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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 놔도 제몫을 하는 선수가 있다면 감독이 타순을 짜는데 큰 도움이 된다.
지난해엔 톱타자로 출발해 화려한 3번타자로 끝냈다. 영입 당시 호타준족 스타일로 소개된 버나디나는 팀의 톱타자를 맡아 빠른 주루를 뽐낼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초반 부진으로 퇴출 위기에 몰렸으나 한국 투수들에 적응을 마친 5월부터 불방망이를 쳤다. 트레이드로 데려온 이명기가 좋은 타격을 하고 3번 타자로 나온 김주찬이 부진을 보이며 KIA는 타순 고민에 빠졌다. 김 감독은 예상외의 장타 능력을 보여주는 버나디나를 3번에 배치하고 이명기를 1번, 김주찬을 2번에 놓는 타순 변경을 실시했고 이것이 타선이 폭발하는 계기가 됐다.
버나디나는 특유의 헬멧 세리머니까지 만들어내며 팬들의 사랑을 받았고 타율 3할2푼, 27홈런, 111타점, 32도루, 118득점의 엄청난 성적으로 팀의 통합우승을 도왔다.
계획대로 되지 못했다. 2번과 3번을 번갈아 나가던 버나디나는 1번 이명기가 예상외로 부진에 빠지자 1번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역시 제몫을 하는 버나디나다. 5월부터 1번으로 나오기 시작한 버나디나는 5월 부상등으로 주춤하긴 했지만 이내 반등해 폭발적인 타격을 보여주고 있다.
6월에만 타율 3할7푼, 5홈런, 9타점, 6도루 15득점을 기록하고 있다.
27일 인천 SK전에서도 그의 타격은 빛났다. 1번 타자로 출전한 그는 4타수 2안타 1타점을 기록했다. 0-0이던 3회초 1사후 상대 선발 산체스로부터 우측 2루타를 쳐 득점기회를 만들었다. 아쉽게 후속타자의 불발로 득점엔 실패. 1-2로 뒤진 8회초엔 바뀐 투수 박정배의 144㎞ 직구를 받아쳐 가운데 담장을 넘기는 동점 솔로포를 쏘아올렸다. 9회초 2사 1,2루서 9번 대타 김주찬이 찬스를 이어줬다면 버나디나의 타석에서 좋은 승부를 기대할 수 있었지만 김주찬이 아쉽게 투수땅볼로 물러나며 경기가 끝났다.
올시즌 타격 부침이 심한 KIA지만 버나디나의 꾸준한 성적은 믿음을 갖게 한다.
지난해 예상외로 득점 1위에 올랐던 버나디나인데 올해는 도루왕도 노려볼 수 있을 듯하다. 20개로 삼성 박해민, 한화 이용규(이상 18개)를 제치고 1위를 달리고 있다. 버나디나가 1번으로 계속 출전하는 상황이라 도루를 시도할 기회는 많다. 부상만 없다면 도전해볼 수 있는 외국인 첫 도루왕이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