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 와이번스를 8년만에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려 놓은 주역들은 그 시절 '왕조'를 건설했던 베테랑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SK는 2007~2008년, 2010년 세 차례에 걸쳐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며 명문 구단으로 우뚝 섰다. 당시 SK를 이끌던 선수들 가운데 박정권 김강민 최 정 김광현 등은 이번 한국시리즈에서도 주력 멤버로 활약했다.
간판타자 최 정은 마지막 순간 빛났다. 그가 6차전 9회 터뜨린 동점 홈런은 자칫 분위기를 잃을 뻔한 SK의 운명을 바꿔놓은 한 방이었다. 5차전까지 13타수 1안타에 그친 최 정은 6차전서도 4번째 타석까지 볼넷 2개만을 얻었다. 하지만 3-4로 뒤진 9회초 2사후 짙은 패색의 그늘 속에서 두산 에이스 린드블럼의 포크볼을 잡아당겨 좌측으로 솔로포로 연결하며 극적인 동점을 만들었다. 그 동안의 마음고생을 씻는 속시원한 홈런이었다.
선발투수 김광현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김광현은 2승1패로 앞선 4차전 선발로 등판해 6이닝 동안 6안타 무실점의 호투를 펼쳤다. 비록 팀이 1대2로 역전패를 당했지만, 김광현은 2007~2008년 두산을 상대로 뽐냈던 직구와 슬라이더, 투피치를 앞세워 고참 투수로서 흥을 돋웠다. 그리고 6차전에서는 5-4로 앞선 연장 13회말 마운드에 올라 세 타자를 모두 범타로 처리하며 2010년 한국시리즈에 이어 8년 만에 우승을 결정짓는 투수로 다시 한 번 이름을 올렸다.
박정권은 정규시즌서 14경기 밖에 뛰지 못했다. 트레이 힐만 감독이 주도한 세대 교체의 분위기 속에 존재감을 찾지 못했다. 특별히 부상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14경기 대부분 교체 멤버로 출전해 31타석에 나서는데 그쳤다. 타율도 1할7푼2리(29타수 5안타)로 저조했다. 하지만 포스트시즌은 그를 필요로 했다. SK 선수들을 하나로 묶는 구심점 역할을 했다. 김강민과 박정권의 포스트시즌 활약은 그래서 감동적이다. 특히 팀내 최고참인 박정권은 이번 한국시리즈 내내 덕아웃 내에서 분위기를 돋우는 역할을 도맡았다.
우승을 확정짓는 순간 왕조 시절의 멤버들은 다시 한 번 뭉친 셈이다.
잠실=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