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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진단]다승-ERA 톱10에 토종투수 '전멸 위기', 외인제도의 그늘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20-09-28 10:42


2020 KBO리그 SK 와이번스와 NC 다이노스의 경기가 17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렸다. 1회말 NC 루친스키가 투구를 준비하고 있다. 인천=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0.09.17/

[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 KBO리그에 외국인 선수 제도가 도입된 건 1998년이다. 올해가 23번째 시즌이다.

외국인 선수들이 그동안 메이저리그 등 선진 야구 기술과 훈련 방법 등을 전파하며 전반적인 경기력 향상과 흥행에 크게 이바지했음을 부인하기 힘들다. 톱클래스 외국인 선수들은 초창기부터 투타 주요 부문 타이틀을 석권하며 부와 명예를 함께 얻기도 했다. 초창기 타이론 우즈와 펠릭스 호세, 최근에는 에릭 테임즈, 더스틴 니퍼트, 조시 린드블럼이 대표적이다. KBO리그를 호령했던 전설들이다.

그러나 외국인 선수 제도가 긍정적인 영향만 끼친 것은 아니다. 토종 선수들의 기회를 빼앗은 측면이 분명히 존재한다. 외국인 선수들과 경쟁하면 토종 선수들도 함께 발전할 것이란 기대감이 있었지만, 결과는 반대로 나타났다. 토종 선수들이 설 자리를 잃으면서 기량적으로 퇴보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최근 국제대회에서 한국야구가 부진한 것과 무관치 않다.

특히 선발투수 자리는 외국인 투수들의 전유물이 된 지 오래다. 각 구단 원투 펀치는 웬만하면 외국인 투수라고 보면 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투수 주요 부문 타이틀은 외국인 투수들 간 경쟁으로 전개된다. 토종 에이스가 사라져가고 있다는 얘기다. 이런 현상이 올시즌 더욱 심화됐다.

28일 현재 다승과 평균자책점, 탈삼진 등 각 부문 톱10은 외국인 투수들 일색이다. 다승 상위 10명 중 토종 투수는 KT 소형준 한 명 뿐이다. 올해 고등학교를 졸업한 그는 10승으로 LG 타일러 윌슨과 함께 공동 10위에 올라있다. NC 드류 루친스키가 16승으로 선두이고, KT 오드라사머 데스파이네가 15승으로 그 뒤를 따르고 있다.

평균자책점 부문서도 상위 10명 중 토종 투수는 3.97로 10위에 간신히 이름을 올린 SK 문승원 한 명 뿐이다. 이 부문 1위는 2.07을 기록 중인 키움 에릭 요키시다. 그나마 탈삼진 부문서는 KIA 양현종, SK 박종훈, LG 임찬규, 한화 김민우 등 '톱10' 11명 가운데 토종 투수가 4명이나 된다. 토종 선발들이 다승과 평균자책점서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다.


KIA 타이거즈와 KT 위즈의 2020 KBO 리그 경기가 24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렸다. KT 선발투수 소형준이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수원=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20.09.24/
지난해 다승과 평균자책점 각 부문 상위 10명 가운데 토종 투수는 각각 4명, 3명이었다. 양현종이 평균자책점 타이틀을 차지했고, 두산 이영하는 17승으로 다승 2위에 올랐다. 토종 투수들이 선전한 시즌이다. 지난 시즌을 포함해 매년 다승과 평균자책점 톱10에 토종 투수는 적어도 3명씩 있었다. 자칫 올해는 양 부문 상위 10위 안에 한 명도 끼지 못할 수도 높다.

토종 에이스 부재가 어제 오늘의 문제는 아니다. 아직까지 국가대표팀 에이스로 프로 입단 10년이 훌쩍 넘은 류현진 김광현 양현종이 거론된다. 이런 현상은 구단들이 외국인 투수들에 지나치게 의존하기 때문에 생긴 것이다. 성적을 내려면 유망주에게 기회를 주기보다 거액을 들인 외인 투수들을 쓰는 게 당연하다. 해당 투수 성적이 안 좋으면 다음 시즌 바꾸면 된다. 게다가 3~5선발로 나선 토종 투수들 중 풀타임 시즌을 굳건히 견딜 만한 관리능력과 체력을 지닌 투수는 많지 않다.

반면 1950년대 외국인 선수 제도를 실시한 일본프로야구는 여전히 국내 투수들의의 강세가 지속되고 있다. 이날 현재 양 리그 다승 10위에 이름을 올린 외인 투수는 니혼햄 파이터스 드류 베르하겐(6승)이 유일하다. 평균자책점 부문서도 퍼시픽리그 6위에 오른 세이부 라이온즈 잭 닐(5.29) 한 명 뿐이다. 아예 외국인 선발투수들의 존재감이 미미하다. 양 리그를 통틀어 규정이닝을 넘긴 투수는 닐 한 명이고, 선발로 10경기 이상 출전한 외국인 투수는 7명 밖에 없다. 다만 일본프로야구는 외국인 투수를 셋업맨 또는 마무리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센트럴리그 세이브 부문 1~3위는 모두 외국인 투수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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