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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은 저비용 고효율 팀이다. 선수들은 가장 젊고, 지출도 최하위지만 성적은 다르다. 올해로 4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야구계에선 2016시즌 넥센의 활약을 두고 기적이라고 말한다. 박병호 유한준 손승락이 이적했고, 한현희 조상우가 수술받았고, 밴헤켄은 일본에 갔다가 시즌 도중에 돌아왔다. 개막에 앞서 다들 꼴찌 후보라고 했는데 페넌트레이스에서 3위를 차지했다. 144경기를 잘 버텼다.
2012년 10월 염경엽 감독을 제3대 사령탑으로 발표하자 모두가 깜짝 놀랐다. 아마시절 최고의 내야수로 활약했지만 프로에서는 이렇다할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던 염 감독이었다. 은퇴 이후엔 구단 프런트와 스카우트로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2007년 현대 수비코치, 이후 LG 스카우트와 운영팀장 등을 맡았고, 이후 2011년 넥센에서 작전과 주루코치로 있다 감독이 됐다. 이른바 '사령탑 풀'에 들어있지 않았던 인물이었다. 염 감독을 발굴한 이는 이장석 대표였다.
염 감독은 2013년 만년 하위권이었던 넥센을 포스트시즌으로 이끌었고, 2014년엔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지난해 준플레이오프, 올해 준플레이오프에서 고배를 마셨지만 탁월한 지도능력으로 '염 갈량'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실제로 이 대표의 선수보는 안목은 화수분마냥 계속 쏟아져 나오는 유망주들로 입중이 된 셈이다. 이 유망주를 누가 발견하고 키웠냐를 두고도 이 대표와 염 감독의 생각은 다르다.
이장석 대표가 없었다면 오늘날의 넥센은 존재와 성장 모두 불가능했다. 그렇다면 염 감독없는 넥센은? 지난 4년의 눈부신 성과를 누구도 장담 못한다.
최근 몇 년간 둘은 자주 의견충돌을 빚었다. 대면하는 일은 거의 없었지만 선수 기용, 작전 등에 대해 이 대표의 불만토로는 여러 경로로 염 감독 귀에 들어왔다. 염 감독은 속상해했고, 그 시간이 길어질수록 서로에 대한 믿음은 옅어져 갔다.
그렇게 불편한 동거는 끝났다. 넥센 구단은 염 감독이 시즌중에 A구단과 이미 이적합의를 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염 감독은 "누군가 나를 흔든다"며 발끈했다. A구단은 그런 일 없었다며 한발 물러섰다. 먼저 열받게 만든 주체를 떠넘기고 있는 와중에 책임소재는 의미가 없다.
이제 넥센은 염경엽 없는 구단운영으로 시스템 야구를 입증하는 일만 남았다. 염 감독 역시 그렇게 염증을 느꼈던 강한 프런트의 그늘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야구를 할 수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내년이 됐든, 내후년이 됐든.
많은 이들이 넥센의 지난 4년을 회자하는 날이 올 수도 있다. 혜안을 가진 수장, 선수들을 성장시킬 줄 아는 사령탑. 이는 흔치 않은 조합이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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