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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안익훈의 그림같은 수비, 시리즈 흐름 바뀔까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16-10-25 09:29


2016 KBO 포스트시즌 NC와 LG의 플레이오프 3차전이 24일 잠실구장에서 열렸다. 11회초 2사 1, 2루 NC 중견수 안익훈이 NC 나성범의 잘 맞은 타구를 잡아내고 있다.
잠실=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6.10.24/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고의 중견수로 꼽히는 선수는 윌리 메이스다.

1951년 뉴욕 자이언츠에서 데뷔해 신인왕을 차지한 메이스는 통산 660홈런을 때리며 당대 최고 타자로 군림했지만, 수비에서도 12년 연속 골드글러브를 차지할 정도로 전설적인 플레이를 펼친 선수였다. 특히 메이스하면 떠오르는 장면은 월드시리즈에서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든 외야 '슈퍼 캐치'다. 메이저리그 역사는 이를 '더 캐치(The Catch)'로 명명하고 있다.

1954년 9월 30일 뉴욕 폴로그라운드에서 열린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와의 월드시리즈 1차전. 2-2로 팽팽히 맞선 8회초 클리블랜드의 공격. 무사 1,2루 찬스를 맞은 클리블랜드 타석에는 5번타자 좌타자 빅 워츠가 들어섰다. 뉴욕은 7회까지 무실점으로 호투하던 선발 샐 매글리를 내리고 좌완 돈 리들을 불러올렸다. 그러나 리들은 등판하자마자 워츠에게 중견수 쪽으로 날아가는 큼지막한 타구를 얻어맞았다. 타구는 가운데 펜스를 넘어갈 듯한 기세로 쭉쭉 뻗어나갔다. 그러나 메이스가 50m 이상 전력질주로 뛰어가다 타구를 등진 상태에서 글러브를 내밀어 펜스 앞에서 잡아냈다. 완벽한 캐치였다. 2루주자 래리 도비는 당연히 중월 장타가 될 줄 알고 스타트를 끊었다가 허겁지겁 되돌아섰지만, 메이스가 곧바로 2루로 던져 아웃카운트를 단번에 2개로 늘렸다. 뉴욕은 8회초 위기를 벗어난 뒤 연장 10회말 3점을 뽑아 5대2로 승리했고, 결국 그 기운을 몰아 2~4차전도 내리 따내며 그해 챔피언에 올랐다. 메이스의 기적같은 외야 포구가 팀을 살린 셈이다.

당시 폴로그라운드는 펜스까지의 거리가 왼쪽 85m, 오른쪽 78m로 짧은 반면 중앙은 147m나 됐다. 1960년대 이전에는 기형적인 모양의 야구장이 더러 있기는 했지만, 폴로그라운드는 '종' 모양의 펜스 구조로 투수나 타자에게 악명이 높았다.

이에 비할 바가 될지는 모르겠으나 LG 트윈스 안익훈이 플레이오프 3차전서 연출한 외야 포구는 KBO리그 역사에 길이 '전설'로 남을 만하다. 2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안익훈은 연장 11회초 중견수로 교체 출전했다. LG 벤치는 수비 강화 차원에서 중견수 문선재를 좌익수로 돌리고, 안익훈에게 넓디 넓은 잠실벌 가운데 외야를 맡긴 것이다.

상황은 2사 1,2루, 타석에 좌타자 나성범이 들어섰다. 플레이오프 들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나성범이지만, 일발장타를 터뜨릴 수 있는 강타자. 나성범은 LG 투수 임정우의 초구 129㎞짜리 포크볼을 받아쳐 중견수 쪽으로 깊은 타구를 때렸다. 이때 LG 외야진은 2루주자의 득점을 막기 위해 전진 수비를 하고 있었다. 안익훈도 정상 위치보다 10m 정도 앞에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타구는 정상적인 중견수 위치를 넘어 가운데서 약간 우중간 쪽으로 치우치며 뻗어나갔다. 그러나 안익훈은 쏜살같이 펜스까지 달려간 뒤 고개를 돌려 낙하지점을 헤아리면서 오른쪽으로 움직여 타구를 잡아냈다. 관중석을 가득 메운 LG 팬들의 함성에 잠실구장이 떠나갈 듯했다.

잠실구장은 국내 최대 크기를 자랑한다. 가운데 펜스까지의 거리가 125m다. 좌중간, 우중간도 그 범위가 넓다. 이날 경기전 NC 김경문 감독은 "마산구장은 펜스거리가 짧은데, 여기는 좌우의 폭과 깊이가 다르다. 외야수들의 수비가 중요할 것 같다"고 했다. 안익훈의 슈퍼 캐치에 NC 덕아웃에서도 혀를 내둘렀을 터.

결국 LG는 이어진 11회말 무사 만루서 대타 양석환의 내야안타로 결승점을 뽑아 2대1로 승리했다. 만일 11회초 나성범의 타구가 안타가 됐다면, 주자 2명이 모두 홈을 밟아 NC의 승리로 이어져 시리즈 자체가 종료됐을 것이다. 2패로 몰렸던 LG가 안익훈의 그림같은 수비를 바탕으로 플레이오프 전세를 뒤집을 수 있을 지 지켜볼 일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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