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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천하'의 투타 겸업 영웅도 고국에서 열리는 개막전을 마냥 편하게 뛸 수는 없었던 모양이다.
이날 다저스는 오타니의 방망이에서 공격의 물꼬를 텄다.
오타니는 0-1로 뒤진 5회초 세 번째 타석에서 첫 안타를 뽑아내며 역전의 발판을 마련해 줬다. 5회 1사 1루서 컵스 우완 벤 브라운을 상대로 우전안타를 쳐 1,3루로 찬스를 연결했다. 브라운의 4구째 85.6마일 바깥쪽 높은 너클커브를 잡아당겨 107.4마일(172.8㎞)의 라인드라이브 타구를 우익수 쪽으로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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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저스는 2점차 리드가 이어지던 9회 오타니의 2루타를 발판으로 쐐기점을 올렸다. 오타니는 우완 라이언 브레이저를 상대로 볼카운트 2B2S에서 5구째 85마일 몸쪽으로 낮게 떨어지는 슬라이더를 잡아당겨 우익선상에 떨어지는 2루타로 연결했다. 타구속도가 107.8마일(173.5㎞)에 달했다. 이어 오타니는 에드먼의 2루수 땅볼 때 3루로 진루한 뒤 에르난데스의 좌전안타로 홈을 밟아 4-1로 점수차를 벌렸다.
오타니는 경기 후 현지 중계진 인터뷰에서 "오랜만에 경기를 하면서 긴장감을 느꼈다. 4~5회가 돼서야 좀 괜찮아졌다"며 "그런 의미에서 분위기에 적응하려면 두 타석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그리고 경기 후반에 적응을 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ESPN은 19일 '오타니는 신경, 불안, 산만함 등 대부분의 인간을 괴롭히는 다양한 조건에 영향을 받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의 고국에서 정규시즌 개막전을 치르면서 모든 것이 바뀌었다'고 논평했다. 오타니도 인간인지라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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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오타니가 긴장하는 걸 본 적이 없다. 무엇보다 일본 국가가 연주되는 동안 그가 감정적으로 어땠는지 분명하게 봤다. 그게 모든 걸 말해준다"고 말했다. 오타니가 경기 전 일본 국가가 나오는 동안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오타니가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뒤 구단 유니폼을 입고 일본서 경기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2023년 WBC에서는 일본 대표팀 일원으로 그라운드를 누볐지 메이저리그 소속은 아니었다. 더구나 오타니는 지난해 10년 7억달러에 다저스로 이적한 뒤 50홈런-50도루를 마크하며 만장일치로 MVP에 올라 이번 도쿄시리즈를 맞는 소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일본 팬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입장에서 긴장은 당연히 밀려드는 감정이었을 터.
ESPN은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대부분의 관중은 오타니를 제외하고 누구를 응원하고 무엇을 응원할지 결정할 수 없었다는 듯 조용했다'며 '확실히 혼란스러웠다. 첫 5이닝 동안 팬들이 다저스를 응원했다면 이는 이마나가를 응원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반대로 컵스를 응원했다면 이는 야마모토를 응원하지 않았다는 걸 의미한다. 하지만 오타니에 대해서는 일거수일투족이 경이로움으로 받아들여져 그런 갈등을 보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날 양 팀 선발 야마모토와 이마나가를 두고 일본 팬들이 저마다 다른 응원 양상을 보였지만, 오타니가 타석에 들어설 때면 4만2365명이 모두 그에 열광했다는 얘기다. 오타니가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던 이유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