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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BC 대표팀의 스케줄 관리를 맡고있는 코디네이터 조신혁씨. 사진=나유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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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 대표팀에는 메이저리그에서 파견을 보낸 '코디네이터'가 있다.
조신혁(23·미국명 앤드류 조)씨는 가장 바쁜 WBC 대표팀 스태프 중 한명이다. 코디네이터는 한국뿐만 아니라 WBC 대회에 참가하는 국가 모두 한명씩 배치가 돼 있다. WBC 주최인 메이저리그 사무국(MLB)이 해당 국가의 언어를 구사할 수 있고, 문화를 이해하는 직원을 모집해 채용했다. 오직 WBC 기간 동안에만 활동하는 임시 계약직이다. 코디네이터의 존재를 잘 모르는 사람이 더 많지만, 대표팀의 스케줄을 전반적으로 관리하는 막중한 임무를 맡고 있다.
조신혁 씨는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교포다. 뉴저지 출신으로 가족들은 모두 그곳에서 살고 있다. 야구를 좋아하던 그가 KBO리그에도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두산 베어스의 학생 인턴으로 근무하면서부터다. 고등학생이던 2009년부터 2014년까지. 매년 여름 방학이면 한국에 건너와 두산에서 인턴으로 많은 경험을 쌓았다. 그때 두산 선수들과도 친분이 생겼다. 조 씨는 "형들을 다시 만나게 돼서 너무 좋았다. 민병헌형, 김재호형과는 연락을 자주 했었고, 다른 형들은 연락을 못 했어도 다시 만나니까 무척 반가워해 줬다. 대표팀에 두산 선수들이 많아서 행운이다"라며 밝게 웃었다.
미국에서 자라 한국말을 전혀 못 했던 그는 "두산 선수들에게 한국말을 배웠다"고 했다. 반말과 존댓말의 개념이 없어서 나이가 많은 형들에게 "밥 먹었어?"라고 묻고 혼나기도 부지기수. 덕분에 한국말이 빨리 늘었다. 지금은 불편함 없이 능숙하게 구사한다.
조 씨는 대표팀의 일정과 비자 문제, 항공권, 호텔 예약 등을 맡는다. 보통 구단의 매니저와 비슷한 역할이다. "WBC 한국 대표팀이 경기를 치르는 데 문제가 없도록 전반적인 예약과 일정을 확인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는 그는 "대회가 다가오면서 무척 바빠져서 잠을 거의 못잔다. 두산에서도 인턴으로 여러 일들을 했었는데 완전히 다르다. 그래도 후회는 안 한다. 재미있다"며 미소 지었다. 혹시 한국 대표팀이 일찍 탈락(?)해도 코디네이터는 남은 업무가 많다. 티켓팅이나 장소 제공 등 관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대학을 갓 졸업한 조 씨가 WBC 코디네이터에 지원한 이유는 야구에 대한 애정 때문이다. 원래 그는 대학 권투선수였다. 조 씨는 "처음에는 권투 동아리로 시작했는데, 경기를 조금씩 나가면서 아마추어 복서가 됐다. 어머니는 프로 복서가 되지 않은 자체를 감사하게 생각하신다. 권투를 그만둔 것이 아쉽기는 한데, 마지막 경기에서 KO패를 당하면서 기절을 했었다. 그 모습을 보신 어머니가 마음이 많이 아프셨던 모양이다. 다시는 하지 말라고 하셨다. 복싱을 하지 않는다면, 우리 가족은 내가 어떤 일을 해도 대찬성이다(웃음)"라고 돌아봤다.
권투를 그만두고 그가 택한 길은 야구다. 어릴 때부터 야구를 좋아했었고, 두산에서의 인턴 경험은 많은 자신감을 안겨줬다. 조 씨는 "이번에 MLB에서 WBC 코디네이터를 모집한다고 해서 주저 없이 지원했는데 운 좋게 합격했다. 한국말을 이해하고, KBO리그에 대해 알고 있어서 유리했다. WBC가 끝나면 미국으로 다시 돌아갈 텐데, 앞으로도 야구와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
너무 바빠 잠도 충분히 못 자고, 찾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대표팀을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보고, 도우면서 얻는 보람도 크다. 조신혁 씨는 "한국 대표팀과 함께하게 돼서 즐겁다. 이번 WBC 대회에서 분명히 좋은 성적을 낼 것 같다. 예감이 좋다"며 선전을 기원했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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