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현장인터뷰]이영하의 무심 투구법 "'그냥 쳐라' 하고 던진다"

나유리 기자

기사입력 2019-04-23 09:07


14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KBO리그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의 주말 3연전 마지막 경기가 열렸다. LG 배재준과 두산 이영하가 선발 맞대결을 펼쳤다. 힘차게 투구하고 있는 이영하. 잠실=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9.04.14/

두산 베어스와 kt 위즈의 2019 KBO 리그 경기가 3일 잠실구장에서 열렸다. 5회초 1실점을 하며 이닝을 마무리한 두산 이영하가 덕아웃으로 향하며 박세혁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잠실=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9.04.03/

"글쎄요. 특별히 달라진 건 없는데, 작년에는 안맞으려고 던졌다면 올해는 '쳐라'고 던지고 있어요. 진짜 칠 때도 있지만" 두산 베어스 이영하(22)가 특유의 덤덤한 표정과 건조한 말투로 말했다.

큰 차이가 없다고 하기엔 많은 것이 달라졌다. 이영하는 지난 20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에서 7이닝 4안타 3탈삼진 2볼넷 1실점으로 호투하며 상대 타선을 압도했다. 바로 앞 등판이었던 14일 LG 트윈스에서 8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쳤던 이영하는 2경기 연속 완투가 가능한 페이스로 한 경기를 책임지다시피 했다. 굳이 무리할 필요가 없기에 완투에 도전하지는 않았지만, 지금 이영하의 공이 가지고 있는 힘을 볼 수 있는 기록이다. 시즌 3승. 지난 시즌까지 포함해 개인 8연승이다. 작년 8월 10일 KT전(4이닝 5실점) 이후 패전이 없다. 운까지 따른다.

입단 당시부터 두산의 '미래 에이스'로 기량을 보였던 이영하지만, 그동안은 자리가 없었다. 워낙 쟁쟁한 선배들이 많았기 때문에 선발진 진입이 힘들었다. 스프링캠프나 시즌 초반에 어렵게 그에게 주어진 기회는 5선발 경쟁 정도. 그마저도 시즌 초반 팀 상황에 따라 선발과 롱릴리프를 오가는 일이 잦았다.

하지만 2018년이 이영하에게는 모든 것을 뒤바꾼 시기였다. 선발 투수들의 부진으로 대체 선발로 기회를 받았고, 그 결과 데뷔 첫 10승을 거두면서 팀내 자신의 입지를 더 단단히 만들었다. 김태형 감독은 올 시즌 구상에서 이영하를 일찌감치 선발로 점 찍었고, 이영하도 더욱 마음 편하게 시즌을 준비할 수 있었다. 그런 준비 과정이 시즌 개막 후 등판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8연승이다. 패전 없는 비결이 뭘까.

운이 좋은 것 같다. 공도 그렇고 딱히 달라진 건 없다. 그냥 다 비슷한데 예전보다 빨리빨리 상대하려고 하다보니까 결과가 좋게 나온다. 또 내가 등판하면 점수가 좀 많이 나는 편이다.

-선발로 뛰었던 작년과 비교하면 뭐가 달라졌나.

작년에는 안맞으려고 던졌다. 그런데 올해는 '그냥 쳐라' 이렇게 던지고 있다. 치라고 던지니까 진짜 칠 때도 있고(웃음) 못칠 때도 있더라. 치면 어쩔 수 없는거고, 못치면 좋은거 아닌가. 투구수도 작년보다 적어지니까 여러모로 수월한 것 같다.


-20일 KIA전에서는 직구를 많이 던졌다.

직구가 괜찮았다. 스피드보다는 힘이 괜찮더라. 변화구 덜 던지고 직구만 던져도 되겠다 싶어서 힘있게 던졌더니 결과가 괜찮았다. 물론 5회부터 힘이 떨어지고 나니까 1회같지는 않았는데, 다시 힘 빼고 던지니 오히려 잘 통했다.

-6회말 흔들리던 당시에 김태형 감독이 직접 마운드에 방문 했었는데.

감독님이 "오늘 완봉하려고 그래?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어. 못치게 하려고 하지 말고, 힘 빼고 그냥 던져"라고 하셨다. 맞는 말이었다. 당시에 투구수가 적었고, 5~6회만 잘 넘기면 7~9회까지 쑥 가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나도 모르게 힘이 들어갔었다.

-아무래도 그동안 쌓인 경험이 많아지면서 스스로 노하우가 생긴 게 아닐까.

도움이 많이 되고 있다. 여유도 생기고, 긴장도 덜 된다. 예전보다는 상대 타자랑만 집중해서 싸울 수 있는 것 같다.

-스프링캠프때 선동열 감독의 장시간 '원포인트 레슨'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효과를 느낀 부분이 있다면.

결과가 좋으니 도움이 된 거 아닐까. 사실 당시 선 감독님이 엄청난 변화를 주문하신게 아니라,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것들(투구시 하체 활용, 밸런스)을 이야기 해주셨는데 참고하고 던지고 있다. 이런 조언들이 그 당시에는 당장 흡수되지는 않더라도 쌓이다보면 확실히 좋아지는 것 같다.

-포수 박세혁과의 호흡이 돋보인다.

컨디션이 안좋은 날은 확실히 포수의 도움을 받는다. 지난 KT전에서도 세혁이 형의 도움을 받았다. 밸런스도 그렇고 자꾸 반대투구가 나오더라. 그날은 세혁이형이 리드를 해준대로 던졌는데 굉장히 잘풀렸다.

-캠프때부터 4선발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굉장히 일찍 포커스를 맞춰 준비를 하게 됐다.

(4선발이라는 이야기를)기사로 처음 봤다. (김)강률이 형이 없으니까 불펜 갈거라고 생각했다. 이야기를 듣고는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덕분에 준비를 잘한 것 같다. 작년에는 불펜으로 시작했고, 경쟁하고 그러다보니까 시즌 초반에 올라왔다가 힘 떨어지니까 못올라왔다.

-부담스럽지는 않았나.

부담스럽지 않다. 어차피 못하면 다시 밀려나는거니까.(웃음) 부담보다는 그냥 믿어주셔서 감사하고, 잘하고싶다는 마음을 가졌다.

-여러모로 불펜보다는 선발이 편하지 않나.

쉬는 날이 있다보니 확실히 편하다. 그런데 기다리는 게 힘들다. 불펜 나가서 매일매일 던지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작년에 조쉬 린드블럼의 골든글러브 수상때 대리 수상 소감을 밝혔다. 언젠가 골든글러브에 대한 욕심도 있을텐데.

내가 살다보니 이런 데도 다 와보는구나 싶었다.(웃음) 당장 그렇게 큰 상을 욕심내지는 않는다. 하나하나 내 할 일을 하다보면 언젠가 기회가 올 수도 있지 않을까?


광주=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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