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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인터뷰]새옷을 입다. S급 불펜 이태양 "지금 모습? 나도 신기"

박재호 기자

기사입력 2018-08-14 07:52


한화 이글스 이태양이 역투하고 있다. 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8.07.18/

"나도 신기하다."

한화 이글스 이태양(28)은 올시즌 선발에서 불펜으로 새 옷을 입었다. 결과는 '비상(飛上)'이다. 시즌이 깊어질수록 이태양의 존재감은 커지고 있다. 한화를 넘어 리그 최강으로 발돋움중이다.

한화 이글스 불펜에는 영웅이 여럿이다. 한화는 올시즌 불펜 평균자책점 4.13으로 전체 1위다. 시즌 초반부터 지금까지 불펜 1위를 한번도 놓친 적이 없다.정우람 이태양 송은범 안영명 박상원 등 필승조의 컨디션은 부침을 거듭했다. 최근 구원 1위 정우람이 흔들리는 가운데 가장 돋보이는 선수는 이태양이다.

이태양은 최근 이틀 연속 인상적인 호투를 펼쳤다. 지난 11일 KT 위즈전 1이닝 무실점 구원승에 이어 12일 KT전에서는 4-4 동점이 된 9회초 1사 1,3루에서 2연속 탈삼진으로 위기를 넘겼다. 흔들린 정우람을 이태양이 뒤에서 떠받쳤다. 이태양은 연장 10회초도 삼자범퇴로 막은 뒤 10회말 하주석의 끝내기 안타로 구원승을 따냈다.

이태양은 지난해까지 선발투수로 뛰었다. A급 선발은 아니었지만 가능성과 잠재력을 인정받았던 영건이다. 올해 불펜에서 첫 풀타임 시즌을 보내고 있다. A급을 넘어 특급이 됐다. 이태양은 올시즌 48경기에서 4승2패8홀드 평균자책점 2.49를 기록중이다. 블론세이브는 단 1개.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은 불펜 투수중 리그 전체 1위(2.05)다. 특히 9이닝 당 탈삼진이 9.97개에 달한다. 강력한 위기관리 능력이다.

이태양은 "결과가 좋으니까. 자신감으로 연결된다. 또 연습을 통해 자신감을 얻는다. 이기는 경기에 나가다 보니 불펜도 참 매력이 있다고 느껴진다. 한 가지만 고집한다기보다 불펜 투수를 해보면서 색다른 경험을 하고 있다. 선발에서는 얻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 야구를 배움에 있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올시즌 대활약을 본인도 예상하지 못했다고 했다. 이태양은 "나도 신기하다. 개인성적도 나쁘지 않고 팀성적도 좋다. 사람 욕심은 끝이 없는 것 같다. 긴장을 늦추지 않으려 한다. 언제 어떻게 잘못될 지 알 수 없다. 시즌이 아직 많이 남았다"고 했다.

강력한 존재감의 원천은 140km대 중후반을 찍는 강한 직구다. 이태양은 "일단 제구가 돼야 하지만 모든 변화구는 직구가 살아야 통한다. 송진우 코치님도 변화구-변화구로 이어가면 타자가 안 속으니 직구가 밑바탕이 돼야 한다고 자주 말씀하신다. 직구가 조금씩 좋아지다보니 변화구도 좋아지는 것 같다"고 했다.


이태양은 절체절명에서 올라오는 경우도 잦다. 가장 위급한 순간에 부르는 믿음직한 카드이기 때문이다. 이태양은 "송진우 코치님이 사람은 위기가 되면 머리를 20%밖에 못 쓴다고 하셨다. 위기상황에서는 한 가지만 생각한다는 뜻이다. 한 가지 생각에 매몰되지 않으려 노력중이다. 타자와의 승부에서 방망이에 정타만 허용하지 않으려 한다. 내야 땅볼로 인한 코스 안타는 어쩔 수 없다. 그나마 결과가 좋다"며 "시즌 초반 하루하루 버티면서 끝까지 해보는 생각으로 여기까지 왔다. 이 마음이 시즌 끝날 때까지 변치않고 버티는 것이 첫 번째"라고 했다.

이태양은 65이닝으로 불펜 투수 중 최충연(삼성 라이온즈, 65⅓이닝) 다음으로 이닝 수가 많다. 이에 대해 "많이 던진다는 생각은 없다. 투구수도 많지 않고 벤치에서도 배려해 주신다. 2연투를 할때 오히려 컨트롤이 잘된다. 이닝에 대한 부담은 없다. 야구가 잘 되니 야구장 나오는 것이 즐겁다. 요즘은 아주 행복하다"고 했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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