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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히어로즈는 현재 '폭력 사건' 이슈로 인해 크게 동요하고 있다. 3년 전에 벌어졌다가 종료된 것으로 여겼던 사건이 갑자기 수면 위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구단 관계자들은 복잡한 심경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당시 사건에 대한 상세 보고서를 작성 중이다. 이 보고서가 바로 18일까지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제출해야 하는 '문우람 폭행 경위서'다. 여기에 어떤 내용이 담겨있는 지에 따라 히어로즈 구단 뿐만 아니라 프로야구계 전반에 미칠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3년 전 팀내에서 벌어진 폭행 사건을 언급했다. 당시 팀 선배인 A선수에게 야구배트로 머리를 맞아 힘들어하던 자신에게 조 모씨가 선물을 사주는 등 위로를 해주면서 친해지게 됐다는 이야기를 했다. 브로커와 우연한 계기로 가까워지게 됐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파악된다. 문우람은 응급실 진료기록부를 기자회견 자료에 첨부했다.
당초 문우람이 기자회견을 통해 많은 이야기를 하며 3년 전 일까지 언급한 건 자신의 주장에 힘을 싣기 위한 목적으로 파악된다. 당시 일어났던 폭행 사건 자체는 현재의 문우람에게는 중요하지 않은 일일 수도 있다. 당시에 사과와 화해가 이뤄지기도 했다.
본질적으로는 '선후배 관계'로 묶인 팀내 권력 구조에서 벌어진 일방 폭행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 과정에서 야구배트가 동원되기도 했다. 그렇다면 시간이 지났더라도 보다 상세한 조사와 그에 합당한 조치가 필요하다. 결국 KBO는 구단 측에 당시 일에 관한 상세 경위서 제출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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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경위서 작성 업무를 맡은 히어로즈 관계자는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사안 자체가 3년 반이나 지난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시 현장에 있던 사람들을 만나 상세하게 경위서를 작성하고 있다"면서 "폭력을 정당화할 생각은 없다. KBO에 상세 경위서를 제출하고 결정을 기다릴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이 관계자는 경위서 작성 과정에서 꼭 필요한 문우람과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며 난색을 표했다. 그는 "상세한 경위서를 쓰기 위해 문우람 본인의 이야기를 들을 필요가 있었다. 그런데 계속 연락이 되지 않고 있다. 문우람 뿐만 아니라 부친 쪽으로도 연락을 계속 시도했는데, 그 쪽 입장을 듣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우람은 지난 10일 기자회견 이후 사실상 외부와의 연락을 모두 끊은 상태이다. 본인 스스로 당시 폭행 사건에 관해 진상을 밝혀달라거나 억울함을 풀어달라는 주장은 하지 않고 있다. 자신의 기자회견으로 촉발된 이슈인데다 본인이 당사자인 만큼 문우람의 추가적인 입장 표명도 반드시 필요하다.
만약 당시 사건의 직접 당사자인 문우람이 입장을 계속 밝히지 않는 한 히어로즈의 경위서도, KBO의 진상 조사도 '반쪽'에 그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KBO는 18일 경위서를 제출받은 후 이 사안을 상벌위원회에 올릴 지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경위서의 내용도 내용이겠지만, 근본적으로는 KBO의 윤리적 판단이 중요하다. 이번 사안의 본질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리그 전체의 윤리적 기준점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개인간의 갈등에서 빚어진 폭행인지, 집단 내의 권력 구조에서 벌어진 폭행인지 명확히 성격을 규정할 필요가 있다. 그에 따라 처벌의 경중도 달라져야 한다. KBO는 과연 어떤 결정을 내리게 될까.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