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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현-양현종, 연고팀 로열티와 맞바꾼 FA대박

박재호 기자

기사입력 2016-12-21 21:10


◇SK 김광현.

◇KIA 양현종

FA(자유계약선수) 왼손 트로이카의 행선지가 모두 정해졌다. SK 와이번스 김광현과 KIA 타이거즈 양현종은 연고팀이자 소속팀에 남았고, 차우찬은 삼성 라이온즈에서 LG 트윈스로 옮겼다. 차우찬은 인센티브를 제외한 발표액 기준으로 4년간 95억원을 받는다. 김광현은 4년간 85억원, 양현종은 1년간 22억5000만원에 잔류를 선택했다. 이적을 해야 초대형 대박을 터뜨릴 수 있다는 법칙이 재입증됐다.

결과적으로 김광현과 양현종은 FA 대박을 연고팀 로열티(loyalty·충성심)와 맞바꾼 셈이 됐다. 차우찬은 해외진출과 삼성 잔류, 국내팀 이적 등 다양한 선택옵션을 손에 들고 협상에 임했다. 마지막까지 해외 오퍼를 받아보는 등 FA에게 주어진 권리를 최대한 활용했다.

김광현(SK 2007년 1차 지명)과 양현종(KIA 2007년 2차 1라운드 1순위)은 시작단계부터 해외진출이 안되면 원소속팀에 남겠다는 뜻을 직간접적으로 밝혔다. 함께 성장한 프랜차이즈팀과 지난 10년간 성원을 보내준 홈팬들에 대한 의리 때문이었다.

결과적으로 김광현과 양현종이 손에 쥔 몸값은 차우찬에 비해 떨어졌다. 옵션 등 이면계약을 감안하더라도 차우찬이 낫다. 지난 수년간 리그를 대표하는 좌완 에이스로 활약한 김광현과 양현종에 비해 차우찬은 2015년과 올해, 두 시즌을 풀타임 선발로 뛰고도 초대형 대박(역대 투수 최고액)을 터뜨렸다.

특이한 점은 김광현과 양현종이 협상과정에서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교섭 권한을 잠시 접어뒀다는 점이다. 김광현은 내년 1월 왼팔꿈치 수술을 받는다. 김광현의 팔꿈치 통증 사실은 알려져 있었으나 자세한 부상 정도는 명확치 않았다. 김광현은 SK 구단에 솔직하게 자신의 몸상태를 털어놓음과 동시에 협의했고, SK 구단은 팀을 대표하는 에이스의 치료와 재활에 역점을 뒀다. 사실상 내년 한시즌을 통째로 쉴지도 모를 상황이었지만 흔쾌히 FA 계약을 했다.

FA들의 경우 FA 직전해에 반짝하는 경우가 많다. 대박을 위해 통증이나 부상을 숨기는 경우가 있었다. 이는 '먹튀' 발생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양현종은 국내 다른 구단이 일제히 군침을 흘릴 정도의 탐나는 자원이었다. 한화는 박종훈 단장이 양현종측과 접촉해 구체적인 조건을 들어보기도 했다. 내부 검토를 통해 일정부분 투자의지를 드러냈다. 결과적으로 양현종은 KIA와 1년 계약이라는 뜻밖의 선택을 했다.

KIA 구단은 양현종의 해외진출 의사가 강한 것을 확인하고 협상 초기부터 최형우 붙들기에 총력을 다했다. 역대 최고액으로 최형우(4년 100억원)를 잡는 바람에 여력이 부족했다. KIA 구단 고위층도 양현종이 KIA로 오겠다고 발표하자 백방으로 자금을 마련하려 했으나 여의치 않았다. 양현종의 결단으로 KIA구단은 큰 고민을 해결할 수 있었다.

FA 협상에서 선수들은 자주 구단의 '진정성'을 얘기한다. 마음처럼 들리지만 사실은 돈이다. 인생 최대의 대박 찬스. 김광현과 양현종의 협상 전략은 매끄럽지 못했다. 하지만 세상엔 손에 잡히지 않는 소중한 것도 있다. 수많은 세상사로 혼란스러웠던 2016년 초겨울. SK와 KIA팬들은 그들이 보냈던 갈채에 대한 뜨거운 응답을 듣고 있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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