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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는 매년 천정부지로 치솟는 선수 몸값 때문에 '거품' 논란이 인다. 그러나 누구도 이 부분에 대해 명쾌하게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모기업의 지원금(홍보 명목)에 의존하는 형태로 구단을 운영하고 있어 원하는 FA(자유계약선수)에 대해서는 얼마든지 의지에 따라 투자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2~3개팀간 경쟁이 붙으면 해당 FA는 앉아서 즐거운 고민에 빠진다. 과거 활약상과 미래의 기대치를 계량화해 몸값을 산정하는 체계화된 시스템이 없는 국내 사정상, FA 협상 주도권은 선수가 쥐는 경우가 많다. 다시 말해 부르는 게 값이다.
최초의 억대 연봉 선수는 1985년 장명부로 1억484만원을 받았다. 1986년 삼성 라이온즈 김일융(1억1250만원), 1987년 삼성 김기태(1억2000만원)가 억대 연봉 계보를 이었다. 당시 이들은 재일교포 출신이라는 프리미엄이 붙은 케이스다. 실질적으로 국내 선수가 1억원을 돌파한 것은 1993년 선동열이 최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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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금을 제외하고 올해 최고 연봉 선수는 한화 김태균으로 16억원. FA 첫 해인 2000년 최고 연봉 선수는 현대 정민태로 3억1000만원이었다. 최고 연봉이 16년 사이에 5.16배 증가했다. 그렇다면 KBO리그 전체 매출 규모도 그만큼 증가했을까. 2000년 총관중은 250만7549명, 관중 총수입은 112억3484만5500원이었다. 올해 이 수치는 각각 833만9577명, 870억8993만3286원이다. 관중 수입은 7.75배가 증가했다. 그러나 FA들의 몸값 폭등과 비교하면 이 수치는 무의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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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 몸값 폭등이 극에 달한 것은 2001년이다. 알렉스 로드리게스가 텍사스 레인저스로 이적하면서 10년간 2억5200만달러에 계약, 연봉 2000만달러 시대를 열었다. 지난해와 올해에는 연봉 3000만달러 선수까지 나타났다. 잭 그레인키, 미구엘 카브레라, 데이빗 프라이스, 클레이튼 커쇼, 맥스 슈어저 등이 연평균 3000만달러 이상을 받는다. 올해 메이저리그에서 연봉 1000만달러 이상은 127명이었다.
메이저리그 평균 연봉 역시 FA 제도와 함께 급상승했다. 1979년 10만달러를 돌파한 뒤 1982년 20만달러, 1984년 30만달러, 1986년 40만달러, 1990년 50만달러, 1992년 100만달러를 넘어섰다. 2001년 200만달러를 넘겼고, 2010년 300만달러에 이어 올해는 425만달러까지 치솟았다. 총액 1억달러 이상의 계약은 1999년 케빈 브라운 이후 현재까지 66건에 이른다. 최대 규모는 마이애미 말린스의 지안카를로 스탠튼이 2014년 11월에 맺은 13년간 총액 3억2500만달러 계약이다.
메이저리그도 치솟는 선수 몸값으로 구단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와는 받아들이는 방식이 다르다. 야구단 자체가 하나의 사업체인 까닭으로 적자를 감수하면서까지 무리한 계약을 시도하지 않는다. LA 다저스는 관중수입, 중계권료 등으로 커쇼의 연봉 3300만달러를 충분히 마련할 수 있다. 올해 캔자스시티 로열스에 1000만달러 연봉자가 1명 뿐인 것도 열악한 살림살이 때문이다. 경제전문잡지 포브스에 따르면 2015년 메이저리그에서 영업이익(operating income) 흑자를 기록한 구단은 27개였다.
반면, KBO리그 10개 구단 중 모기업 지원금을 제외하고 자체 영업을 통해 흑자를 기록한 구단은 지금까지 하나도 없다. 야구단을 실질적인 독립 사업체, 즉 자체 수입에 따라 지출 계획을 세우는 경영 방식을 도입하지 않는 한 거품 현상은 잠재우기 어렵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