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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국내 팬들에게는 2000년을 전후해 LA 다저스 박찬호 도우미로 잘 알려진 개리 셰필드는 타석에서 분주한 루틴과 파워풀한 스윙으로 사랑받은 강타자였다.
그렇다면 셰필드는 왜 외면을 받았을까. MVP 7회에 빛나는 배리 본즈와 사이영상 7회를 수상한 로저 클레멘스도 HOF에 못 들어갔는데 셰필드가 무슨 대수냐라고 반문할 수 있다. 그러나 본즈와 클레멘스는 전성기의 절반 정도가 스테로이드로 얼룩졌다는 이유가 너무도 자명했다.
물론 셰필드도 스테로이드 스캔들에 휘말렸다는 걸 부정하기는 어렵다.
셰필드는 2021년 40%를 넘어섰고, 2023년에는 55.0%를 기록하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하지만 마지막 기회에서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본즈와 클레멘스는 자격 마지막 해인 2022년 66.0%, 65.2%의 득표율을 기록했는데, 셰필드도 이들과 비슷한 수준에서 고배를 마셨다고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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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1월 다저스에서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로 트레이드된 셰필드는 스프링트레이닝이 시작되기 전 배리 본즈의 초청을 받아 그의 집이 있는 샌프란시스코에서 함께 지냈다. 출신도 다르고 같은 팀에서 뛴 적도 없는 둘이 왜 친해졌는 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셰필드는 그해 초 에이전트를 본즈와 같은 스캇 보라스로 바꿨을 정도로 서로 믿음이 두터웠던 것으로 보인다.
본즈는 그곳에서 제약회사 발코(BALCO) 관계자이자 자신의 트레이너인 그렉 앤더슨을 셰필드에 소개해줬는데, 그가 건강보조제라며 몇 가지 약제를 건네줬다. 당시 무릎 수술을 받은 셰필드는 재활에 도움이 될 거라는 말을 믿고 연고제를 사용했다. 그러나 스테로이드 계열인 테스토스테론 성분이 담겨 있을 거라곤 전혀 상상하지도 못했다고 한다.
이 사건으로 셰필드는 약물 복용 명단을 폭로한 '미첼 리포트'에 이름이 등장했고, 낙인이 찍히고 말았다. 이후 셰필드는 약물 사용을 시인했지만, 2014년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I) 인터뷰에서 "당시 수술 부위에 바르면 효과를 볼 수 있을 거라고 설명해줬는데, 그런 나쁜 성분이 있을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며 "본즈는 '아무 것도 묻지 말고 날 믿으라'고 했다. 날 속였다는 사실에 분노를 참을 수 없었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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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스테로이드 사건이 없었다면 셰필드는 HOF에 들어갔을까. 그는 통산 통산 타율 0.292, 2689안타, 509홈런, 1676타점, 1636득점, 253도루, OPS 0.907를 기록했고, 9번의 올스타와 5번의 실버슬러거를 수상했고, 1997년에는 플로리다 말린스에서 월드시리즈 우승도 경험했다.
통산 500홈런 이상을 치고 bWAR 60.5인 선수가 탈락했다면 실수 아닌 실수로 접한 '약물'이 앞을 가로막았다고 봐야 하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