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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척=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 LG 트윈스 류중일 감독은 지난 5일 준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에서 시리즈 예상을 묻는 질문에 손가락 3개를 펴 보였다. 3차전에서 끝마치겠다는 의미였다. LG의 자랑인 강력한 1~3선발을 앞세워 단기간에 승부를 마쳐 플레이오프에 오르겠다는 다짐이었다. 하지만 이를 곧이 곧대로 받아들인 사람은 별로 없었다. 정규시즌 우승을 다퉜던 키움 히어로즈가 일방적으로 당할 팀이 아니기 때문이다.
LG 차명석 단장은 "미디어데이에서 감독님이 그렇게 하신 건 기싸움 차원이다. 한 게임이라도 빨리 마치면 좋은 것 아닌가"라면서 "우리 전력분석팀에서는 5차전까지 갈 것으로 처음부터 예상했고 준비했다. 키움은 정규시즌서 막판까지 우승을 겨뤘고 86승을 한 팀"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LG의 계획은 초반부터 어긋났다. 1차전서 0대1로 패한 LG는 7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차전에서 또다시 불펜 싸움에서 밀리며 4대5로 역전패했다. LG는 전날과 달리 타자들이 초반부터 집중 안타를 쏟아내고 선발투수 차우찬이 7이닝을 1실점으로 틀어막은 덕분에 7회까지 4-1로 앞섰다.
2이닝만 막으며 계획대로 1승1패의 균형을 맞출 수 있었다. 그러나 8회말 두 번째 투수 김대현이 박병호에게 투런홈런을 허용해 한 점차로 쫓겼고, 9회말 고우석이 가을무대 큰 경기 부담을 또다시 떨치지 못했다. 아웃카운트 2개를 잡는 동안 3안타와 1볼넷을 내주는 극도의 난조를 보이며 동점을 허용하고 말았다.
이어 연장 10회말 송은범이 선두 김하성에게 좌중간 안타, 김웅빈에게 희생번트를 허용해 1사 2루. LG는 이때 왼손 진해수를 올렸다. 하지만 진해수가 대타 주효상 타석에서 2루로 던진 공이 중견수 쪽으로 빠져 주자가 3루까지 갔다. 내야수와의 사인이 맞지 않았다. LG는 전진수비를 펼쳤지만, 주효상의 땅볼을 잡은 2루수 윤진호가 홈으로 송구했지만, 3루주자 김하성의 슬라이딩이 빨랐다.
이제 LG는 하루를 쉬고 홈인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3,4차전을 모두 잡아야 처음 계획한 5차전 필승 전략을 끌고 갈 수 있다. 하지만 1,2차전서 나타난 젊은 불펜진의 부진과 김현수, 채은성, 카를로스 페게로 등 중심타선의 침묵이 이어진다면 승산은 희박하다.
LG의 3차전 선발은 케이시 켈리다. 지난 3일 NC 다이노스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6⅔이닝 3안타 1실점의 만족스러운 투구를 펼치며 3대1 승리를 이끈 바 있다. LG의 후반기 에이스 노릇을 한 켈리가 윌슨을 제치고 포스트시즌 1선발로 나선 이유를 가감없이 보여줬다. 5일을 쉬고 나오기 때문에 루틴에 따른 컨디션은 무리가 없다. 키움 선발은 최원태다. 정규시즌서 14승12패, 평균자책점 2.55를 마크한 켈리가 11승5패, 평균자책점 3.38로 나름 선전한 최원태에 앞설 것이란 자체 분석이다.
문제는 4차전이다. LG는 4차전 선발로 배재준 임찬규 이우찬 중 하나를 준비시킨다. 사실상 '불펜 데이'로 삼고 2차전 히어로 차우찬의 불펜 대기도 심각하게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4차전서 지든 이기든 승부가 만일 5차전까지 이어질 경우 선발은 윌슨이다. 윌슨이 1차전서 8이닝 무실점의 컨디션과 감각을 유지한다면 키움 에이스 제이크 브리검과의 박빙의 승부 속에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그동안 침묵했던 이천웅 김민성 유강남 등 주력 타자들도 감을 회복했으며, 무릎 부상서 벗어난 오지환이 3차전부터 실질 전력으로 가세한다.
그러나 불펜투수들이 1,2차전서 잇달아 난조를 보여 류 감독의 걱정이 크다. 대안이 마땅한 것도 아니다. LG는 역대 5번의 준플레이오프에서 무릎을 꿇은 적이 한 번도 없다. 그러나 이번에는 시작부터 암운이 드리워졌다.
고척=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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