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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쉬고 146㎞ 직구→120구 실전 완투…"거절당할 용기 생겼다" 34세 마지막 도전 [인터뷰]

김영록 기자

기사입력 2022-11-20 09:14 | 최종수정 2022-11-20 09:51


롯데 시절 김건국.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이젠 꿈을 접으려할 때 새로운 희망이 다가왔다. 방출된지 1년이 지났지만, 어깨가 아직 살아있었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는 올해 색다른 시도를 했다. 현역이 아닌 선수 출신들만 출전, 지역의 명예를 걸고 싸우는 '시도대항 야구대회' 첫 대회를 개최한 것. 지난 13일 열린 결승전에서 경북이 부산을 꺾고 초대 우승팀이 됐다.

선수 명단에는 반가운 이름들이 가득했다. 그중 지난해 롯데 자이언츠에서 방출된 김건국도 있었다. 김건국은 방출 후 롯데 잔류군에서 문체부 프로젝트인 고교생 대상 드라이브라인 훈련을 담당하던 중 부산 대표팀의 섭외를 받아 출전한 것.

그런데 뜻밖의 대활약을 펼쳤다. 최고 146㎞의 직구를 앞세워 부산을 결승까지 끌고 올라갔다. 투수가 부족한 팀 사정상 예선전 때는 120구를 던지며 완투하기도 했다. 아쉽게 결승에서 경북에게 패했다.

연락이 닿은 김건국은 "아직 (현역 복귀)꿈을 접지 않았다. 올해까지는 해볼 예정"이라며 희망을 되새겼다. 시도대항 대회에 대해서는 "힘 닿는데까지 던졌는데 체력이 안됐다. 현역 시절처럼 꾸준히 운동한 몸이 아니니까…제대로 몸 만든건 두 달도 안됐는데, 구속은 잘 나왔다"고 했다.


롯데 시절 김건국. 스포츠조선DB
"제의를 받았을 때 든 생각이 '타자한테 던져보고 싶다'였다. 1년간 타자는 커녕 포수한테 던질 일도 거의 없었다. 잔류군에서 캐치볼하고 배팅볼 좀 던져준 게 전부다. 몸은 부서질 것 같았지만, 소중한 경험이다. '여기 타자들도 못 막으면 프로 꿈을 어떻게 꾸나' 싶어 죽기살기로 던졌다."

김건국은 이번 대회 고참급 선수였다. 그보다 나이 많은 선수는 김진우 조정훈 민경수 신윤호 정도였다.

이밖에 부산의 박성민, 대구의 민태호 윤영윤 이재욱, 인천의 정영일 남태혁 이현호 등이 주요 참여 선수들. KBSA는 이밖에도 정재원 안승민 신용운 윤지웅 최준석 최금강 등이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부산은 준결승에서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였던 인천을 꺾었다. 김건국은 "남태혁한테 홈런을 맞았는데, 순전히 알루미늄 배트를 써서 그렇다. 나무배트였으면 절대 안 넘어갔을 공이다. 그거 쳤다고 맨날 날 놀린다"면서도 "그래도 이긴 건 우리다. 정영일이 우리 경기에 안 나와서 다행"이라며 웃었다. 현장에선 '선수 시절보다 공이 더 좋다', '빨리 테스트 보러가라 왜 여기서 우리 앞길을 막냐'라는 투덜거림이 나왔을 정도라고.


대회가 끝난 뒤 고척돔에서 가족과 함께. 사진=김건국 SNS
지역 대항전이다보니 같은 팀 선수들도 대부분 동향 후배들이었다. 오히려 '건국이형 위해서 열심히 하자'는 분위기가 됐다.

대회가 끝나고 프로에 한번 더 도전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2007년 첫 방출 직후 일용직 아르바이트를 뛰면서도 포기하지 않았던 야구의 꿈이다. 독립구단을 거쳐 프로 무대로 돌아왔고, 롯데 시절인 2018년 1군 복귀 4119일만의 승리로 KBO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멀티 이닝 연투를 한 뒤 결연하게 "팔이 부러져도 던지겠다"고 말하던 그다.

김건국은 '거절당할 용기'라고 표현했다. 지도자 자격증을 따는 등 제 2의 인생도 착실히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다시 입단 테스트를 보러다닐 예정이다.

"결승전은 비록 졌지만, 정말 뿌듯하고 고마운 경기였다. 어떤 결과든 받아들일 준비는 돼있다. 마지막으로 도전해보겠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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