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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고등학교 때에도 이런 경기장은 아니었던 거 같아요."
이승엽 두산 감독이 현역 시절 400홈런을 날리는 등 포항은 프로야구의 많은 추억을 품었다. 그러나 시설은 아직 프로야구 선수들의 온전한 경기력을 담기에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첫 경기부터 문제가 생겼다. 4일 경기 전 비가 오락가락했다. 경기 직전 비가 그치면서 개시는 불가피했다.
더 큰 문제는 마운드에 있었다. 투구판이 미끄러워서 투수들은 제대로 힘을 실어 공을 던지지 못했다. 마운드의 흙도 물러지면서 투수 스파이크 곳곳에는 흙이 박혀 빠지지 않았다. "부상이 걱정된다"는 볼멘 소리가 나오는 건 당연했다. 경기 중간 그라운드를 정비하기도 했다. 두산 투수 정철원은 몸을 풀기 위해 마운드에서 공을 던지다가 넘어지기도 했다.
4일 결승 홈런을 친 두산 김재환은 "팬들이 있고, 관중이 있으니 주어진 경기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역할이다. 상황이 좋지 않아도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담담하게 이야기했지만, 아쉬웠던 그라운드 상황을 에둘러 표현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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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경기를 앞두고 삼성 강민호도 아쉬운 마음을 전했다. 제주도에서 초등학교를 나왔지만, 포철중-포철공고를 졸업한 '포항인'의 목소리였다.
강민호는 "포항시 측에서 경기를 해달라고 요청한 걸로 알고 있다. 그래서 부탁드리고 싶다"고 운을 뗐다.
강민호는 "프로 선수들이 경기할 수 있도록 그라운드를 제대로 관리해주셨으면 한다. 고등학교 때에도 이런 야구장에서는 안했다. 타석에 들어서면 진흙탕과 같아서 발이 움푹 들어갔다"고 토로하며 "포항에 오는 건 좋다. 다만, 이런 환경이 아쉽다. 부상 위험도 크고 경기력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2017년 12월 포항 지진 돕기 성금으로 1억원을 내는 등 강민호의 포항에 대한 애정은 상당하다. 그만큼, 자신이 선수의 꿈을 키웠던 지역의 환경이 좀 더 좋아지길 바라는 마음을 담은 '작심발언'인 셈이다.
포항에서는 두산-삼성 3연전 이후 8월 1일부터 3일까지 KIA 타이거즈와 삼성의 3연전이 열린다. 약 한 달의 시간 동안 개선 작업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포항=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