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광주=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그토록 염원하던 '우승포수'의 꿈이 이뤄진 순간, 김태군(35)은 폭풍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군 복무를 마친 뒤 사라진 주전 타이틀.
'백업'이란 달갑잖은 꼬리표를 달면서 이를 갈았다. 그러나 그를 향한 세상의 시선은 좀처럼 바뀌지 않았다. 설 자리도 점점 좁아졌다.
|
|
한준수와 함께 로테이션을 돌며 때론 안정적으로, 때론 뚜렷한 소신으로 투수들과 호흡을 맞췄다. 이번 한국시리즈에선 4차전 만루포, 5차전 역전 결승타 등 수비는 물론 타격에서도 빛나는 활약을 펼쳤다. 시리즈 MVP 투표에서 동갑내기 김선빈에 불과 1표차로 밀려 2위에 그쳤다. 한국시리즈 MVP가 1표차로 갈린 건 이번이 처음. 그만큼 김태군의 활약상은 강렬했다.
김태군은 "지나간 일들이 너무 생각났다. 참 어찌 보면 짧은 순간인데, 이걸 위해 그렇게 참았나 생각이 들더라"고 말했다. 그는 "군 전역 후 계기가 없었는데 삼성으로 트레이드 된 게 좋은 발판이 됐다. 그러다 KIA에 오게 됐다. 그 모든 순간이 주마등 처럼 스쳐 지나갔다"고 오열 순간의 감회를 밝혔다. 1표차로 놓친 MVP에 대해서는 "아쉽거나 서운한 건 단 하나도 없다. 오히려 친구에게 더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며 "내게 가장 큰 목표는 우승이었다. 이 우승을 해야 그동안 나를 향했던 모든 시선이 바뀔 거라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힘겨운 시간을 이겨내기 위한 방법은 끊임없는 투자와 피나는 노력이었다. 김태군은 "프로 입단 후 3개월 동안 너무 힘들었다. '나는 이 정도 밖에 안되는 선수'라는 생각도 했다"며 "내가 남들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은 나만의 특별한 걸 만드는 것 뿐이었다. 기본적인 것부터 시작하려 했다. 실내 훈련 때는 기계와 될 때까지 싸웠다"고 돌아봤다. 이어 "포수는 저평가로 출발하는 자리지만, 그 포수 한 명이 팀 분위기를 바꿀 수도 있다. 똑똑한 포수 한 명이 있으면 우승까지 할 수 있다는 사실도 배웠다. 장비를 차고 앉아 있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장차 포수를 꿈꾸는 친구들에게 포지션에 자부심을 가졌으면 한다"는 바람도 전했다.
|
김태군은 "올해를 계기로 내 이미지를 어느 정도 깼다고 생각한다. 이번 주 내내 아마 많이 이야기할 것 같다(웃음). 이젠 정말 당당하게 '우승 포수'라고 말할 자신 있다"고 미소 지었다. 야구를 시작한 이후 가장 행복한 밤이 공을 받는 자, 그의 품에 안겼다.
광주=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