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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몰아치기의 '달인' 박병호, 홈런 경쟁이 심치않다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18-08-07 10:22


넥센 히어로즈 박병호는 후반기 들어서 10개의 홈런을 몰아치며 홈런왕 경쟁에 마침내 이름을 올리게 됐다. 지난 5일 수원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경기에서 2회 솔로홈런을 날리고 홈으로 들어와 장정석 감독의 환영을 받고 있는 박병호.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아시안게임 브레이크를 앞두고 팀간 순위 싸움 못지 않게 흥미를 끌고 있는 것이 홈런왕 경쟁이다.

넥센 히어로즈 박병호의 약진이 두드러기 때문이다. 박병호는 전반기에 부상으로 오랜 기간 고생했다. 지난 4월 13일 왼쪽 종아리 근육 파열상을 입어 5월 20일 복귀할 때까지 재활에 매달렸다. 무려 36일간 공백기를 가졌다. 소속팀 넥센은 같은 기간 29경기를 치렀다. 즉, 박병호는 29경기에 나서지 못했기 때문에 홈런 경쟁에서 뒤쳐질 수 밖에 없었다.

부상 이전 박병호는 4홈런을 기록했다. 그가 재활을 하는 동안 홈런 레이스를 주도한 선수는 SK 와이번스 최 정과 제이미 로맥, 두산 베어스 김재환이다. 박병호가 복귀하기 직전인 5월 19일 홈런 순위는 1위 최 정(18개), 2위 로맥(14개), 3위 한화 이글스 제라드 호잉(12개), 4위 김재환(11개)이었다. 최 정을 비롯한 3~4명의 선수가 시즌 끝까지 치열한 싸움을 할 것으로 예상됐고, 박병호는 이름조차 거론될 수 없는 시점이었다.

하지만 한여름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지금 양상은 달라졌다. 최 정은 허벅지 부상으로 빠져 있고, 경쟁자들의 페이스는 뚝 떨어졌다. 6일 현재 로맥이 35홈런으로 이 부문 1위이고, 김재환(32개), 최 정(31개)이 뒤를 잇고 있다. 박병호가 29홈런으로 KT 위즈 멜 로하스와 공동 4위에 올라 있다. 박병호가 선두 경쟁 근처에 이르렀다는 이야기다.

어떻게 이렇게 됐을까. 박병호는 후반기 16경기에서 10개의 홈런을 몰아쳤다. 그가 미국 야구에 진출하기 전 2012~2105년까지 4년 연속 홈런왕에 올랐을 때 보여줬던 집중력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지난 5일 KT와의 수원 경기에서는 2홈런을 때렸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박병호를 홈런 싸움에서 제외시키기는 것은 어리석다. 박병호의 특징, 즉 '괴력'은 간결한 스윙과 정확한 선구안에서 비롯된다. 그 험난했던 미국 야구를 거치면서 '세기'가 보태졌고, 심리적 안정도 함께 갖추게 됐다.

박병호는 올초 귀국 기자회견에서 홈런 경쟁을 묻는 질문에 "한국야구에서 최 정 선수가 외국인 선수에게 지지 않으려고 홈런을 많이 치고 노력했던 걸 알고 있다. 나도 합류해서 많은 홈런이 나와 팬분들이 즐거웠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홈런 경쟁에서 밀릴 이유는 없다고 한 것이다.

그가 미국 진출 이전에 넥센이 홈으로 쓰던 목동구장과 달리 고척스카이돔은 홈런을 날리기 어려운 곳으로 자리잡았다. 펜스거리가 좌우 99m, 중앙 122m로 국내 최대 잠실(100m, 125m)에 버금간다. 하지만 박병호는 올시즌 홈 39경기에서 14홈런, 원정 40경기에서 15홈런을 터뜨렸다. 홈과 원정을 가리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특히 잠실에서는 6경기에서 3홈런을 날리며 주목을 받았다.


박병호는 지난 5일 멀티 홈런을 작성한 직후 인터뷰에서 "최근 체력관리에 특별히 신경쓰고 있다. 연습량은 줄였지만 늘 하는 하체 밸런스 체크에 중점을 두고 있다"면서 "팀이 필요할 때 홈런보다는 타점을 올리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 이 부분에만 신경 쓰고 싶다"고 했다. 타석에서 홈런이 목적이 아니라 주자를 불러들이는 일이 중요하다고 언급한 것이다. '홈런왕 레전드' 장종훈 이승엽이 했던 얘기와 똑같다.

박병호는 홈런 한 개를 치기 위해 필요한 타석수, 즉 홈런/타석 비율이 11.55로 경쟁자들을 크게 앞선다. 이 수치가 로맥은 12.40, 최 정 11.94, 김재환 14.16, 로하스 16.00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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