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SC핫피플]'10홈런은 언감생심'이라던 노시환, 한화 자존심 지킨 미래 거포

김영록 기자

기사입력 2020-10-07 13:31


한화 노시환. 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제가 작년에 홈런을 1개밖에 못쳐서…올해 목표로 10개는 좀 그렇고, 7개만 하겠습니다."

'김태균 후계자', '한화 거포 후보 1순위'…프로 2년차를 맞이한 한화 이글스 노시환에게 따라붙는 수식어들이다. 이 같은 기대는 노시환에겐 기쁨이자 부담감이다.

지난 2월 개막을 준비하던 노시환은 신예의 패기보다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올시즌 목표로 '수비에서 실수하지 않는 것'을 가장 먼저 이야기할 정도였다. 타자로서의 목표로는 "작년 성적(타율 0.186 1홈런)이 너무 안 좋아서 조심스럽다"며 고민한 끝에 "홈런 7개에 도전하겠다"고 답했다. '기왕이면 10개가 어떠냐'는 말에도 요지부동 '7개'를 외쳤다.

그랬던 노시환이 지난 4일 롯데 자이언츠 전에서 시즌 10호 홈런을 쏘아올렸다. 타율(0.222)이나 OPS(0.692)는 조금 아쉬움이 있지만, 조금씩 '거포 유망주'라는 기대에 걸맞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좌완투수를 상대로 타율 0.405, 장타율 0.833을 기록할 만큼 강점이 있다.

올시즌 한화는 그간 약점으로 지적받아온 주력 타자들의 노쇠화 문제가 한꺼번에 터지며 유례없는 타격 부진에 시달렸다. 자칫 3할도, 두자릿수 홈런 타자도 없는 시즌이 될 뻔했다. 규정타석을 채울 선수도 이용규 단 한 명 뿐이다. 노시환은 그런 한화의 홈런, 타점(36개) 부문 1위 타자로 성장했다.


홈런 직후 한화 동료들의 축하를 받는 노시환. 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타자의 경우 투수보다 프로에서 성장시키는데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게 야구계의 중론이다. 이정후(키움 히어로즈)나 강백호(KT 위즈)처럼 데뷔 시즌부터 좋은 성적을 내는 타자들도 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주전급 타자 한 명을 키우는데 3~5년이 걸린다. 팬들이 그 이름을 잊어갈 때쯤, 서른을 넘긴 나이에 비로소 자신의 실력을 뽐내는 선수들도 있다.

데뷔 2년만의 두자릿수 홈런은 충분히 고무적인 성과다. 2010년대 KBO 홈런왕의 대명사인 박병호가 잠재력을 터뜨린 시기는 데뷔 6년차 시즌이었다. 노시환의 경남고 1년 선배인 한동희는 올시즌 지난 2년간의 고난을 딛고 올시즌 13홈런 포함 100안타를 넘기며 당당한 롯데 자이언츠 3루수로 자리잡았다. 롯데가 충분한 출전시간을 보장한 결과다.

노시환은 데뷔 시즌에 91경기 192타석, 올시즌에는 6일까지 88경기 303타석의 기회를 받았다. 시즌초인 5월에만 3개의 홈런을 날렸지만, 이후 7월까지 1개를 추가하는데 그쳤다. 본격적으로 장타력을 보여주기 시작한 건 지난 8월부터다.


내야수로서의 수비력도 아직 만족스럽지 않다. 시즌 초에는 유격수, 중반 이후로는 3루수로 나서며 11개의 실책을 기록했다. 하지만 발놀림이나 글러브질의 성장세 역시 충분히 고무적이다. 타고난 강견 또한 노시환의 소중한 재산이다.

노시환이 김태균을 잇는 중심타자로 성장해준다면, 2020년은 한화 팬들에게 노시환이 거포의 잠재력을 보여주기 시작한 해로 기억될 것이다. 여기에 김민우 김범수 강재민 김종수 등 투수진이 기대만큼 성장해준다면, 아쉬움 가득했던 한화의 지난 2년은 재도약의 토대를 쌓은 시기로 기록될 수 있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무료로 보는 오늘의 운세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