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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로이 칼럼]KBO 출신 외인 인기? 日도 '머니 게임'할 구단 한정적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20-12-15 08:30


훈련중인 동료들을 지켜보는 로하스.

일본 프로야구 한신 타이거즈가 2020시즌 KBO리그 홈런왕과 타점왕인 멜 로하스 주니어(전 KT 위즈)와 사실상 입단 합의를 했다. '일본 구단이 또 큰 돈을 내고 KBO리그의 좋은 외국인 선수를 데려갔다'는 인상을 가질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모든 일본 구단들이 그렇진 않다. 한 일본 구단 해외 담당 스카우트는 이렇게 설명한다. "가령 올 시즌 요미우리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은 앙헬 산체스(전 SK 와이번스)의 경우 우리를 포함해 몇몇 구단이 KBO리그에서 뛰기 전부터 주목하고 있었다. 산체스는 꼭 잡고 싶었던 투수였는데 요미우리가 관심을 갖게 된 이후 협상이 어려워졌다." 산체스가 요미우리에서 받은 연봉은 약 36억원이다.

이번 시즌 두산 베어스에서 20승을 기록한 라울 알칸타라도 산체스와 비슷한 케이스다. 퍼시픽리그의 구단 스카우트는 "알칸타라가 미국에 있었을 때부터 관심이 있었고, KT 소속이었던 지난해 수원으로 보러 간적도 있었다. 잡을 수 있으면 좋겠지만 올해 20승을 달성해 가치가 무척 높아졌다. 두산이 알칸타라와 재계약하려면 150만~200만달러를 제시해야 할 것이다. 이 금액을 새 용병에 투자할 수 있는 구단은 요미우리, 한신, 소프트뱅크 호크스 등에 한정된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을 외국인 선수 에이전트들도 잘 알고 있다. 이들은 부유한 구단들에 많은 정보를 제시하고 선수를 추천한다. 한신 구단 스카우트에 따르면, 그들이 원래 주목한 투수는 알칸타라가 아닌 크리스 플렉센(두산 베어스)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미 플렉센은 메이저리그에 복귀한다는 정보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알칸타라 영입으로 방향을 바꾸게 됐다.

또 올해의 경우 KBO리그의 외국인 선수에 주목할 수밖에 없는 사정도 있다고 한 스카우트는 말했다. "스카우트들은 외국인 투수를 볼 때 보통 마이너리그에서 10경기, 메이저 리그에서 10경기를 던지는 모습을 보고 그 선수의 능력치를 파악한다. 하지만 올해는 마이너리그 경기가 없었고, 메이저리그도 축소됐기 때문에 선수 파악이 쉽지 않았다. 때문에 144경기를 진행한 KBO리그에서 뛰는 외국인 선수를 예년보다 많이 체크했다."

또 다른 스카우트는 "우리는 크게 성공할 외국인 선수를 잡으려고 생각하지 않는다. 실패 가능성이 작은 선수를 원한다. 그런 면에서 KBO리그에서 활약한 선수는 아시아 야구에 적응할 수 있다고 볼 수 있고, 자연스럽게 대상 리스트에 들어간다"고 말했다.

KBO리그에서 활약한 외국인 선수는 실패 리스크가 작아 일본 구단의 관심 대상이 되고 있다. 하지만 KBO리그에서 활약하면 할수록 '머니 게임'은 불가피해진다. 경쟁에 뛰어들 수 있는 구단은 한정돼 있지만 한신은 그것이 가능했기에 로하스를 잡을 수 있었다. 알칸타라의 경우도 그렇다.

<무로이 마사야 일본어판 한국프로야구 가이드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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