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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로이칼럼]2000년 시드니올림픽 때 적이었던 둘. 이제는 함께 야구 인재를 키워간다

권인하 기자

기사입력 2021-07-12 15:24 | 최종수정 2021-07-13 06:30


요미우리 김기태 2군 수석코치(왼쪽)와 아베 신노스케 2군 감독. 사진제공=무로이 마사야

2000년 시드니 올림픽. 한국야구 대표팀은 3위 결정전에서 일본에 3대1로 승리해 동메달을 따냈다. 그 경기의 한국-일본의 마지막 타자들이 21년 세월을 거쳐, 현재 서로 손을 잡고 젊은 선수를 키우고 있다.

요미우리 자이언츠 2군을 이끄는 아베 신노스케 감독(42)은 주오대학 4학년 때 시드니 올림픽에 참가. 3위 결정전 9회초 2사 1루에서 대타로 나와 2루수 앞 땅볼을 쳤고 경기는 한국의 승리로 끝났다.

현재 아베 2군감독을 보조하는 수석코치가 당시 한국의 5번 타자였던 김기태 전 KIA 타이거즈 감독(52)이다.

지난 10일 도쿄도에 있는 요미우리 자이언츠 구장. 2군경기 개시 5시간 전인 오전 11시에 타자 5명의 개별 타격 훈련이 시작했다. 배팅볼은 아베 감독이 직접 30분 가까이 혼자 던졌다. 김 코치는 타자가 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가끔 선수들과 대화를 나눴다. "아베 감독은 어린 선수들을 기술적, 정신면에서 발전시킬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하신다"고 김 코치는 자기 역할을 말했다.

김 코치는 개별 타격훈련이 끝나면 외야에서 타구처리를 도와준 각 코치들에 가까이 다가가 한 명씩 "아리가토 고자이마스(감사합니다)" 라고 말했다.

요미우리는 다른 구단에 비해 보조 스태프가 많은 편이지만 2군 코칭스태프는 감독을 포함해서 9명 뿐이다. 모두가 협조해야 효율적인 훈련을 할 수 있다. 김 코치는 그런 의미로 수석코치로서 코치들에게 감사를 표현하고 팀의 분위기를 조화롭게 만들고 있었다.

김 코치는 2007년부터 3년간 요미우리에서 코치 생활을 한 뒤 귀국해 LG 트윈스와 KIA에서 감독직을 역임한 뒤 다시 일본으로 갔다. 지난번과 이번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김 코치는 "2007년 때는 저도 어렸고 지도자로서 배운다는 입장이었습니다. 현재는 잘 가르치고 있습니다. 일본의 젊은 선수들은 한국의 선수들과 달리 제 스타일이나 성향을 잘 모릅니다. 한국의 선수라면 저와 거리감이 생길 수도 있는데 여기서는 그런 것이 없어서 편하다. 모두를 아들 같은 마음으로 보고 있다. 또 나도 온순해진 것 같다"며 쑥스러운 듯 웃었다.


김 코치의 아들인 KT 위즈 신인 김건형은 지난 6월 22일 1군에 올라와 현재도 1군에서 활약하고 있다. 김 코치에게 김건형에 대해 물어보니 곧바로 코치에서 아버지의 표정이 됐다.

"많이 보고 있지 않지만 성적은 잠깐 체크하고 있습니다. 여기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야구나 선배,도와주시는 분들에 대한 예의 등 기본적인 부분을 중시하라고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 코치는 지금의 심정과 미래에 대해 "야구장에 있는 게 가장 행복하다"면서 "한국이든 일본이든 어떤 포지션이 될지 모르겠지만 앞으로 내가 가지고 있는 노하우가 야구계에 도움이 되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미래는 아무도 예측 할 수 없다. 특히 야구에서는 21년 전 올림픽에서 만난 다른 나라의 대학생과 스타선수가 감독과 수석코치가 되는 드라마도 생길 수 있다.

미래에 아베 감독과 김 코치가 키운 선수가 대표선수가 된다면…. 그런 상상도 야구의 또 다른 재미다.

<무로이 마사야 일본어판 한국프로야구 가이드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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