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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저우(중국)=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취재진 앞에 선 사령탑은 애써 다음 기회를 말했다. 하지만 선수들의 침울한 표정에 현실이 그대로 묻어났다.
반면 한국은 마운드가 비교적 잘 버틴 반면, '물방망이'가 한도 초과였다. 윤동희(3안타) 최지훈(2안타) 박영현(2⅓이닝 무실점 5K) 등이 분전했지만, 흐름을 뒤집지 못했다. 처참한 영봉패였다.
핑계라면 '마이너리거' 뿐이다. 대만 대표팀 역시 투타 공히 20대 초중반의 젊은 선수들을 주축으로 구성됐다. 한국 대표팀이 25세 이하라곤 하지만 시즌 MVP 후보 노시환을 비롯해 김혜성, 강백호 등 나이는 어려도 리그를 대표하는 선수들인 것과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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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홍콩전과 달리 4타수 무안타로 부진했던 '캡틴' 김혜성은 평소의 미소 대신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선수단의 선두에서 빠르게 믹스트존을 지나쳤다. 경기 도중 더그아웃에서 엎드려 속상한 감정을 드러냈던 강백호, 막판 쐐기점을 내준 고우석도 취재진의 눈을 피했다.
팀의 간판 타자이자 볼넷 2개와 8회 2루타로 마지막 희망을 안겼던 노시환만이 유일하게 남아 선수단을 대표해 인터뷰에 임했다. 노시환은 반성과 사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 뒤 들어갔다.
반면 대만 선수단은 말 그대로 축제의 장이었다. 마지막 2사 2루에서 대타 김주원이 삼진으로 돌아서는 순간, 대만 선수들은 마운드로 뛰쳐나와 마무리 류즈룽을 둘러싸고 환호했다. 믹스트존에선 우쓰시엔 감독 외에도 3~4명의 선수가 한꺼번에 여러 매체와 인터뷰에 나섰다. 직접 인터뷰하지 않는 선수들도 근처를 얼씬거리며 분위기를 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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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무기력한 패배 속 한국 관중들은 허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대만 선수단은 그라운드 도열 인사에 이어 그물망 앞까지 걸어가 팬들에게 감사를 주고받으며 한층 더 분위기를 띄웠다. 몇몇 선수들은 춤을 추듯 흥겨운 몸짓을 보였고, 경기장 밖에서는 요란하게 폭죽이 터졌다. 한국 팬과 취재진은 샤오싱 잔칫집의 불청객이 된듯했다.
항저우(중국)=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