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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 한동안 잠잠하던 해외진출에 봇물이 터졌다.
우선 수요 공급적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 시장 규모 차이가 크다. 아무래도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 여기에 추세적 측면이 가미됐다. 최근 상대적으로 한국은 수요가 적어지고 있고, 미국은 수요가 더 많아지고 있다. 한국에서는 선수값이 낮아지고, 미국에서는 선수값이 오른다. 금리가 높은 곳으로 돈이 흐르듯 선수도 자연스럽게 돈을 더 많이 쓰는 시장을 향해 움직이기 마련이다.
지난 2년간 잠잠했던 미국 시장은 뜨겁다. FA 시장은 활황세다. 잭 휠러는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5년간 1억1800만달러, 스티븐 스트라스버그는 워싱턴 내셔널스와 7년 2억4500만달러에 계약했다. FA 최대어 게릿 콜은 뉴욕 양키스와 9년 3억2400만 달러의 역대 투수 최고액 계약을 맺었다. 모두 예상을 뛰어넘는 천문학적 액수다.
"국내 에이전트는 메이저리그 에이전트와 연결이 돼있다. 그쪽(미국) 분위기와 정보를 많이 접할 수 밖에 없다. 선수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면서 한번 시도 해보는게 어떠냐는 권유를 받게 되는 것이 사실이다." 최근 해외진출 러시에 대한 국내 한 에이전트의 설명이다.
어차피 밑져야 본전인 게임이다. 국내에서 받을 수 있는 돈은 뻔한데, 미국 다녀온들 보장 액수가 크게 줄어들지 않는다. 확률이 높다고 할 수는 없지만 류현진 처럼 성공할 경우 천문학적 돈과 명예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그야말로 돈과 명예, 그리고 꿈, 이 세가지 측면에서 도전을 주저할 이유가 없다.
때 마침 발목을 잡는 걸림돌도 사라지는 추세다. 과거에 구단으로부터 포스팅 동의를 얻기란 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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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열악해지는 국내 구단들의 주머니 사정도 한몫 한다. 어차피 못가게 막으면 의욕도 떨어진다. 그러느니 선심이라도 쓰자는 분위기다. 시도하다 능력이 안돼 못 가면 그나마 아쉬움을 풀 수 있고, 혹시나 생각지도 않았던 이적료를 챙길 수도 있다. 선수 연봉 부담도 덜 수 있다. 선수협과 합의한 FA 기한 단축이 시행될 경우 두산에는 내년 시즌 종료 후 무려 11명(김재환 박건우 정수빈 허경민 이용찬 유희관 최주환 오재일 김재호 권 혁 이현승)의 내부 FA가 쏟아져 나온다. 두산 구단 관계자는 "내년이 바로 우리 팀의 분기점"이라고 했다. 팀의 현재와 미래에 있어 중대한 결정이 필요한 시점. 미리 실탄을 비축해야 한다. 모 기업이 없는 키움 히어로즈는 더 전향적이다. 이미 강정호와 박병호를 보내면서 각각 약 500만 달러와 1300만 달러의 이적료를 챙긴 경험이 있다. 내년 시즌 후 김하성의 포스팅을 기꺼이 허락한 배경이다.
최근 줄을 잇는 특급 외국인선수의 탈 KBO 러시도 같은 맥락일 수 있다. 새 외국인 선수 상한선을 만들어놓은 터라 몸값이 비싸지면 큰 고민 없이 포기하고 100만 달러 이내의 새 외국인 선수를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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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상당수 KBO리그 구단 수장들은 무사안일하다. 대부분 월급쟁이 사장인 그들은 자리를 지키고 임기를 안전하게 채우는 데 능숙하다. 큰 사고 없는 안전제일주의 속에 파격, 혁신 같은 발전적 의식은 자리잡기 어렵다.
그러다보니 가장 쉬운 경영만 고집한다. 능력 없는 경영자가 택하기 쉬운 방식이 바로 경비절감이다. 성과(output)를 늘릴 생갭다 경비(input)를 줄여 그럴듯한 대차대조표로 모기업에 어필하는 데에만 경영 역량을 집중한다. 그리곤 뒤에서 이렇게 자위한다. "어차피 돈도 안되는 시장인걸 뭐…"
슈퍼 스타가 필요한 이유는 비단 성적만이 아니다. 스타가 있어야 팬이 몰리고 산업화의 기반이 마련될 수 있다. '한참 프로야구 관중이 많이 들 때는 무슨 대단한 돈이 됐느냐'고 반박할지 모른다. 하지만 오히려 이렇게 되묻고 싶다. 과연 제대로 근본적 성장 기반을 만들 혁신적 노력을 기울였는가. 각 구단의 사소한 이해관계 충돌로 KBO 공동 마케팅 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TV 중계권, 모바일 등 온라인 판권, 영상 등에서 파생되는 컨텐츠 부가가치 창출 방안 모두 제로베이스에서 다시 검토해봐야 한다. 필요하다면 구단 자체 중계를 통한 무한 경쟁환경 조성 등 파격적인 조치도 필요하다. 구단 간 수익에 차별이 생겨야 비로소 제대로 된 선수 영입 경쟁이 이뤄진다. 리그 발전을 위해서는 '부익부 빈익빈'이 '하향 평준화'보다 백번 낫다. 경쟁력 있는 리그 환경을 조성해야 비로소 프로 경쟁력이 없는 팀을 퇴출시키고, 물갈이 할 수 있다.
프로야구단을 운영하는 모기업들은 구단에 부임하는 사장들에게 더 이상 단순한 성적이나 적자 규모 축소가 아닌 구단 가치 제고에 대한 구체적 주문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구단 가치에 대한 관심과 객관적 측정 방식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
KBO 커미셔너를 자임한 정운찬 총재도 리그 발전을 위한 보다 더 적극적 역할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시간이 없다. 제대로 해보지도 않고 지레 포기하는 건 무책임하다. 본 궤도에 오른 스포츠 시장의 파급력은 상상 이상이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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