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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SK 와이번스 염경엽 감독은 시즌 초 생소한 경험을 했다.
이 공식을 7일까지 인천에서 맞붙었던 삼성 라이온즈에 대입하면 어떨까. 이 기준대로라면 삼성은 전형적인 약팀이다. 시즌 개막 후 30경기 동안 단 한번도 라인업이 같았던 적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대 시각으로 보면 이야기가 확 달라진다. 그만큼 빈 틈이 많은 야수 전력을 이끌고 제법 선전했다는 뜻이다. 삼성은 8일 현재 13승17패로 7위를 기록중이다. 5위 KIA와 2게임 차. 아직 충분히 해볼 만 한 거리다. 비록 라이블리 최채흥 등 선발 2명이 부상으로 빠졌지만 꾸역꾸역 메우면서 깊은 연패를 피해가고 있다. 9일부터 '끝판왕' 오승환이 합류하는 불펜은 최강이다. 8월에는 심창민도 군 복무를 마치고 합류한다.
사실 불완전 삼성 야수진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왕조 시대가 저문 뒤 삼성의 주전 멤버들은 크고 작은 부상으로 수시로 이탈과 복귀를 반복했다. 선수층도 두텁지 못했다. 백업선수들이 반짝 했지만 장기적으로는 주전 공백을 완벽하게 메우지 못하면서 마운드에 부담을 안겼다.
삼성 야구 전문가 허삼영 감독이 이러한 현실을 모를 리가 없었다. 올 시즌 역시 야수 쪽은 크게 보강이 된 부분이 없다. 오히려 타선의 중심 러프가 빠지면서 4번 공백까지 생겼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고심 끝 해법은 전력 극대화였다. 두텁지 못한 선수층을 최대한 활용하지 않으면 긴 시즌을 깊은 슬럼프 없이 꾸려갈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화두였던 멀티 포지션은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
허삼영 감독은 롯데→NC→LG 등 강팀들을 상대로 3연속 위닝시리즈를 완성한 직후인 지난 4일 LG전을 앞두고 이런 말을 했다. "야수 14명을 고르게 사용하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지금 페이스가 아무리 좋아도 언젠가 내려갈 시기 있으니 업다운 맞춰 골고루 체력 안배를 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잘 나갈 때 조차 걱정이 앞서는 상황. 삼성 야수진의 현실이다.
삼성 타선은 개막 후 단 한번도 베스트 라인업인 적이 없었다. 지금도 구자욱 이원석 김헌곤 등이 빠져 있다. 강민호 박해민 김동엽 등은 아직까지는 정상궤도에 진입하지 못했다.
그동안 박찬도 박승규 최영진 김지찬 등이 메워주면서 버텼다. 아무래도 풀타임 경험이 부족한 이들 백업 출신 야수들의 페이스가 떨어지면 다시 주전 선수들이 돌아와 제 몫을 해줘야 한다. 허 감독이 구상하는 약한 전력으로 풀 시즌을 꾸려갈 수 있는 순환 구도다.
전력이 두툼한 상위팀들과 삼성의 현실은 다르다. 상황이 다르면 처방도 달라질 수 밖에 없다.
허삼영 감독에게 경기 전 타순 변화는 어느덧 고정 질문이 됐다. 7일 SK전을 앞두고 타순 변화를 묻는 질문에 그는 "매일 고민 하고, 돌려 보곤 한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삼성은 이날 장단 9안타, 2볼넷에도 3득점에 그쳤다. 보내기번트를 무려 5차례나 시도했다. 조직적인 득점은 4회 딱 한차례였다. 4번 이성규의 희생 번트가 최영진의 결승 적시타로 이어졌다. 무수한 번트 시도 속에 그토록 바랐던 추가 득점은 정작 교체 멤버 이학주의 솔로포 한방으로 이뤄졌다. 강력한 마운드 힘이 없었다면 충분히 역전을 당할 만한 흐름이었다.
야수진 극대화를 추구하는 허삼영 감독의 끊임 없는 라인업 변화. 사실상 모두가 주전이고, 모두가 후보인 현실에서 나온 고육지책이다. 어쩌면 이는 선택이 아닌 현실 극복의 몸부림일 지 모른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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