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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9일 벌어진 지바 롯데 마린즈전. 코로나19로 인해 3월 초 뒤늦게 입국한 미국 국적의 우완투수가 1군 마운드에 올랐다. 그는 일본프로야구 1군 첫 경기에서 매우 인상적인 호투로 기대를 키웠다. 1회초 선두타자 다카베 아키토를 풀카운트에서 헛스윙 삼진으로 잡았다. 몸쪽 높은 코스로 시속 148km 빠른공이 들어갔다. 이어진 2사 주자없는 상황에선 3번 나카무라 쇼고를 다시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1B2S에서 빠른공이 배트를 끌어냈다. 시속 155km 강속구가 스트라이크존 바깥쪽 높은 쪽을 파고들었다.
스미스는 첫 경기에서 대기록을 노려볼 수도 있었다. 일본프로야구 역사에서 첫 등판경기 노히트 노런이 두번 있었다. 하지만 경기가 진행될수록 구속이 떨어져, 벤치에서 교체 사인을 냈다. 세이부는 4대0 영봉승을 거뒀고, 스미스는 데뷔전에서 승리투수가 됐다.
이 승리가 스미스가 일본프로야구에서 올린 유일한 승리다. 이번 시즌 20경기에 나서 선발로 4경기에 등판했다. 4월에 2경기에 선발로 던지고 부상으로 빠졌다가, 7월 2경기에 선발등판했다. 4경기 중 2경기를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로 마쳤다. 인상깊었던 첫 경기를 빼고 3경기에서 11⅓이닝 5실점. 평균자책점 3.97을 기록했다. 특별하다고 보기 어려운 성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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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1m93, 103kg. 패스트볼이 최고 시속 160km에 육박하고, 평균 150km를 찍었다. 매우 위력적인 공을 던진다.
그런데 한화에 필요한 건 이닝이터, 강력한 선발투수다. 지난 7월 합류해 재계약한 펠릭스 페냐(32) 이상의 제1선발투수 말이다. 올해 한화 외국인 투수 4명이 167⅓이닝을 던져 8승13패, 평균자책점 3.71을 기록했다. 다른 팀 외국인 에이스 한명이 거둔 성적에 못미치는 결과다.
KBO리그보다 수준이 높은 일본프로야구에서, 중간투수로 잘 던졌다고 해도 살짝 우려가 되는 부분이다. 올해 이닝수 자체가 적고, 5이닝 이상을 던진 게 2경기뿐이다. 선발투수로서 변화가 있겠지만. 직구 비중이 높다는 점도 눈에 띈다.
세이부에선 짧은 이닝을 강력한 구위로 압도하는 불펜투수가 낫다고 봤다. 구단이 재계약 의사를 보였지만 스미스가 선발로 던지고 싶어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미스는 메이저리그에서도 102경기 중 선발은 13번뿐이다.
부상과 극심한 부진만 없다면 선발이 보장되는 새로운 환경이 강력한 동기부여가 될 순 있을 것 같다.
KBO리그에서 20승을 거둔 라울 알칸타라가 한신 타이거즈에서 선발로 자리잡지 못하고 중간계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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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단장의 설명대로 스미스가 1선발 역할을 제대로 해준다면, 한화가 긴 어둠의 터널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