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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핫이슈]"오심 아닌 일관성" 한화 이용규, 16년차 베테랑의 '미움받을 용기'

김영록 기자

기사입력 2020-05-08 11:53 | 최종수정 2020-05-08 12:50


2020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SK 와이번스의 경기가 7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렸다. 6회초 2사 1, 2루 한화 이용규가 1타점 2루타를 치고 나가 기뻐하고 있다. 인천=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0.05.07/

[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판정은 심판의 고유 권한입니다. 오심도 경기의 일부입니다."

야구 뿐 아니라 스포츠 중계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말이다. 최근 비디오 판독 등을 통해 고유 권한의 범위가 좁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심판은 경기를 직접 운영하는 존재다. 야구에도 투수의 보크처럼 사람이 반드시 필요한 분야가 있다.

아직까지는 스트라이크/볼 판정(이하 볼 판정)도 여기에 속한다. KBO 야구 규칙에는 '타자의 어깨 윗부분과 바지 윗부분의 중간점부터 무릎 아랫부분까지'를 스트라이크존으로 규정한다. 선수의 체격에 따라 스트라이크존의 범위는 조금씩 달라지기 마련이다.

한화 이글스 이용규의 소신 발언으로 개막 4일차인 2020 KBO리그가 한층 달아오르고 있다. 이용규는 지난 7일 SK 와이번스 전 승리 직후 가진 방송사와의 히어로 인터뷰에서 "마지막으로 한 마디 해도 되겠습니까"라며 심호흡을 했다. 이어 "3경기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대부분의 선수들이 볼 판정의 일관성에 대해 불만이 굉장히 많다"면서 "부탁 아닌 부탁을 드리고 싶다. 신중하게 잘 봐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용규는 SK와의 개막 3연전에서 수차례 심판의 볼 판정에 의문을 드러냈다. 속에 쌓인 불만이 있을 수 있다. 경기에 승리한 뒤였던 만큼 발언의 타이밍이 아쉬울 수 있다. '판정 탓'은 이용규에 대한 심판이나 팬들의 평가가 나빠질 수 있는 행동이다. KBO 규정에 어긋날지도 모른다. 하지만 선수가 자신의 속내를 밝히기에 히어로 인터뷰만한 자리가 없다. 적어도 SNS로 투덜대는 것보다는 훨씬 정중하고 신사적이다.

적어도 이용규의 발언은 무례하지 않았다. 요구가 아닌 부탁이었고, 용어의 선택도 신중했다. "개인적인 억하심정은 없다"는 속내를 전함과 더불어 눈에 띄는 감정의 표출도 없이 정중한 태도를 유지했다. "경기에서 안타를 못 치고 들어가면 새벽 3시까지 스윙을 돌린다. 피나는 노력을 한다는 걸 알아달라"며 혼자만의 불만이 아닌, 주장으로서 팀원들의 의견을 전달하는 것임을 거듭 강조했다. "노력하시는 것 안다. 신중하게, 조금만 헤아려달라"는 어투도 눈에 띈다. 조심스러우면서도 진심이 묻어났다.

이용규가 거듭 강조한 것은 '판정의 일관성'이다. 해묵은 볼 판정 문제는 선수가 아닌 심판, 그리고 경기 초반과 후반의 상황에 따라서도 존이 바뀐다는 점에서 기인한다. 심판마다 다른 볼 판정은 야구의 묘미로 평가되기도 한다. 경기 초반 심판의 존을 체크하는 투수와 타자의 머리싸움과 신경전도 야구를 보는 재미다. TV 중계 화면에 스트라이크존이 나오고, 1구1구마다 컴퓨터 그래픽으로 공의 궤도가 표시되는 세상이지만, '일관성'만 있다면 팬들도 크게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

하지만 KBO리그의 볼 판정 문제는 결국 사람들의 불만이 누적된 결과다. 매 경기 KBO 심판의 스트라이크존만 체크하는 '스트존' 사이트가 생겨날 정도다. 심지어 심판별 승률을 체크해가며 그날의 승패를 짐작하는 하드한 야구팬도 많다.


프로야구는 팬들의 사랑을 먹고 자란다. 메이저리그(MLB)와 KBO가 야구의 전통을 해친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볼 판정을 위한 로봇 심판 도입을 준비하는 이유는 스포츠의 기반을 이루는 공정성과 신뢰 때문이다. '일관성'과도 통하는 얘기다.

이용규는 KBO리그 16년차의 베테랑 타자다. 타격과 수비는 물론 통산 695개의 볼넷을 골라낸 선구안이 강점으로 평가받는 선수다. 존을 판단하는 능력에서 여느 심판들 못지 않은 기량을 갖고 있음은 이미 기록으로 증명된 바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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