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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요. 특별히 달라진 건 없는데, 작년에는 안맞으려고 던졌다면 올해는 '쳐라'고 던지고 있어요. 진짜 칠 때도 있지만" 두산 베어스 이영하(22)가 특유의 덤덤한 표정과 건조한 말투로 말했다.
하지만 2018년이 이영하에게는 모든 것을 뒤바꾼 시기였다. 선발 투수들의 부진으로 대체 선발로 기회를 받았고, 그 결과 데뷔 첫 10승을 거두면서 팀내 자신의 입지를 더 단단히 만들었다. 김태형 감독은 올 시즌 구상에서 이영하를 일찌감치 선발로 점 찍었고, 이영하도 더욱 마음 편하게 시즌을 준비할 수 있었다. 그런 준비 과정이 시즌 개막 후 등판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8연승이다. 패전 없는 비결이 뭘까.
-선발로 뛰었던 작년과 비교하면 뭐가 달라졌나.
작년에는 안맞으려고 던졌다. 그런데 올해는 '그냥 쳐라' 이렇게 던지고 있다. 치라고 던지니까 진짜 칠 때도 있고(웃음) 못칠 때도 있더라. 치면 어쩔 수 없는거고, 못치면 좋은거 아닌가. 투구수도 작년보다 적어지니까 여러모로 수월한 것 같다.
-20일 KIA전에서는 직구를 많이 던졌다.
직구가 괜찮았다. 스피드보다는 힘이 괜찮더라. 변화구 덜 던지고 직구만 던져도 되겠다 싶어서 힘있게 던졌더니 결과가 괜찮았다. 물론 5회부터 힘이 떨어지고 나니까 1회같지는 않았는데, 다시 힘 빼고 던지니 오히려 잘 통했다.
-6회말 흔들리던 당시에 김태형 감독이 직접 마운드에 방문 했었는데.
감독님이 "오늘 완봉하려고 그래?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어. 못치게 하려고 하지 말고, 힘 빼고 그냥 던져"라고 하셨다. 맞는 말이었다. 당시에 투구수가 적었고, 5~6회만 잘 넘기면 7~9회까지 쑥 가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나도 모르게 힘이 들어갔었다.
-아무래도 그동안 쌓인 경험이 많아지면서 스스로 노하우가 생긴 게 아닐까.
도움이 많이 되고 있다. 여유도 생기고, 긴장도 덜 된다. 예전보다는 상대 타자랑만 집중해서 싸울 수 있는 것 같다.
-스프링캠프때 선동열 감독의 장시간 '원포인트 레슨'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효과를 느낀 부분이 있다면.
결과가 좋으니 도움이 된 거 아닐까. 사실 당시 선 감독님이 엄청난 변화를 주문하신게 아니라,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것들(투구시 하체 활용, 밸런스)을 이야기 해주셨는데 참고하고 던지고 있다. 이런 조언들이 그 당시에는 당장 흡수되지는 않더라도 쌓이다보면 확실히 좋아지는 것 같다.
-포수 박세혁과의 호흡이 돋보인다.
컨디션이 안좋은 날은 확실히 포수의 도움을 받는다. 지난 KT전에서도 세혁이 형의 도움을 받았다. 밸런스도 그렇고 자꾸 반대투구가 나오더라. 그날은 세혁이형이 리드를 해준대로 던졌는데 굉장히 잘풀렸다.
-캠프때부터 4선발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굉장히 일찍 포커스를 맞춰 준비를 하게 됐다.
(4선발이라는 이야기를)기사로 처음 봤다. (김)강률이 형이 없으니까 불펜 갈거라고 생각했다. 이야기를 듣고는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덕분에 준비를 잘한 것 같다. 작년에는 불펜으로 시작했고, 경쟁하고 그러다보니까 시즌 초반에 올라왔다가 힘 떨어지니까 못올라왔다.
-부담스럽지는 않았나.
부담스럽지 않다. 어차피 못하면 다시 밀려나는거니까.(웃음) 부담보다는 그냥 믿어주셔서 감사하고, 잘하고싶다는 마음을 가졌다.
-여러모로 불펜보다는 선발이 편하지 않나.
쉬는 날이 있다보니 확실히 편하다. 그런데 기다리는 게 힘들다. 불펜 나가서 매일매일 던지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작년에 조쉬 린드블럼의 골든글러브 수상때 대리 수상 소감을 밝혔다. 언젠가 골든글러브에 대한 욕심도 있을텐데.
내가 살다보니 이런 데도 다 와보는구나 싶었다.(웃음) 당장 그렇게 큰 상을 욕심내지는 않는다. 하나하나 내 할 일을 하다보면 언젠가 기회가 올 수도 있지 않을까?
광주=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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