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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이제 적이 됐지만 여전히 친밀감을 가진 두 영웅이 제대로 붙었다.
박병호는 메이저리그 미네소타 트윈스에서 활약한 뒤 2018년 키움으로 돌아왔다. 그때 2017년 신인왕 이정후를 만났고, 둘은 나이를 넘어선 절친이 됐다.
지난해 박병호가 FA로 KT로 이적을 하자 이정후는 SNS를 통해 크나큰 아쉬움을 드러냈었다. 그리고 둘의 친밀함은 팀이 달라져도 똑같았다. 둘은 자주 연락을 하면서 서로를 응원해왔다.
박병호는 주특기인 홈런으로 팀을 일으켰다. 2-4로 뒤진 5회말 무사 1루서 동점 투런포를 쳤고, 4-5로 뒤진 7회말에 또다시 동점 솔로포를 쳤다. 올시즌 자신의 두번째이자 통산 22번째 연타석 홈런을 친정인 키움을 상대로, 절친한 수배 이정후가 바라보는 가운데 쏘아올렸다.
이정후도 자신의 특기인 안타로 팀을 살렸다. 5-6으로 뒤진 8회초 1사 만루서 상대 투수 주 권의 바깥쪽 체인지업을 그대로 밀어쳤고, 좌익수와 중견수 사이로 떨어지는 3루타를 쳤다. 3명의 주자가 모두 홈을 밟아 단숨에 8-6 역전.
박병호는 5타석 5타수 3안타(2홈런) 3타점을 기록했고, 이정후는 5타석 4타수 2안타 3타점 1사구를 올렸다.
이정후는 박병호의 홈런을 외야에서 직접 본 게 이번이 처음이다. 박병호가 4월 30일 고척 경기에서 9회초 솔로포를 친 적이 있는데 이땐 이정후가 7회에 교체돼 더그아웃에서 봤었다. 이제 다른 팀이 됐지만 지난해까지 박병호의 홈런을 봤던 더그아웃에서 홈런을 바라봤기에 새로운 감흥이 있진 않았다.
26일 수원 경기서 박병호의 타구가 담장을 넘는 것을 외야에서 제대로 두번 연속 봤다. 그 느낌은 어떻게 달랐을까.
이정후는 5회말 투런포는 맞는 순간 넘어갔다는 것을 알았다고. 이정후는 "선배였으니까 넘겼지 다른 선수였다면 안넘어 갔을 것"이라면서 "그 발사각에 그 스피드였기에 홈런임을 알았다"고 했다.
그러나 두번째 홈런에서 박병호의 힘을 확실하게 느꼈다고 했다. 박병호는 7회말 이승호의 바깥쪽으로 빠진 143㎞의 직구를 밀어쳐 우중간 동점 솔로포를 날렸다.
이 타구를 외야에서 직접 본 이정후는 "처음에 플라인 것 같았다"면서 "그런데 새까맣게 넘어가더라. 역시 선배님의 힘은 다르시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정후는 박병호가 무서워졌다고. "같은 팀에서 경이롭게 바라봤던 그 느낌을 상대편으로 느끼니 되게 무서웠다"면서 "9회에 타석에 들어오실 때 외야에 있는데 진짜 무서웠다"라고 말했다.
박병호는 항상 이정후에 대해 "누구의 조언이 필요한 선수가 아니다. 누구도 이정후에게 조언이라는 걸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라면서 이정후의 클래스를 인정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정말 친하지만 팀을 위해서는 쳐야만 하는 둘의 대결은 이틀 더 한다.
수원=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