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오지환이 보여준 선배의 품격.
이날의 스타는 오지환이었다. 2회와 3회 상대 선발 오원석을 상대로 연타석 홈런을 때려낸 것. 오지환의 홈런 덕에 LG가 초반부터 크게 앞서나갈 수 있었다. 벌써 홈런이 16개. 6년 만의 20홈런에 이제 4개만 남겨두게 됐다.
오지환이 더욱 돋보인 건, SSG 유격수 박성한과의 '신-구 유격수 경쟁'에서 보란 듯이 선배의 품격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박성한은 지난 시즌 SSG의 주전으로 거듭나더니, 올시즌 더욱 만개한 기량을 선보이고 있다. 올해 올스타에 선정됐고, 벌써부터 오지환과 박성한의 골든글러브 경쟁 구도가 만들어졌다.
수비는 화려함과 건실함의 차이가 있다. 오지환은 강한 어깨와 폭넓은 수비 범위를 자랑한다. 화려하다. 대신 실책도 많다. 박성한은 크게 멋은 없다. 대신 처리해야 할 타구는 손쉽게 처리한다. 감독들이 가장 좋아할 유형이다. 과거 이종범과 박진만의 차이를 보는 듯 하다.
오지환은 2009년 LG에 입단한 후 10년이 넘게 팀의 주전 유격수로 활약중이다. 매년 2%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있을 땐 욕하다가, 없으면 아쉬워하는 게 반복됐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오지환을 능가하는 유격수가 나올 기미도 없었다는 것이다. 결국, 따지고 따지고 보면 오지환이 톱이었다. 한국 야구 수준의 현실이 그랬다.
그런 가운데 8년 후배 박성한이라는 강력한 경쟁자가 나타났다. 최근 들어 두 사람의 라이벌 구도가 더욱 조명받고 있다. 박성한은 "오지환 선배와 비교되는 것만도 영광"이라며 자세를 낮추지만, 오지환에게는 강력한 동기부여가 될 수밖에 없다. 외부 평가에 일희일비하는 게 프로의 운명이다. 중요한 경기, 중요한 연타석 홈런의 원동력이 박성한이었을지도 모른다. 앞으로 계속 이어질 두 사람의 '선의의 경쟁'을 기대해본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