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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둘러봐도 경쟁이 될만한 상대가 없다. 이미 KBO리그 2016년 시즌 신인왕 트로피에 '넥센 히어로즈 신재영'을 적어놨다는 농담까지 들린다. 염경엽 히어로즈 감독은 "역대 최고 득표율로 신인왕을 차지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대전고-단국대를 졸업한 1989년 생 이 늦깎이 신인왕 후보가 없었다면, 히어로즈가 4년 연속 '가을야구'을 바라볼 수 있었을까. 지난 겨울 에이스 앤디 벤헤켄이 일본 프로야구 세이부 라이온즈로 떠났을 때, 신재영(26)이 빈자리를 채울 것이라고 생각한 야구인은 없었다. 2012년 신인 드래프트 8라운드 69순위로 히어로즈에 입단했는데, 올시즌 처음 1군 마운드에 올랐다. 신재영은 히어로즈의 육성 시스템을 통해 만들어진 2016년 최고의 '히트 상품'이다.
손 코치가 지난 1일 신재영이 SK 와이번스를 상대로 시즌 14번째 승리이자, 전 구단 상대 승리투수가 됐을 때 공인구에 적어준 글이다. 시즌 첫 등판경기부터 4연승을 거두고 전반기에 10승을 달성했는데도, 신재영은 자신의 공에 대한 확신이 부족했다.
시속 150km 강속구를 던질 수 없지만, 신재영은 누구도 갖고 있지 못한 제구력이 있다. 다양한 구종을 던지지는 못하지만, 자신있는 공이 있다. 손 코치는 "자신있게 잘 던질 수 있는 구종, 충분히 효과를 보고 있는 공이 있다면, 무리하게 다른 공을 찾을 필요가 없다. 슬라이더가 좋은데, 커브에 집착할 필요가 있나. 다른 구종에 대한 스트레스없이 장점을 살리는 게 낫다. 다른 공은 투아웃, 투스트라이크 이후 여유가 있을 때 던지면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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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코치는 신재영을 설명하면서 "볼카운트 3B에서도 변화구로 스트라이크를 잡을 수 있는 능력이 있다. KBO리그에서 이런 능력은 최고 수준이다"고 했다. 빠른 공 없이 제구력으로 승부하는 투수들이 다 그렇다.
신재영이 흔들릴 때, 위기에 몰렸을 때, 손 코치와 신재영이 마운드에서 주고받는 말은 거의 같다.
"내가 왜 올라왔는 지 알지?"(손 코치)
"저한테 기를 불어넣어주려고 올라오셨잖아요."(신재영)
"그래, 그런데 오늘 내 기가 장난 아니야."(손 코치)
프로팀의 선발투수라면 이미 많은 걸 갖추고 있다. 시즌 중에, 더구나 경기중에 투구 매커니즘, 볼배합, 상대타자 분석 내용을 얘기한다는 건 견디기 어려운 설교나 마찬가지다. 손 코치는 "공을 낮게 던져야 한다는 건 말을 안 해도 누구나 다 안다. 스트라이크를 던지고 싶지 않은 투수가 있나. 시즌 중에는 선수가 안정적으로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게 투수코치의 일이다"고 했다.
애초부터 가능성이 있었다. 지난해 말 경찰에서 전역한 신재영은 마무리 캠프, 전지훈련을 최상의 몸으로 시작했다. 가장 준비가 잘 돼 있던 투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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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야구단 시절에도 그랬지만, 신재영은 팀 동료 누구에게나 환영받는 선수다. 구단 관계자는 "인성이 좋아 두루두루 잘 어울린다. 모진 구석이 없다"고 했다. 이런면이 아쉬울 때가 있는 모양이다. 손 코치는 "재영이가 조금은 이기적이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프로 입단 5년 만에 맞은 첫 1군 시즌. 이제 페넌트레이스가 저물고 더 큰 무대가 기다리고 있다. 포스트 시즌을 경험하면서 선수는 훌쩍 성장한다고 한다. 손 코치는 "재영이가 남은 정규시즌을 덤으로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뭐든 좋은 마무리가 중요하다. 좋은 모습으로 끝내야 다음에 좋은 모습으로 시작할 수 있다"고 했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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