 있다. 강병현 김영환이 아시아농구선수권 국가대표로 차출됐는 데도 불구하고 남아있는 자원만으로도 프로 주전급들이 즐비하다. 제대 4개월 앞둔 함지훈(모비스)을 비롯해 차재영(삼성) 이현민 기승호 (이상 LG) 정영삼(전자랜드) 이광재(동부) 하재필(KCC) 등이 주축이다. 1997년부터 2003년까지 상무를 이끌어던 추 감독은 "과거 현주엽 이규섭 신기성 등을 데리고 있을 때에 버금갈 만큼 막강한 전력"이라고 말했다. 오죽하면 상무가 너무 막강한 나머지 대학팀에 기회를 주기 위해 다음달 열리는 전국체전의 경기도 대표에서 제외됐을까. 다른 프로 구단도 비시즌기 연습 대상으로 가장 선호하는 팀이 상무다. 이런 상무를 상대로 오리온스는 연습경기 강행군을 벌이면서 해외 전지훈련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한 팀만 상대할 경우 전술 연습이 단조로워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상무는 선수교체를 5명씩 한꺼번에 할 수 있도록 했다. 게다가 상무의 '군인정신'도 배울 수 있다. 지난 3시즌 연속 9, 10위에 그쳤던 오리온스가 패배의식을 떨쳐버리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군인정신'이다. 용병 부상 때문에 일본 전지훈련을 취소한 전자랜드도 21일부터 24일까지 서귀포로 달려가 상무를 활용하기로 했다.


오리온스 추일승 감독이 상무와의 연습경기를 마친 뒤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다. 최만식 기자


약속의 땅과 승부사 추일승의 만남

제주도는 오리온스에게 약속의 땅이다. 3년 만에 제주 전지훈련을 부활한 것도 이 때문이다. 오리온스는 마르커스 힉스와 피트 마이클을 앞세워 이른바 잘나가던 시절(2002∼2007년)에 전지훈련지로 제주도를 자주 이용했다. 제주도에서 한 시즌을 준비했을 때 재미를 봤던 추억을 재현하고 싶은 것이다. 오리온스 김백호 사무국장은 "비용절감을 떠나 해외 전지훈련지보다 좋은 자연 환경에서 체육관을 마음놓고 사용할 수 있는 제주도가 우리에겐 약속의 땅이나 다름없다"고 했다. 여기에 '약속 잘 지켰던' 추 감독의 이미지와 약속의 땅은 절묘하게 부합된다. 오리온스은 다음시즌에 '새로운 도전'을 모토로 삼고 있다. 이 도전의 중심에 추 감독이 있다. 2003년 신생 KTF(현 KT)의 감독으로 부임한 추 감독은 코리아텐더 시절부터 만년 하위권이었던 KTF를 3시즌 연속 플레이오프에 진출시켰다. 특히 2006∼2007시즌에는 창단 후 처음으로 챔피언 결정전에 올려놓으며 "신생이지만 3년 안에 무시할 수 없는 팀의 기초를 다져놓겠다"던 당시의 약속을 지켰다. 연고지를 이전하고 마지막 프랜차이즈 스타 김병철마저 은퇴한 오리온스는 지금 새로 창단하는 팀이나 마찬가지다. 그 신생팀을 추 감독이 또 맡았다. 추 감독은 제주 전지훈련지에서 거창한 약속을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부임 첫 시즌의 목표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갈 데까지 가야죠." 지난 시즌 꼴찌 오리온스는 사실 6강 플레이오프 언저리에라도 가는 게 당면과제다. 하지만 추 감독은 그 이상을 바라보고 있는 듯했다. 서귀포 88체육관에서 오리온스 선수들의 땀냄새가 유독 진하게 풍겨나는 이유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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