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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 마지막 현장이었다. 이후 2년이 흘렀다. 외부에서 바라본 한국야구는 명과 암이 모두 존재한다고 했다. 그래도 원로의 눈에는 좋지 않은 면이 크게 부각되는 법. KBO와 구단들을 향해 사안의 본질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영원한 '국민감독' 김인식 KBO 총재 고문(72). 지난 20일 강남의 한 카페에서 김 고문과 만나 프로야구 현안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총재 '고문(顧問)'으로 여전히 프로야구에 관여하지만, 현장을 떠난 외로움은 '고문(拷問)'에 비유할 만하다. 기자를 본 김인식 고문은 "오랜만이네. 이제 곧 바빠지겠어"라며 친근한 목소리로 인사를 건넸다. 나지막하게 또박또박 던지는 말 한마디 한마디에 담긴 힘은 현역 시절 그대로였다. 그래도 몸은 한가하지 않단다. 여기저기 불러주는 자리에 가는 전철 안에서 알아보는 이들이 여전히 많다고 했다. 김 고문은 "아주 반갑게 인사를 해주신다. 자리도 양보해주시고. 지낼 만하다"며 특유의 너털웃음을 지어보였다. 김 고문과의 인터뷰를 세 차례에 걸쳐 싣는다.
②감독과 선수들에 던지는 조언
③김경문 감독과 류현진에 던지는 응원
-감독으로 있을 때 가장 힘든 점이 있었다면요.
내가 후회했던 일이 있는데, 1,2군 엔트리 변경할 때 선수가 가끔 사고를 칠 때가 있었어요. 지방서 경기할 때 현장에서 2군을 보낼 때가 있는데, 코치한테 '쟤 2군 보내' 이럴 때가 있고, 코치들이 반대로 물어볼 때가 있단 말이죠. 금방 올라온 애를 다시 내려보내는 경우가 있는데, 감독이 번거롭고 수고스럽더라도 직접 선수한테 얘기해 주는 게 좋아요. 난 그런 걸 못했어요. 그런 사고를 줄이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해요. 걔들이 사고내면 팀한테나 본인한테 얼마나 손해인가요. 감독이 '너 이만저만해서 할 수없이 내려가는데 좀 기다려. 열심히 하면 또 기회가 올거야'라고 해주면 얼마나 좋게 생각하겠냔 말이죠. 후배 감독들한테 이 말을 전해주고 싶어요.
-최근 이용규가 구단과 갈등 중인데요.
오래전부터 뭔가가 곪아서 온 건 아닌지. 그걸 파악하는 게 제일 중요해요. 지금 겉으로 드러난 건 이용규가 무조건 나쁘다고 돼 있는데,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모르지만 감독하고 코치가 선수한테 좋은 얘기를 해줘야 되지 않나 생각해요. 허심탄회하게 서로 얘기를 해봤으면 좋겠다는 거죠.
-선수 일탈 행위가 계속 나오는데, 뚜렷한 대책이 있을까요.
인간이기 때문에 그 순간을 딱 망각하고 못 참고 일어나는 것이잖아. 일순간 자기도 모르게. 교육도 중요하지만 본인이 알아서 해야지. 평소 그래도 대화가 있어야 된다고 봐요. 윗사람들하고 선수하고. 나도 대화가 사실 없었어요. 지나고 나니까 이러 이런 것들이 문제였구나 했지.
-그런데 선수들 연봉은 계속 높아지고 있습니다.
애초부터 잘못됐다는 거예요. 우리가 몇 가지 잘못된 게 신인 선수가 1년 반짝 해서 연봉 몇 백%씩 올라가는 것도 잘못됐고. 그런 식으로 계속 가면 나중에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미국은 처음엔 너무 낮아서 잘못됐다는데. 조정신청까지 가서 높아지는 게 그 쪽이 맞는 것 같기도 하고. 잘 연구해서 조정해야 되지 않나 해요. FA는 무조건 좋은 선수를 데려가려는 게 문제인데, 그건 실력대로 하는 거 아닌가요. 할말이 없는거지. 우리는 계약금이 너무 많아요. 첫 번째 FA 때는 주더라도, 두 번째 FA할 때는 없애는 건 어떨지.
-외국인 선수들 수준이 높아졌습니다. 예전과 비교한다면.
내가 볼 때는 우리 국내 선수들 타격이 나아졌다고 볼 수 있는데, 반면에 투수는 거꾸로 떨어졌다고 보여져요. 그래도 용병이 그때보다 훨씬 낫다고 볼 수는 없지요. 그때도 우즈나 몇 선수들은 아주 월등하게 잘 했어요. 걔네들이 일본가서도 톱클래스가 되고. 용병은 해마다 바뀔 수 있는 거니까, 일단은 우리 프로야구 판이 커진 건 틀림없다고 봐요.
-'강한 2번타자' 트렌드가 있는데요.
감독들이 너무 말이 앞서 가는 거 아닌가 하네요. 2번타자가 어떻고, 4번이 어떻고 그러는데 타순이라는 게 매번 달라지는 것이고 변경되는 건데. 2번타자에 장거리 타자를 선호하는 건 미국에서 25년전에 데이브 파커에서 시작됐어요. 이제 우리도 하는데 새로운 것을 하는 것처럼 너무 말하는데, 말로 아닌 행동으로 실천하는 게 중요하죠.
-올시즌 주목하는 팀과 선수가 있다면요.
롯데와 삼성이 돈을 몇 년 동안 쏟아부었죠. 그런 팀들이 잘 해야 된다 이거예요. 몇 년전에 KIA가 최형우를 데려가서 성공을 했자나요. LG도 김현수를 데려왔고 투자를 했는데, 그보다 쏟아부은 게 롯데, 삼성이잖아요. 좀 수확을 거둬야 돼요. 그러다 보니 작년 한화가 선전을 해서 생각지도 않은 일을 해놨다고 볼 수 있는데 올해 거기(롯데, 삼성)에 쫓기는 신세가 되지 않을까요? 올해는 1위하고 처음부터 차이가 안 날 것 같아요. 가운데가 굉장히 엉킬 거 같은데. 선수로는 안우진 윤성빈 둘을 관심 있게 봐야 된다고 생각해요. 걔네들이 지난해까지 가능성이 있다고 했는데 금년에 그보다 더 완숙 단계로 가야 되지 않나. 그게 궁금하고. 물론 괜찮은 신인들이 몇 명 들어왔다는데, 내 상상으로는 두 명한테는 안 될 거 같아요. 안우진 윤성빈이 빨리 올라와야 우리나라 투수진이 나아지는 거 아닌가 해요. 그동안 좌투만 좋았단 말이지.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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