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구장에 빨리 가서 팬들이 응원해주는 노래 듣고 싶다."
다른 선수들과 함께 계획된 스케줄을 똑같이 따르며 적응에 애를 썼다. 번즈는 오후 타격 훈련이 끝난 뒤 외야에 흩어져 있는 공을 주워담는 궂은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마켈은 오전 수비 훈련을 마치고 취재진의 인터뷰에 시종 밝은 표정으로 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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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 경력이 없는 마켈은 최근 3년간 주로 불펜투수로 등판했다. 2012~2013년 마이너리그에서 풀타임 선발로 던진 후 4년만에 원래 역할을 맡게 된 것. 그러나 큰 무리는 없다. 그는 "6~7이닝을 던질 수 있는 준비를 하고 있다. 선발로 데뷔를 했기 때문에 어떻게 준비하는지 잘 안다. 투구수를 올리기 위해 신체적으로 잘 만들고 있고, 7이닝을 거뜬히 던질 수 있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2루수인 번즈도 마찬가지. 그는 "시즌이 다가오고 있다. 기대한 것을 가지고 오키나와에서 좋은 모습을 찾고 있다"면서 "한국 캠프는 집중도가 높은 것 같다"며 분위기 적응에 노력중임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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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롯데를 선택했을까
올시즌 외국인 선수 평균 몸값은 100만달러를 넘어섰다. 그러나 둘은 '저렴한' 조건에 계약했다. 마켈은 52만5000달러, 번즈는 65만달러의 연봉을 받는다. 번즈도 지난해 메이저리그에 데뷔해 겨우 10경기를 뛰었을 뿐이다. 둘다 롯데에서 새로운 야구 인생을 펼치기 위해 태평양을 건넜다. 마켈은 "탬파베이 레이스 마이너리그에서 7년을 뛰고 FA가 됐다. 레이스에서 기회도 많이 줬지만 잘 안됐다. 새 환경을 경험해 보고 싶어 롯데를 선택했다"며 "KBO팬들의 열성적인 응원도 들었다. 미국이 아닌 다른 리그에서 삶의 폭을 넓히고 싶다"며 의욕을 불태웠다.
번즈는 "올해도 무조건 어디선가 뛰어야 했고, 롯데를 택했다. 하루하루 내가 하고 싶은 방향으로 가고 싶다. (향후 메이저리그라는)미래를 기대하지만, 우선 목표는 롯데를 우승시키는 것"이라고 했다.
경력과 몸값만 봤을 때 사실 두 선수가 어느 정도 해줄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조원우 감독은 "마켈은 빠른 공이 좋다. 대박이 났으면 좋겠다. 번즈는 수비가 일단 좋고 타격은 좀 두고봐야 색깔을 알 수 있다"며 조심스럽게 기대감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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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다 나름대로의 자신감은 지니고 있었다. 마켈은 "난 투심이 주무기고 무브먼트가 좋다. 땅볼 유도가 강점"이라며 "여기 3년차인 브룩스 레일리한테 많이 배운다. 새 리그의 선수들과 문화에 관해 레일리가 많이 알려준다"고 말했다. 사실상 1선발인 레일리는 애리조나 전훈때부터 마켈의 멘토 역할을 맡고 있다고 한다.
번즈는 마이너리그에서 빠른 발과 만만치 않은 수비 실력을 자랑했다. 그는 자신을 자랑해달라는 요청에 "난 도루, 안타, 파워, 수비를 다 할 수 있는 올어라운드 플레이어다. 또다른 장점은 필드에 나가서 항상 100%로 한다는 것"이라며 어깨를 으쓱였다. 번즈는 훌리오 프랑코 타격코치의 지도를 받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존경해 온 선수로 롯데와 계약한 뒤 프랑코 코치를 만난다는 생각에 기뻤다고 한다. 그는 "메이저리그에서 굉장히 오랜 활약을 했고, 노하우도 많다. 세밀한 부분에 대해 많은 조언을 해 주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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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선수는 이전까지는 롯데에 대해 잘 알지는 못했다고 했다. 그러나 롯데의 홈인 부산과 팬들의 응원 문화는 인터넷과 먼저 KBO를 거쳐간 선수들을 통해 들었다고 했다. 마켈은 "롯데가 정확히 어떤 팀인지 이전에 몰랐다. 그러나 이번에 계약하고 나서 부산이 아름다운 도시고 해변가도 좋다고 들었다. 사직구장에 빨리 가서 팬들을 만나보고 싶다. 팬들이 불러주는 노래가 듣고 싶다"고 한 뒤 "롯데 파이팅!"을 외쳤다. 이어 마켈은 "시즌은 길기 때문에 매경기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이대호가 돌아왔고, 좋은 외국인 선수들이 왔기 때문에 충분히 포스트시즌에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각오를 다졌다.
번즈는 "나도 팬들과 하루빨리 호흡을 맞추고 싶다. 롯데 팬층이 상당히 넓고 응원문화가 열정적이라고 들었다. 응원 노래가 기다려진다"며 맞짱구를 쳤다. 이어 그는 "한국 야구는 레벨이 높다고 들었다. 강정호 박병호 류현진하고도 붙어봤다. 항상 100%를 뛰고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과정을 만족스럽게 하고 싶다"며 의지를 불태웠다.
오키나와=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