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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신기하다."
이태양은 최근 이틀 연속 인상적인 호투를 펼쳤다. 지난 11일 KT 위즈전 1이닝 무실점 구원승에 이어 12일 KT전에서는 4-4 동점이 된 9회초 1사 1,3루에서 2연속 탈삼진으로 위기를 넘겼다. 흔들린 정우람을 이태양이 뒤에서 떠받쳤다. 이태양은 연장 10회초도 삼자범퇴로 막은 뒤 10회말 하주석의 끝내기 안타로 구원승을 따냈다.
이태양은 지난해까지 선발투수로 뛰었다. A급 선발은 아니었지만 가능성과 잠재력을 인정받았던 영건이다. 올해 불펜에서 첫 풀타임 시즌을 보내고 있다. A급을 넘어 특급이 됐다. 이태양은 올시즌 48경기에서 4승2패8홀드 평균자책점 2.49를 기록중이다. 블론세이브는 단 1개.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은 불펜 투수중 리그 전체 1위(2.05)다. 특히 9이닝 당 탈삼진이 9.97개에 달한다. 강력한 위기관리 능력이다.
올시즌 대활약을 본인도 예상하지 못했다고 했다. 이태양은 "나도 신기하다. 개인성적도 나쁘지 않고 팀성적도 좋다. 사람 욕심은 끝이 없는 것 같다. 긴장을 늦추지 않으려 한다. 언제 어떻게 잘못될 지 알 수 없다. 시즌이 아직 많이 남았다"고 했다.
강력한 존재감의 원천은 140km대 중후반을 찍는 강한 직구다. 이태양은 "일단 제구가 돼야 하지만 모든 변화구는 직구가 살아야 통한다. 송진우 코치님도 변화구-변화구로 이어가면 타자가 안 속으니 직구가 밑바탕이 돼야 한다고 자주 말씀하신다. 직구가 조금씩 좋아지다보니 변화구도 좋아지는 것 같다"고 했다.
이태양은 절체절명에서 올라오는 경우도 잦다. 가장 위급한 순간에 부르는 믿음직한 카드이기 때문이다. 이태양은 "송진우 코치님이 사람은 위기가 되면 머리를 20%밖에 못 쓴다고 하셨다. 위기상황에서는 한 가지만 생각한다는 뜻이다. 한 가지 생각에 매몰되지 않으려 노력중이다. 타자와의 승부에서 방망이에 정타만 허용하지 않으려 한다. 내야 땅볼로 인한 코스 안타는 어쩔 수 없다. 그나마 결과가 좋다"며 "시즌 초반 하루하루 버티면서 끝까지 해보는 생각으로 여기까지 왔다. 이 마음이 시즌 끝날 때까지 변치않고 버티는 것이 첫 번째"라고 했다.
이태양은 65이닝으로 불펜 투수 중 최충연(삼성 라이온즈, 65⅓이닝) 다음으로 이닝 수가 많다. 이에 대해 "많이 던진다는 생각은 없다. 투구수도 많지 않고 벤치에서도 배려해 주신다. 2연투를 할때 오히려 컨트롤이 잘된다. 이닝에 대한 부담은 없다. 야구가 잘 되니 야구장 나오는 것이 즐겁다. 요즘은 아주 행복하다"고 했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